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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과학자의 시선

과학은 가치를 낳지 않는다.

by 격암(강국진) 2008. 5. 31.

2008.5.31

요즘 광우병 문제로 과학논쟁이 벌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과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저는 과학적 사실의 중요성을 무시하지 않습니다만 과학과 가치를 혼동하여 사회적 문제를 논쟁할 때 그 결과가 산으로 가는 것을 보게 됩니다. 엉터리 과학은 세상에 많습니다. 거기에 그 엉터리과학조차 사실대로 보도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더욱 나아가 모든 과학적 사실이 올바르다고 해도 가치판단은 과학에 의해 만들어 지지않습니다. 우리가 과학을 포함한 논쟁을 할 때는 매우 조심해야 합니다.

 

엉터리 통계들과 과학들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장소는 어디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과학적 답은 침대라는 농담이 있습니다. 왜냐면 죽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침대위에서 죽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왜 이 말이 농담인지 압니다. 죽기직전의 환자들은 대개 누워있으니 침대로 가는 것이고 침대가 환자를 죽이는게 아니라 죽는 환자가 침대로 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발명품은 자동차입니다. 이 세상에서 자동차 만큼 많은 사람을 죽이고 있는 물건은 없습니다. 심지어 폭탄이나 총탄보다 더 많은 수의 사람을 자동차는 죽입니다. 그러니까 자동차의 판매와 제조는 당장 금지해야 하고 폭탄따위는 쉽게 거래되도록 내버려둬야 할까요? 실제로 미국에서는 총기거래가 합법이고 수많은 사람이 총으로 죽어도 총기거래가 불법화될 조짐은 보이지 않습니다.

 

세계에서 폐렴이나 감기로 죽은 사람의 수는 광우병으로 죽은 사람의 수보다 훨씬 큽니다. 말라리아같은 병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러니 광우병가지고 떠들석한 사람들은 매우 어리석은 셈입니다. 훨씬 치명적인 병에 대해서는 집회 한 번 한 적없으면서 서울시내를 채워가며 광우병의 공포에서 벗어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복권이란 사람들이 복권을 사는 돈을 모은 다음 거기서 수수료를 빼고 세금도 왕창 뺀 다음에 남은 돈을 사람들에게 추첨하여 나눠주는 제도입니다. 따라서 과학적으로 말하면 모든 복권은 사기입니다. 그걸 사서 얻을수 있는 돈의 기대값보다 복권의 가격이 비싸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열심히 복권을 삽니다. 인간의 행동은 과학적이지 않습니다. 누구도 과학적으로 판단하여 스테이크를 먹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사람들의 행동이 과학적이지 않다고 비판하는 것은 헛소리입니다. 그런 예는 끝도 없습니다. 결혼은 과학적으로 합니까? 

 

과학은 가치를 만들어 내지 않는다.

 

이 글의 핵심은 모든 사회적 판단은 가치판단이라는 겁니다. 라이온 일병구하기를 보신분들은 의문을 표할겁니다. 한명의 병사를 구하기 위해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죽는다는 것은 산술적으로 매우 어리석습니다. 그래도 그런 일이 찬양되고 영화까지 만들어지는 것은 가치판단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이왕 죽으려면 차라리 총알을 맞고 죽지 문둥병이나 광우병에 걸려죽지는 않겠다는 것도 가치판단입니다. 이런 가치판단들을 과학적 통계로 비웃는 사람들이야 말로 숫자에 속아넘어간 사람들입니다. 그 사람들이 근친상간을 안하는 것은 유전적 확율로 기형아가 태어날 확율이 높기때문일까요? 그건 그저 덧붙인 설명일 뿐입니다. 우리가 가진 사회적 가치와 도덕은 과학으로 설명될 수 없습니다. 어떤 사람이 순수히 과학적 입장에서만 행동하고 모든 편견을 타파한다면 그 사람은 사회적으로 같이 지낼 수 없는 미친 사람같을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각자가 다르고 민족마다 다르고 대륙마다 다른 가치관이 있습니다. 어느 나라에서는 개고기를 먹는게 야만적이지만 그런 나라에서 수많은 개들이 애완견으로 장난감역할을 하다 길거리에 버려져서 죽어갑니다. 한국인들은 그거야 말로 야만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건 과학의 영역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인들이 공감대를 가지는 가치가 있습니다. 그게 식품의 안전성이죠. 이걸 지키기 위해 세상의 모든 나라들이 노력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대통령은 세계의 유수한 선진국이라면 누구도 받아들이지 않을 협상결과를 가지고 개선장군처럼 귀국합니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하는 말은 잘 몰라서 그렇답니다. 정치적 교수들은 국민이 과학을 모른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또 엉터리 통계를 들이댑니다. 국민들은 조중동식당에서 국회식당에서 소고기메뉴가 갑자기 비인기로 변한 것을 조롱합니다. 궤변으로 세상을 속이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상식이 부족한 사람들이 말하는 과학이란 광우병협상이나 대운하같은 괴상한 결과를 만들어 낼뿐입니다.

 

과학은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내지 못합니다.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것처럼 일단은 일반상식이 중요합니다. 상식적 가치관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게 과학은 그저 원하는 결론에 짜맞추기 위해 도용되는 엉터리 이름일 뿐입니다.  중요한 국민이 그걸 싫어한다는 겁니다. 그게 국민의 선택이라는 겁니다. 우리도 선진국민만큼 식품안정성 보호받고 싶다는 겁니다. 상황이 반대라면 미국이 결코 이런 조건으로 수입허락 안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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