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4.12
인터넷이 전파되면서 세상엔 정보혁명이 일어났다. 전에는 소통할수 없던 사람들이 소통하면서 정보가 모이고 교화되어 사람들은 쉽사리 알지 못하던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것이다. 빠르고 많은 정보, 이것이 인터넷 1차혁명이다. 그렇게 기세좋던 인터넷 혁명이 요즘은 좀 시들하다. 이것은 신용의 위기때문이다. 정보가 아예없던 때보다 정보가 있는 때가 좋았다. 더구나 사진도 올릴 수 있고 동영상도 올리는 시대가 되면서 더더욱 그렇게 되었다. 그러나 어느정도 이상 정보가 몰리고 인터넷의 힘이 권력을 발휘하면서 세상은 너무나 복잡해졌다.
이젠 정보에 대한 역정보가 인터넷에 넘친다. 복잡성의 증가가 일어난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한 작은 도시에 카센터가 몇개 있었다. 각자 가격이 조금씩 다른데도 사람들은 그 차이를 잘몰라서 그냥 자기집에서 가까운 곳을 단골로 다녔다. 그런데 어느날 인터넷 사이트가 생겨서 그 도시내의 모든 가게에서 타이어 교체 가격을 일목요연하게 보게 된다. 사람들은 이제 가장 싼 곳으로 몰린다. 이런 상황에선 잠시 가격경쟁이 일어나지만 결국은 복잡성의 증가가 일어나게 된다. 서비스의 차별화다. 타이어를 교체하고 오일을 같이 갈면 할인해줍니다. 타이어를 갈고 세차하는데 얼마. 뭐 이런식으로 상품을 다양화하면 가격의 직접비교가 어려워 진다. 거기에 인터넷에 어디가 가격은 싸지만 불친절하다는둥 정비가 믿을 수 없다는 둥 하는 정보가 올라오기 시작하는데 이는 소비자의 말일수 있지만 경쟁업체에서 퍼뜨린 악소문일수도 있다.
더 발전된 정보소통은 세상을 잠시 보다 간단하고 투명하게 만든다. 그러나 시장은 살아남기위해 복잡성을 더더욱 증가시켜 그 정보통로를 무력화 시킨다. 요즘 세상이 무척 복잡해 졌다고 느끼지 않는가? 인터넷이 만들어 낸 이 현실은 인터넷 시대를 쫒아오지 못한 노년층의 사람들에게 세상이 점점 더 이해불가능한 것이 되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초기의 행복했던 인터넷 시대는 가버린 것이다. 사람들은 쏟아지는 말의 홍수속에서 누구말을 믿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게 되었다. 조중동같은 거대 신문사의 허실을 폭로했던 인터넷 매체들과 논객들이 이제는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왜냐면 누구나 인터넷에 글을 쓸 수 있고 인터넷 매체는 간단히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걸 기사라고 썼나라고 생각되는 일들이 조중동뿐만 아니라 다른 매체에서 늘어나는 것이다.
몇몇사람을 믿고자 하지만 그들에 대한 믿음도 항상 유지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조금만 돌아보면 그 믿음을 흔들리게 만드는 사실들이 가득하다. 지금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어둠속을 해맨다. 정보가 넘친다는 인터넷 세상에서 오히려 아무 정보가 없는 것같은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서치엔진들은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바로 광고료다. 사람들이 정보를 찾을때 상위순위로 정보를 보여주도록 하고 돈을 받는 것이다. 이것은 자유로운 정보소통이라는 인터넷의 신화가 이미 흔들렸다는 것을 말한다.
혼란이 극심할 때 유용한 것은 다시 사적인 인맥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들은 옳은 말도 있지만 터무나 없는 말이 훨씬 많아서 도움이 되질 않는다. 결국 강력한 신용을 가진 사람들간의 정보소통이 가치있게 되는 것이다. 정보를 가지고 있고 인맥이 강한것은 인터넷 이전 시대의 권력자들이다. 그들이 다시 돌아온다. 그리고 정권도 바뀌게 되었다. 이제 인터넷 시대 초기의 잘나가던 논객들과 인터넷 매체들은 싸구려 임금을 주고 고용한 알바들로 퇴치할 수 있는 별볼일없는 존재가 되었다.
변화는 반대의 변화를 낳는다. 그리고 물론 반대의 변화는 다시 또 그 반대의 변화를 낳을 것이다. 인터넷에서 신용의 중요성이 극명해 지고 있는 요즘 나는 결국 이러한 흐름이 강력한 신용을 보증할 수 있는 인터넷 구조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본다. 그것이 블로그 연대인지 싸이나 세컨드 라이프 형태인지는 물론 알기 힘들다. 그것들이 최종형태인지 아니면 한가지 형태가 더해져 전과는 서로 전혀 다른 어떤 것이 될것인지 알기 힘들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다수의 사람들을 강력한 신용으로 묶는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두가지 방식으로 돌파될수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한다. 하나는 유료 비지니스가 발달하는 것이다. 여행에 대한 정보서비스를 해주는 것이 여행사들이듯이 사람들이 요구하는 정보검증을 대행해 주는 서비스가 발달할 수 있다. 여러가지 형태, 내가 생각조차 할수 없는 형태가 가능하지만 예를 들면 소수의 사람을 위한 매체다.
예를 들어 경제보고서를 작성해서 소수의 사람들에게 크게 돈을 받고 보내주는 서비스는 이미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세상의 복잡성과 혼란이 더해지면 더해질수록 각종 분야에서 이런 서비스가 출현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런 정보 서비스가 발전될것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이것이 반드시 현실을 크게 개선할것인가는 불분명하다. 영화평론을 예를 들어보자. 영화평론이라는 것의 의미중 커다란 것은 모든 영화를 보지 않아도 미리 그 정보로 영화선택을 하기 좋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그런 영향력을 영화평론이 가지게 되면 거꾸로 영화자본은 영화평론에 압력을 가하거나 공격을 가할 수 밖에 없다. 그들의 입장에선 그것은 방어다. 우리나라처럼 작은 나라에서는 대개 자본을 독점한 쪽이 힘이 세다. 결국 영화평론은 항상 모호해진다. 좋다는 건지, 나쁘다는 건지 알수가 없어진다. 같은 종류의 일이 또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높다.
두번째 가능성은 신용검증을 확실히 하는 회원제 사이트의 발전이다. 즉 정보를 주는게 아니라 정보를 감추는 잡음을 생산하는 요소들을 배제하는 회원제 사이트를 운영하는 것이다. 난 이미 이런 사이트가 다수 운영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들은 외부에 홍보를 하지 않고 아직 세상을 뒤엎을 만큼 커다란 규모로 운영할 수 없기 때문에 세상에 알려지고 있지 않을뿐이다.
인터넷 정치평론 사이트는 항상 같은 패턴을 가지고 흥망성쇠를 반복했다. 초기의 시작단계를 지나 성장괘도에 올라설때까지는 인터넷 정치평론사이트는 좋은 정보의 장이 된다. 그러나 어느정도 성장하면 엄청난 양의 잡음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들어오고 정보소통은 마비된다. 이쯤되면 이사이트는 움직이지 않는 사이트가 된다. 소통불능이다. 이것을 조절하는것은 강력한 편집자의 권한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는 편집자층에 대한 강력한 신임이 필요하다. 편집자는 끝임없이 공격받고 결국 편집자의 권위가 무너지고나면 사이트는 다시 아수라장이 된다. 따라서 사람들은 폐쇄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작은 폐쇄커뮤니티라는 것은 어차피 큰 영향력이 없다. 어느정도 규모를 가지면서도 질서를 유지할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어야 영향력이 생긴다. 이는 단순히 인터넷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대중의 지지를 얻을수 있는 인물들이 필요하다. 노무현 대통령 사이트가 호황을 누리는 것은 좋은 예다. 인물을 넘어 철학이 있어야 한다. 즉 사이트의 범위와 사이트가 포용할수 있는 사람들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비공식적인 경우 이런 룰은 관례와 몇몇 신임을 받는 운영자들의 상식으로 유지된다. 보다 공식화되면 이것은 다수가 합의한 문서로 정리된다. 공화국의 헌법같은게 그런것이다. 결국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거대 커뮤니티라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국가의 형태를 가지게 되지 않을까 나는 생각한다. 바로 현실에서 똑같은 목적을 위해 인류가 오래 고민한 끝에 내놓은 답이 그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한국에서 인터넷 공화국을 만들어낼수 있는 인물들이 있고 철학적 바탕이 있는가는 확신할 수 없는문제다. 그러나 필요는 발명을 낳는다. 필요는 날로 점증하고 있다. 가장 절실한것은 철학의 집대성이다. 여기에는 거대한 지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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