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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말
이 세상에는 한가지 곤란한 문제가 있다. 세상이 행복해 지려면 행복한 사람이 나서서 행복을 전파해야 한다.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나서서 행복을 논해봐야 설득력이 적다. 그런데 행복한 사람은 말이 없다. 행복한데 뭘 귀찮게 나서겠는가. 이대로가 좋은데 뭘 따지고 설득하겠는가. 그러니 세상에 나서서 이러니 저러니 따지는 사람들은 불평이 많은 사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중의 많은 수는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겠다고 말하지만 가슴속에 분노와 미움만이 가득하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행복해지는거 맞을까?
흑백론, 선악구도의 문제
악을 물리치고 정의가 승리하게 만들면 행복한 세상이 온다고 하는 식의 주장이 있다. 이런 말도 좀 곱씹어야 할 필요가 있다. 세상일은 선과 악으로 나누어 보기보다는 정답과 틀린 답 아니 더 좋은 답과 더 나쁜 답같은 식으로 나누어 봐야 하는거 아닐까. 실질적으로 완벽한 사람, 완벽한 세상, 완벽한 아이디어는 어디에도 없다. 뭐 세상 사람다 똑같지 잘난 사람이 어디있냐던가 세상에 깨끗한 놈이 어디있냐라는 식의 양비론을 말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는 분명 좋은게 있고 나쁜게 있다. 그러나 그걸 선과 악으로 분리해서 보는 것보다는 좋은 노래와 나쁜 노래, 맛있는 요리와 맛없는 요리를 말하는 식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이것은 그저 말장난이 아니다. 당장 중요한 결론이 있다. 바로 틀린것의 반대는 옳은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나라당을 미워 하고 비판한다고 하면 우리편이라는 식, 노무현을 비판하면 우리편이라는 식의 편가름으로 한국 사회는 도대체 뭘 얻었는가. 좌니 우니 빨갱이니 보수니 하면서 양분법을 휘둘러서 얻었던 것은 거의 없었던 것같다.
행복한 삶의 방식을 전파하는 법
행복한 삶의 방식이란 것은 옳고 그른 시비의 문제라거나 선과 악의 선악문제가 아니고 패션이나 음악이나 요리같은 것이 아닐까. 더 좋은 것이 있고 나쁜 것이 있는 것이지 옳은 음악이 있고 선한 음악이있는 것이 아니며 선한 음악이 아니면 악한 음악이 되는것도 아니다. 행복한 삶의 방식을 전파하고자 한다면 두가지가 필요한 것같다. 하나는 그 삶의 방식의 핵심을 간결하게 표현해 낼 수 있어야 한다. 키워드가 있어야 한다. 자유라던가 참여라던가 민족이라던가 무책임이라던가 뭔가가 한마디로 사람들에게 그걸 설명해 낼 수 있어야 한다. 두리뭉실 좋은 건 다 가져다 붙이는 것으론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짧게 표현하면 오해가 있을 수있다. 또 복잡한 것을 어떻게 짧게 이야기할 수 있는가라고 불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쉽고 짧게 표현못하는 것은 사실은 자신도 그걸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무리 길게 이야기해도 이야기는 이야기에 불과하다. 아이스크림의 맛에 대해 제 아무리 길게 이야기한들 그게 아이스크림의 맛이 되지 않는다. 제 아무리 현란한 음악평론을 해내는 음악평론가도 그가 한소절의 들을만한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증거는 되지 못한다. 말은 아무리해도 그것을 제대로 기술할 수 없다.
이미 이야기한 것과 겹치지만 행복한 삶의 방식을 전파하기 위한 두번째는 자신이 그렇게 살고 있어야 하고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가보지 못한 장소, 먹어보지 못한 음식에 대해 떠드는 것은 최소한 으로 자제해야 한다. 자신을 위해서도 남을 위해서도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음악으로 글로 드라마로 영화로 대화와 연설로 표현하되 그냥 아는 것을 말하는게 아니라 자신이 진짜로 알고 느끼는 것을 표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에게나 다른 사람에게나 소음이 되고 말뿐이다.
그럼 악과의 싸움은 어떻하는가.
아. 듣기는 좋지만 당장 눈앞에 있는 커다란 악과의 싸움은 어떻는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이상론은 집어치우고 현실로 뛰어들자고 한다. 당장 눈앞의 거대한 악과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 싸움을 위해서라면 누구와도 손을 잡을 수 있다. 그래서 일관성이고 스타일이고 명분이고 일단 두번째의 일이 되고 만다.
하지만 음식점하는데 당장 저녁장사는 해야한다며 음식을 싸게 만들거나 남의 흉내를 내거나 미원같은거 엄청나게 넣거나 하는 식으로 해서 과연 그 음식점이 성공할까? 그런 초조함이 그 음식점을 망하게 해온거 아닐까. 더구나 음식점은 주인 혼자책임으로 하는것이다. 좋은 세상만들기를 한다면, 정치에 관심이 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많은 사람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악을 무찌르는 것이 중요하고 내가 옳은가 틀린가가 중요한게 아니다. 나는 급한데 다른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다른 사람들이 멍청하고 악한 사람이고 욕해봐야 바뀌는 것은 없다.
사람들은 왜 움직이지 않는가. 그들은 쓸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선거철이되고 대선선거철이 되면 꼭 이번싸움에서 지면 대한민국이 망할거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수단과 방법을 안가리고 이겨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물론 그 싸움에 진 이후에도 대한민국은 계속된다. 쓸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가 한정되어 있으니 그걸로 뭘 하려면 그 힘을 모아서 낭비없이 쓸 수 있는 구심점이 필요하다. 그런데 구심점이 없으니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새로운 생각,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 광화문을 가득채운 촛불집회를 했는데도 소고기 수입을 못막았는데 똑같이 한번 더 하자는거 이게 공감대가 쉽게 생길까? 무엇보다 대안이 뭔가. 어떤 사람, 어떤 삶의 방식을 대안이라고 내놓고 있는가. 전교조나 민노총이나 민주당이나 노무현계열의 정치인들이 대안으로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는가. 그런데도 우리는 기본을 그저 기본일 뿐이라며 현실로 현실로 나가야 할까.
맺는말
민주당 국회의원들만 마을을 만들어 살면 그들은 행복할까. 한나라당은 어떨까. 민노당이나 민노총은 어떨까. 전교조는 어떻고 서프라이즈에 오는 사람들은 어떨까. 이웃하며 같이 살면 행복할 것같은 사람들의 대부분은 말이 없다. 그들은 그들의 삶을 살아갈 뿐이다. 나는 침묵이 금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선악으로 편을 갈라 싸우고 자신도 행복하지 않으면서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 비결을 알고 있다고 떠들고 현실론을 외치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을 정당화하고 그런게 과연 옳은가 하는 것이다. 지금의 세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우리가 외롭고 동참해 주는 사람들이 없다면 실은 그런 것들때문에 그런게 아닐까. 이것이 진정한 현실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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