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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들/쥐와 벌7

쥐와 벌 7. 나는 반성하지 않는다. (끝) 7. 나는 반성하지 않는다. 오늘밤 거리의 풍경은 유달리 지독했다. 거리는 온통 촛불로 채워져 있고 사람들은 쥐를 잡자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텔레비젼이 중계해 주는 그 광경을 보고 있자니 온 세상이 쥐만 본다는 느낌이 든다. 신경 쓸 다른 일들이 없는 것같다. 쥐는 이 모든 것들이 약간 희극적으로 보였다. 지금은 온 세상이 자신만 본다는 느낌이라서 쥐는 억울하고 귀찮았지만 한 때 쥐는 정확히 그 반대를 원했다. 쥐는 한 때 세상이 자신을 전혀 봐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참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고 싶었다. 세상이 나를 봐주지 않는다면 내가 그 세상의 발가락을 물어서라도 나를 보게 만들고야 말겠다는 생각이 쥐에게는 있었다. 쥐는 그런 면에서는 지나치게 성공했다. 이젠 관심이 지나치다. 왜 이렇.. 2017. 10. 26.
쥐와 벌 6. 아이들이 사라진 세상 6. 아이들이 사라진 세상 피리를 부는 사나이는 사라졌고 쥐의 마음은 다시 편안해 졌다. 언론은 쥐를 양산하는 메세지를 잘 보내고 있었고 세상은 어디나 모두 쥐들로 채워졌다. 그야말로 쥐의 제국은 번창했다. 오 위대한 쥐의 제국!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동영상이 하나 메일로 왔다. 그것은 쥐의 손녀가 유치원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에 대한 것이었다. 쥐는 흐뭇한 마음을 가지고 스크린위의 손녀를 쳐다보았다. 때마침 쥐의 사무실에 있던 영주쥐도 그 장면을 보게 되었다. 쥐의 부하중 많은 쥐들은 버림받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우둔한 영주쥐는 쥐를 따라와서 아직도 일하고 있었다. 스스로도 알고 있듯이 영주쥐는 결코 서울쥐나 이천쥐같은 재능이 있지는 않았다. 그래서 영주쥐는 쥐에게 가장 충성스럽다는 .. 2017. 10. 24.
쥐와 벌 5. 피리를 부는 사나이 5. 피리를 부는 사나이. 쥐는 한 사람을 잊을 수 없다. 사람들은 그를 피리를 부는 사나이라고 불렀다. 그 별명은 매우 적절했는데 그는 자기처럼 쥐로 만들어진 사람들에게 다시 인간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의 피리소리에 모여든 사람들은 어느새 쥐의 저주들 혹은 쥐의 죄악들에서 풀려나고 있었다. 그들은 용기를 가졌고 더이상 두려움에 지지 않았다. 그들은 자잘한 분열때문에 선악을 잊고 싸우는 일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공동체를 잊지 않았다. 그들은 더이상 인간에게 충성하지 않았고 어떤 사상도 맹신하지 않았다. 그들은 계속해서 인간으로 남아있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과 남의 입장을 바꿔서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은 더 이상 거짓말만 하고 듣는 생활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체념.. 2017. 10. 21.
쥐와 벌 4. 이중사고 4. 이중사고 노인은 그를 한 작업장의 책임자로 만들어 주었다. 쥐는 노인의 가르침을 금방 숙달했고 그가 이해한 것을 설교하기를 좋아했다. 쥐는 노인이 그렇게 했듯이 자신도 자기의 부하를 만들었고 그들에게 충성을 요구했으며 그 부하들에게는 그들의 부하를 만들 것을 권했다. 이 충성의 계단을 끝없이 늘릴 수가 있는가 하는 것이 이 사업의 기본이었다. 이것은 일종의 피라미드 사업이었기 때문에 피라미드는 계속 성장해야 했다. 성장이 멈춘 조직은 현상유지도 어려워진다. 사람들로하여금 열렬하게 충성의 피라미드에 뛰어들게 만들려면 쥐는 끊임없이 부하들을 고르고 그들을 교육해야 했다. 부하들을 충실한 쥐로 만드는 것은 이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 이건 보기와는 달리 일종의 교육사업이었고 종교사업이었다. 학습은 .. 2017. 10. 20.
쥐와 벌 3. 중요한 질문 3. 중요한 질문 하지만 물론 쥐의 이 모든 변화들이 한꺼번에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시궁창의 쥐가 한순간에 괴물이 되지는 않는다. 쥐는 그저 나름대로 자명해 보이는 한걸음 한걸음을 걸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발걸음 속에서 쥐는 자기 자신을 조금씩 발견했다. 그 한걸음 한걸음은 다른 식으로 말하면 세상이 그에게 던지는 질문이었다. 그는 그때마다 하나의 선택을 했고 그것은 자기가 누구인지에 대해 쥐가 세상에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주는 답이 되었다. 노파와의 일이 있은 이후 쥐는 당당해 졌다. 그는 보다 단호한 태도로 세상을 살았다. 어떻게 세상을 사는가에 대해 확신을 하면 할 수록 사람은 더 단호한 태도를 취하기 마련이다. 그는 한 때 규칙을 지키는 올바른 사람이 되고자 했지만 이제 쥐는 세상을 시장의 관.. 2017. 10. 19.
쥐와 벌 2. 악은 어떻게 생존하는가 2. 악은 어떻게 생존하는가. “우리가 남입니까 여러분!” 지역선거철 이었다. 한 정당의 후보는 길가는 사람들을 향해 강하게 외치고 있었다. “우리가 남입니까 여러분!” 그는 몇마디 다른 말을 하는 듯하더니 다시 같은 말을 반복한다. 이 말은 사실 매우 효과적이면서도 매우 기괴한 말이었다. 왜냐면 이 말을 뒤집으면 누군가는 남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후보자를 뽑지 않고 다른 후보자를 뽑으면 그 사람은 남이고 따라서 그것은 마치 외세에 정복당하는 식민지가 되는 꼴이라는 뜻인 것이다. 다른 후보라고 해서 외국인이거나 외계인인 것도 아니며 이 후보라고 해서 개인적으로 이 지역구 사람들과 다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 후보라고 해서 언제부터 ‘우리’였다는 말인가? 그러나 이런 말은 기괴하.. 2017. 10. 18.
쥐와 벌 1. 악의 탄생 쥐와 벌 (쥐들의 제국)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이 현실의 누군가와 비슷하다면 그것은 우연입니다. 이 소설은 픽션입니다. 1. 악의 탄생 쇼생크 탈출이란 영화가 있다. 그 영화속에서 한 부패한 교도소 소장은 죄수 중 하나인 주인공을 착취한다. 그러나 그 주인공은 교도소를 기적적으로 탈출하고 소장의 악의 제국은 무너지고 만다. 소장은 그를 잡으려고 경찰이 몰려오자 스스로에게 총을 쏴서 자살하고 만다. 쥐는 언제나 하나의 권력시기가 끝나갈 때면 그 소장을 떠올리곤 했다. 시장의 임기가 끝나가는 지금, 그는 그 소장과 비슷한 처지에 있었다. 이제 그는 권력을 잃을 것이고 그의 몰락을 예감한 수 많은 적들이 그를 향해 달려 올 것이다. 어쩌면 지금이라도 저 문이 열리면 누군가가 들어와 쥐에게 체포영장을 내밀지.. 2017. 10.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