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부재, 도덕의 부재

2007.12.21

사람들이 모여서 살수 있는 것은 거기에 믿을 수 있는 사회적 약속이 있기 때문이다. 안 그렇다면 돈은 무엇을 믿고 쓰며 폭력단이 날뛸지 어떻게 알고 안심하고 살 수 있겠는가. 독과점으로 돈을 버는게 가능하다면 세상은 난리가 날것이다. 이렇게 우리가 믿고 지키는 규약의 뒤에는 철학이 있다. 그걸 사회적 비전이라고 불러도 좋다. 즉 우리는 이러저러하게 살면 잘 살게 될수 있다는 철학이 규약으로 구체화되고 그렇게 만들어진 약속과 공감대안에서 사람은 뭉친다는 것이다. 오직 그럴 때만이 우리는 행동의 예측가능성을 가질수 있다. 즉 내가 이리저리 행동하면 남도 이리저리 행동할것이란 예측이다. 게임의 법칙이 없은 게임은 가능하지 않다. 자유주의 국가는 자유가 우리를 행복으로 이끌거라는 믿음위에 규약을 만들어 낸 국가다. 

 

그런데 지금의 한국에서 개혁세력을 자부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철학이 잘 보이지 않는다. 있다고 하더라도 너무 피상적이고 그저 남의 나라 이야기를 깊은 이해없이 베껴온듯한 느낌이다.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후보의 말을 들으면 말은 맞는 소리도 있지만 현실에 대한 이해없이 말한다는 느낌이다. 열린우리당, 개혁신당은 더더욱 그렇다. 당내부의 단합이 되지 않는 것은 단순히 사람들이 이기적이라서가 아니다. 미래의 비전에 대한 합의와 공감대가 없다. 있는 것은 그저 뭉쳐서 성공하자는 것 정도다. 그게 전부라면 그들은 한나라당보다 뭐가 그리 우월한가. 결국 자기성공하자는 사람들일뿐인데.

 

유시민을 비롯하여 많은 대선후보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 책을 출간했다. 그것은 그들나름대로의 미래비전, 즉 뭉칠수 있는 핵이 되는 철학의 토로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그런 철학이 충분히 많은 사람에게 설득력을 가진것 같지는 않다. 우리는 누가 이기면 좋은 세상이 온다고 말한다. 그러나 철학이 제대로 정립되지 못한다면 사회의 삐걱거림은 계속될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많은 사람들은 이명박을 지지한 사람들의 도덕성부재를 탓한다. 과연 그렇다. 큰 권력은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한다는 것은 상식적인 일인데 일반인보다 비도덕적인 후보가 그래도 상관없다며 당선되었다. 그러나 이런 현실에 대한 타개책이 국민에 대한 면박일까. 당신들은 비도덕적이라고 말하는 것일까.

 

박원순씨는 대통령후보로 일찌감치 거론되었으나 한사코 그일을 거부하고 자기 일을 계속하고 있다. 그가 하는 일은 무언가. 중고물품을 사다가 파는 나누는 사업. 기부를 모아서 사회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기부사업. 사회를 정화할 기획을 만드는 기획작업같은 것이다. 그가 대통령의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나 그는 가장 낮은곳에서 가장 근원적인 곳에서 개혁에 매진하고 있다. 바로 사람들의 마음에 공동체정신, 휴머니즘, 사회에 대한 신뢰를 심는 일이다.

 

지역감정은 어떻게 하면 없어질까. 궁극적으로는 대구에 개혁신당 후보가 당선됨으로서가 아니라 국민들간의 인간적 신뢰가 높아짐으로서 이뤄진다. 즉 서로 서로를 인간적으로 인정할때 전라도와 경상도가 다른게 아니라 어느지역에나 나쁜인간이있고 좋은 인간이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몸을 움직여 푼돈을 써서 힘든 사람들을 도울때 그들은 느낄것이다. 거액의 비리를 저지른 사람들은 과연 용서할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부동산투기에 몰두하는 사람에게 1억이란 강남의 아파트가 조금 올랐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지만 노숙자며 무의탁노인이며 고아들을 보아온 사람에게 1억이란 수백 수천의 사람의 목숨이나 행복이라고 느낄것이기 때문이다.

 

위로부터의 개혁의 본질은 철학을 제시하는 것이다. 아래로부터의 개혁의 본질은 모두가 신뢰하고 서로돕고 공동체정신을 가지는 작은 행동의 실천을 하는 것이다. 그 둘이 만날때 사회적 변화의 기적은 일어난다. 지금 우리에게는 철학이 빈곤하고 아래로부터의 개혁도 부족하다. 사람들은 덜 부끄러워하고 정치가들은 자신들이 뭘하겠다는 것인지 횡설수설한다.

 

그때가 올 때까지 세상은 어두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