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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과학자의 시선

젊은이들의 전쟁

by 격암(강국진) 2008. 7. 31.

2008.7.31

유관순이 3.1운동에 참여하고 재판받아 사망했던 때의 나이는 17살이다. 김구가 동학혁명을 지휘하던 때의 나이는 18살이다. 서재필이 1884년 12월 김옥균, 홍영식등과 갑신정변을 일으켜 병조참판겸 정령관이 되었을 때의 나이도 18살이다. 빌게이츠가 마이크로 소프트사를 설립했을 때의 나이는 20살이고 워렌버핏이 주식투자를 시작한 것은 그가 26세일 때의 일이다. 나폴레옹이 쿠데타를 일으켜 통령 정부를 세우고 종신통령에 취임했던 때의 나이는 30세였다.

 

나는 역사의 인물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항상 그런것은 아니지만 과거의 어린 청년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어른스러웠다는 생각을 한다. 꼭 전문적 능력이나 지식의 크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그들은 훨씬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사고를 하고 행동을 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그에 비하면 오늘날의 청년들은 원인이 뭐건간에 자기일에 파뭍혀 세상일을 모르거나 관심이 없다. 뭔가를 독립적으로 판단한다고 해도 그 규모가 매우 작다. 일제때 국가의 독립과 자주를 논하던 중학생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자기가 갈 대학의 과도 자기가 정하지 못하는 고등학생이 대부분이다.

 

사실 나쁜 예를 들자면 끝도 없다. 대학원이나 사회인이 되어도 자기가 자기옷을 고르거나 직장을 선택하거나 배우자를 선택하지 못하는 사람은 흔히 볼 수 있다. 이것은 지적능력이나 학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뛰어난 우등생중에는 오히려 정도가 더 심한 경우도 많이 볼 수 있다. 그들은 교과서를 공부하고 시험보는 일에만 눈이 집중되어 그이외의 일에는 매우 취약하다.

 

나는 어른들이 고의적으로 그렇게 만들었다고 본다. 그렇게 키워야 이용해먹기 좋기 때문이다. 어린 아이들의 모습은 그들을 교육시킨 어른들의 책임이다. 이런 현실진단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도 있고 부정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그 이유에 대한 의견도 여러가지 일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내 생각에 이런 문제의 근본에는 세상에 전쟁과 격변이 적은 가운데 인간수명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있다고 본다.

 

전쟁이나 혁명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기존의 기득권을 전부 몰아내고 새로운 지도층을 형성하게 만들거나 기존의 성인세대를 전부 죽이고 신진세대가 세상을 이끌어가게끔 하는 결과를 낸다. 그것이 없는 가운데 인간수명이 증가하자 세상에는 어떤 모순이 누적되고 있다. 그리고 그 모순의 피해는 주로 어린 세대들에게 퍼부어져 진다.

 

전세계 선진국 치고 연금문제나 재정적자 문제에 시달리지 않는 나라는 거의 없다. 이 문제는 말을 좀 뒤집으면 결국 미래의 세대에게서 돈을 훔치는 것이다. 미래에 연금을 부을 세대, 미래에 세금을 낼 세대에게 묻지도 않고 돈을 흥청망청 써서 그 빚을 남기는 것이다. 철수 아빠, 만수아빠, 영이아빠가 모여서 술퍼마시고 자동차사면서 자기 아들딸들 명의로 빚을 쓰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어른 세대는 작당하여 아이들 세대를 빚쟁이로 만든다. 사회의 임금수준을 고려할 때 한 아이가 성공한 사회인이 되기위해 소요되는 교육비는 엄청나게 증가하였고 결혼하여 분가하면 사야하는 집값 역시 매우 증가하였다. 아이들은 세금으로 돈을 뜯길뿐 아니라 교육비와 주거비를 위해 더많은 빚을 지게 된다. 다행히 부모가 그걸 낼 수 있는 아이들은 부모덕에 빚쟁이 신세를 면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엘리트코스에서 나오거나 처음부터 빚쟁이가 되는 수밖에 없다.그래서 부자나라의 국민들은 대개 애를 잘 낳지 않는다. 책임이 중하기 때문이다. 미래세대는 날 때부터 빚장이 이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는 누구에게 빚을 지는가. 바로 어른 세대다. 따라서 힘들어도 어른세대들에게 복종하고 그들의 부를 불려주기위해 일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그들은 참고 기다리면 그들의 때도 올 것이라는 말을 듣는다. 한세기전에 그것은 20살무렵이었으나 이제는 40이 넘어도 그때가 오는지 안오는지 확실치 않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세상을 넘겨주지 않는다. 계속 규칙을 바꿔서 노예처럼 부려먹을 뿐이다.

 

청년들중에는 미래를 비관하여 일찌감치 일하기를 그만두는 사람들이 생긴다. 일본의 경우를 보자

 

아르바이트로만 생활하는 프리터족(Freeter·Free+Arbeit)이나 학교에도 가지 않고 구직도 하지 않는 니트족(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이 급증하는 추세다. 최근엔 부모에게 얹혀사는 파라사이토(Parasite·기생체인 패러사이트의 일본식 발음)란 말까지 나왔다. 가장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일본 내 프리터족은 같은 또래의 20%인 1266만명, 니트족은 90만명으로 4%에 해당되는 것으로 알려져 일본 내에서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는 중이다. (매경이코노미 제1464호(08.07.16일자))

 

이런 와중에 인간의 수명은 지금도 무섭게 늘고 있다. 미국의 발명가 커즈바일은 그의 책에서 인간이 수백년이나 수천년을 사는 시대는 눈앞에 와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논지는 앞으로 30년을 살아남을 수 있다면 30년후에는 또다시 30년을 생존하게 만들어줄 신기술이 나오게 될거라는 것이다. 인공장기, 나노기술, 로보틱스같은 기술들이 뇌를 제외한 모든 부분을 대체하고 치료하는 것을 가능케한다는 이야기가 나온지는 꽤 오래되었다.

 

힘들게 성장하여 장년이 된 세대는 어떻게 힘든 세상을 살아갈까. 더더욱 다음세대를 많이 착취하는 수밖에 없다. 착취의 피라미드가 성장할수록 가장 아랫쪽이 수탈당해야 하는 양은 급증한다. 이 모순은 빌게이츠나 워렌버핏이 전재산을 사회환원하는 정도로 해결되지 못한다.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인류역사에 일부일처제는 언제나 있었던 것이 아니다. 원숭이무리만 봐도 우두머리가 모든 암컷을 차지한다. 그런데 사회가 커지고 엄청난 부자가 생겨나기 시작하자 부자가 여자를 독차지 하면 엄청난 수의 남자들이 여자를 가질수 없게 되었다. (가진 재산만큼 여자를 차지한다면 빌게이츠가 얼마나 많은 여자를 독차지 하겠는가). 이는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시킨다. 계속 전쟁을 일으켜도 해결되지 못할정도의 문제이므로 인류는 일부일처제를 적어도 한남자가 4명이하의 여자만 가질 수 있다는 도덕과 법으로 대체했을 지도 모른다.

 

부의 피라미드는 전세계를 덮고도 가장 아래층을 구하지 못해 비틀거린다. 각 나라는 점점 더 탐욕적으로 변해갈수 밖에 없다. 누군가에게서 돈을 벌어오지 않으면 성장과 확대하지 않으면 사회내부의 분노는 부풀어오르기만 하기 때문이다. 여자부족은 전쟁을 일으켰고 다수의 남자들을 전쟁으로 죽임으로써 모순을 해결했다. 부의 피라미드는 해결책이 보이지 않을 때 그런일을 일으키지 않을까?

 

어쩌면 멀지 않은 장래에 이 세상은 완전히 뒤바뀌지 않을까. 젊은이들이 폭력적 혁명을 일으키던 국가를 탈출하여 다른 이민가 버리던 혹은 또다른 극적인 규칙을 도입해서건 말이다. 반면에 우리는 삼성을 이재용에게 물려주느라 나라가 야단이다. 21세기의 한국은 19세기의 고민을 하고있다. 선진국들은 20세기 규칙을 가지고도 점증하는 불만을 두려워 하는데 이나라의 기득권층은 조선왕조를 꿈꾼다. 민란은 일어나지 않을까? 대탈출은 일어나지 않을까. 아니 아예 나라에 반역하여 이런 나라 없애버려야 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까지 이르지는 않을까? 촛불을 든 사람들이 어린 학생들이 많다는 것이 우연은 아니지 않을까?

 

다 모르는 일이다. 그렇지만 그렇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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