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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과 해석

by 격암(강국진) 2026. 7. 13.

우리는 많은 것을 사실로 알지만 어쩌면 세상에는 진짜 사실은 하나도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사실이란 인식되고 말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왜냐면 우리가 말할 수 있는 사실이란 언제나 어떤 가정에 근거한 것이고 현실의 축소이기 때문이다. 그 가정은 때로 정말 의심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뭘 가정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우리가 말하는 것은 해석이 아니라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해가 뜨는 걸 보니 지금 또 하루가 시작되었네 라는 말은 해는 하루에 한번만 뜬다는 가정에 근거한다. 이걸 가정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오랜동안 지구의 자전속도는 변화가 없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해가 뜨는 걸 새로운 하루의 시작으로 해석하면서 그걸 사실로 단언할수 있다. 갑자기 지구 자전이 2배로 빨라질 리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우리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그리고 훨씬 더 확신하기 어려운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그래서 많은 해석은 사실로 여겨지고 마치 과학법칙처럼 데이터에 의해서 증명된 것으로 여겨진다. 예를 들어 부동산 가격을 생각해 보자. 부동산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는 많다. 그러나 아무래도 그 중에서 가장 큰 것은 시중의 돈일 것이다. 즉 경기가 좋아서 사람들이 부자가 되면 부동산 가격은 오른다. 1976년의 한국과 2026년의 한국에서 부동산 가격이 차이가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 정책이니 인구니 뭐니 하는 다른 모든 것보다 국민소득이 다르다는 사실일 것이다. 한국이라는 공간은 그대로 인데 국민소득은 1976년에 807달러였고 2026년에는 3만6천달러 가량이기 때문에 약 45배가 증가했다. 이 차이는 다른 모든 차이를 능가한다. 이것에 비하면 인구가 어쩌고 하는 비율은 사소한 것이다. 사람들이 돈이 많으면 부동산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생각하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말할 것은 아니다. 다른 많은 것들이 그러하듯 정도의 문제이고 어느 정도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부동산 가격과 뭔가 다른 걸 연관 시키고 상호관계를 따지기 시작하면 우리의 눈에는 다른 어떤 법칙만 보인다. 그것은 무슨 무슨 법이나 규제때문에 부동산이 올랐다는 식이다. 예를 들어 세금때문에 집값이 높다는 식이다. 그리고 우리는 어느새 그걸 증명된 사실로 본다. 실제로 탄핵당할 정도로 엉망으로 국정을 운영하던 윤석열 정권이 끝나고 우리나라의 경제는 크게 좋아졌다. 주가와 수출실적이 모든 걸 말하는건 아니지만 지금과 윤석열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대한민국 건국이래의 최대 수출액을 달성한 시기를 살고 있다. 삼성은 주가총액기준으로 세계 10대 회사 안에 들게 되었다. 당연히 앞으로의 전망도 크게 좋아졌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그게 무슨 법때문에 그렇다, 무슨 규제때문에 그렇다고 단언하면서 그게 사실이라고 말한다.

 

물론 그건 데이터의 올바른 해석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건 해석이지 사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가정에 근거한 것이다. 사실 암묵적으로 부동산 상승은 나쁜 것이 당연하다고 말하는 것자체가 언제나 옳지는 않다. 그게 맞다면 IMF 사태가 일어난 1997년은 대한민국이 축복받은 때였을 것이다. 국가가 부도나자 부동산 가격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이런 걸 잊고 우리가 부동산 상승은 나쁜 거 아니냐 그러니까 당연히 이러저러하게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에 집중하다보면 우리는 사실 나라가 부도나는게 좋은거 아니냐고 말하는 게 될 수도 있다. 가난한 사람들이 살기 힘들다고 말하면서 그 가난한 사람들이 살아갈 기반 자체를 없애면서 사실 1976년이 더 좋았다고 말하는 게 될 수도 있다. 

 

국가 정책이 좋은 예이지만 사실 우리의 삶은 대개 아주 복잡하고 많은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요리만 해도 좋은 요리라는 건 분명 싱겁거나 짠 것은 아닐 것이고 적당한 간을 맞춘 요리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소금만 보고 있어서는 좋은 요리 근처에도 갈 수 없다. 그래서 우리가 우리의 인생을 말하고 사회를 말할 때는 그 것의 어느 일부에 몰두해서 1차원적인 법칙을 세우고 그것에 집착하는 건 대개 좋지가 않다. 언제나 세상에는 문제가 있다. 우리가 제 아무리 노력을 하고 운이 좋아 그 노력이 다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고 해도 언제나 세상에는 문제가 있고 좋은 건 언제나 부작용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는 크고 넓게 봐야 하고 수없이 많은 복잡한 구조속에서 당장 우리가 주목할 것을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걸 어떻게 하는가 하는 것은 종종 논리적이 아니다. 물론 우리는 데이터를 모으고 논리적 분석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분석은 사실 충분히 천천히 깊숙히 하면 대개 아무 결론도 나지 않는다. 내일 소풍을 가야할까 집에 있어야 할까, 대학에 가야할까 취직을 해야 할까, 그 남자의 데이트신청을 받아야 할까 거절해야 할까등 모든 선택은 언제나 좋은게 있고 나쁜게 있다. 우리는 때로 말도 안되는 성공을 한 사람을 부러워하지만 대개 그런 성공은 말도 안되는 가능성을 선택한 결과다. 어떤 의미로 불합리한 짓을 하니까 성공도 하는 것이다. 

 

물론 모든 것을 부정하고 의심해서는 세상을 살 수 없다. 분명 내일도 해는 하루에 한번만 뜰 것이다. 한국의 인구가 하루만에 절반으로 줄어들 가능성도 거의 없다. 한국인의 자산이 대부분 부동산에 쏠려 있다거나 한국인은 임대소득을 올리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시세차익을 올리기 위해서 부동산을 산다는 것은 거의 확실한 사실이다. 

 

하지만 분석을 하고 사실들을 확인한 다음에는 그런 걸 다잊고 전체를 느끼는 통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세상이 또렷하게 보여서 사실들이 너무 많이 보인다면 우리는 큰 실수를 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바로 해석을 사실로 여기는 실수를 말이다. 우리는 너무 많은 이론과 법칙을 믿고 있으면서 스스로도 그러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믿음은 필요하고 피할 수 없는 것이지만 불필요할 정도로 많은 걸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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