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제별 글모음/무분류 임시

미래는 어디에 있는가 : 문명의 쇠락

by 격암(강국진) 2007. 9. 26.

2. 문명의 쇠락

 

이세상의 많은 왕조와 제국과 문명이 만들어 지고 몰락했습니다. 이 몰락과정을 이해하는 한가지 방법은 그 성장과 쇠락을 문제해결의 과정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하나의 사회는 외적으로 부터 자신을 지켜야 하고 식량과 물자를 생산하여야 하며 자식을 낳아 길러야 하고 사회적 안정성을 유지시켜야 하는 등 많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이 조건들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사회는 모두가 몰락할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은 이러한 조건들을 충족시키면서 그 사회의 규모에 어떠한 일이 일어나는가 하는것입니다. 가능한 경우는 세가지입니다. 하나는 점점 커지는것 두번째는 점점 작아지는것 마지막으로 그 규모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두번째의 경우 이것은 점진적 멸망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말하자면 천천히 멸망해 가는것이므로 긴 시간의 시야로 보았을때 사회문제를 해결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첫번째의 경우 규모는 그냥 커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커지는 것입니다. 즉 당면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그 사회를 성장시키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예로 부터 제국은 항상 정복전쟁을 계속했습니다. 내부의 통일을 위해서라도 외부와 전쟁을 치뤄야 했고 사회의 기성 구성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예를 구하고 식민지를 구해서 사회는 점점 더 커져야 했습니다.

 

사회적 문제의 해결은 종종 성장에 의하여 만들어 집니다. 여기 한 조폭집단이 있다고 해봅시다. 조폭의 가장 아래 층 부하들은 윗 계급의 형님들에게 충성을 다해야 합니다. 이러한 충성을 유지시켜주는 중요한 미래전망은 자신들도 그런 부하생활을 오래하면 부하가 생기고 윗계급으로 올라갈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만약 그런 전망이 전혀 없다면 반역을 꾀하거나 조폭집단에서 탈퇴하게 될것입니다. 규칙은 지켜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피라미드 형태를 가진 조직은 필연적으로 계속 성장해야 합니다. 신참자들은 기득권에게 봉사하고 착취당하는 것을 허용하는데 이는 다음 신참자들에게 자신들도 똑같은 행위를 할수 있다는 전제하에서만 받아들일수 있는 것입니다.

 

회사와 국가등 많은 것들이 이런 피라미드형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성장하는 집단이 그렇지 못한 집단보다 조직의 안정성이 높고 따라서 성장은 조직의 존립의 핵심적 문제가 됩니다. 산업화 시대를 거쳐 공장노동자들에게 고된 노동과 값싼 임금을 강요할수 있는 명분중 하나는 너희들도 돈을 모으고 교육받아서 우리의 입장이 될때 마찬가지로 잘살수 있다는 약속입니다. 이것은 필연적으로 식민지 개발이나 가난한 나라들과의 교역 또는 이민 노동자들의 유입을 요구하게 됩니다. 선진국은 후진국과 교역하면서 마찬가지 약속을 합니다. 너희들도 다 열심히 일하면 선진국이 될수가 있다.

 

문제는 사회의 요구사항을 해결하면 할수록 사회의 효율성은 떨어진다는 겁니다.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소통은 힘들어지고 분란은 커지기 쉽고 요구는 높아집니다. 더 많은 착취와 더빠른 성장이 있지 않으면 문제가 생깁니다. 그리고 피라미드 사업이라 불리는 종류의 사업이 그러하듯이 어느 순간 피라미드의 새로운 하층부를 구성할 사람들이 더이상 없다는 상황에 도달합니다. 이제 거꾸로 반역이 일어나거나 피라미드 하층부가 떨어져 나가기 시작합니다.

 

피라미드가 크면 클수록 쇠락은 더욱 파국적으로 다가올수 있습니다. 상층부는 같은 수준의 재화를 획득하고자 하나 하층부가 부실해 지면 하층부의 인간이 느끼는 불합리한 착취의 정도는 점점더 커지기 때문입니다. 커다란 피라미드는 종종 정보소통에 문제가 있습니다. 아래는 무너지는데 위에서는 파티를 하고 있을수 있습니다. 이것은 다시 피라미드 탈출을 가속화 시키고 악화는 가속됩니다.    

 

이같은 논의는 재미있는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예를 들어 미국을 정점으로 한 미국문명의 멸망은 임박했는가와 같은 질문이 가능합니다. 미국은 냉전시대의 승자로 세계 경제와 과학발전의 중심역할을 해왔지만 미국의 상태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한 예로 프라자 합의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이는 미국의 달러가 너무 값이 떨어져 세계 기축통화로서 안정성이 문제시 되자 환율절상으로 이를 돌파한 사건입니다. 당시 강력한 경제적 도전자였던  일본은 달러당 260엔에서 110엔으로 환율을 조정하였고 일본은 이후 부동산 거품 붕괴와 잃어버린 10년의 세월을 맞이 합니다. 지금은 중국이 당시의 일본과 같은 역할을 하면서 미국의 경제는 흔들리고 있고 이때문에 중국 원의 환율에 대한 압력은 날로 증가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제2의 플라자 합의가 나와서 미국은 다시 부활할것인가 아니면 소련의 몰락처럼 미국도 극적으로 몰락할것인가는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문제입니다.

 

중요한 것은 미국이라는 사회가 분명히 표면적으로 몰락하는 문명의 패턴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엄청난 전비를 들여도 전쟁의 결과는 신통치 않습니다. 태풍한번 불면 폭도가 날뛰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세계의 중심이라고 말합니다. 미국의 똑똑한 시민들은 더이상 과학에 종사하지 않고 증권가로만 달려갑니다. 미국의 대학원은 세계에서 온 젊은 세대들로 차있습니다.

 

한국이라는 사회의 미래에 대한 생각도 이같은 방향에서 바라볼수 있습니다. 이세계에 한국처럼 주변국과 사이가 안좋고 역사적으로 식민지를 가진적도 없는 선진국이 어디에 있습니까. 한국이라는 사회의 성장은 마찬가지 문제를 제기합니다. 규모가성장하지 못하면 사회적 불만이 폭팔하고 오히려 성장했기 때문에 몰락이 더빠를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아이엠에프를 통해 우리사회가 그리 튼튼하지 못하다는 것을 목격한바 있습니다.

 

한 사회의 재화는 반드시 돈의 형태로만 저축되는 것은 아닙니다. 작금의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들은 거의 예외없이 식민지 시대를 거치며 착취를 통해 부를 축적하고 이를 국민 교육과 사회 인프라 건설, 문화적 유산의 형태로 남깁니다. 유럽이 잿더미가 되도록 전쟁을 하는동안 미국의 산업은 발달했습니다. 이렇게 축적한 부를 기반으로 선진국들은 고부가가치 산업을 하면서 부자나라로 살수 있는 겁니다. 아마도 이같은 이유로 20세기 후반들어 경제성장한 나라중 선진국의 위치에 안착한 나라는 하나도 없습니다. 이젠 대규모 전쟁도 식민지도 없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에서는 이민가야겠다고 주장하는 한국사람들의 글이 종종 보입니다. 언제나 있을수 있는 글이지만 또한 무시할수 없는 징조라고 볼수도 있습니다.

 

성장하는 중국은 다른 나라에 부담이 됩니다. 따라서 세계는 어떤 임계점에 도달하고 있습니다. 선진국들은 한국이 선진국이 되겠다는 요구는 가볍게 누를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중국이 자기몫을 요구한다면 그 몫을 줄수도 없고 주지 않을수도 없을 것입니다. 브릭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성장은 그들의 세계적 영향력을 증대시키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중국이 분열하고 망한다면 그도 세계 경제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릴터 입니다. 시장의 법칙이 지켜지는 것은 열심히 일하면 가난한 나라도 부자나라 될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장의 전망이 불투명하거나 불가능할때 국제시장의 법칙은 무시되고 잔혹한 일이 생길수 있습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은 현재의 규모를 유지하면서 문명을 지키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사회구조, 새로운 국제 정치, 새로운 철학이 요구되는 시대입니다. 이는 착취하지 않으면서도 선진국이 되는 법을 찾는 것과도 연결되어 있다고 봅니다만 아직까지 어떤 가시적인 성과가 있는가 하는 것은 매우 의심쩍은 일입니다. 어쩌면 그런 방법이 있다고 해도 엄청난 비극이 있고 나서야 사람들은 충분히 납득할지 모릅니다. 사람들은 공포에 젖어 어리석은 행동을 하고 안일한 생각속에서 닥쳐오는 파국을 종종 무시합니다. 방법이 있다고 해도 민주적 의사결정에 의해 커다란 사회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은 오로지 거대한 비극을 경험한 후가 아니면 불가능할지 모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