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한때 한국영화라면 절대 보지 않았다. 도무지 앞뒤가 안맞는 스토리가 너무 싫었다. 마치 자기가 무슨말을 하고 싶은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같았다. 그것이 초록물고기라는 영화를 만나며 바뀌게 된다. 아 한국영화 꽤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그무렵부터 미국영화쪽에 흥미를 잃어버리던 참이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역시 미국영화는 스토리가 없었다. 보다 거대한 볼거리에 몰두하던 미국 할리우드는 신기한 볼거리를 마구 쏟아내었으나 신기한 볼거리는 금새 질리는 법이다. 역시 영화는 스토리와 메시지가 주요 매력이 된다. 나는 한국영화만 골라보고 한동안 할리우드 영화는 보지도 않았다.
그런 내가 언젠가부터 다시 한국영화를 안보기 시작했다. 요즘은 일본영화를 찾아서 보고 있다. 이유는 역시 스토리다. 한국영화의 성공은 한국영화의 몰락을 가져오기 시작하는것 같다. 8월의 크리스마스나 초록물고기, 반칙왕, 마라톤 같은 영화는 좋다. 그런데 몇몇 대작영화들이 한국영화를 본격적으로 말아먹기 시작한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 망해서 참 다행이었다. 모든 사람의 찬사를 받았던 태극기휘날리며나 실미도의 성공은 그만큼이나 좋았던 말죽거리 잔혹사를 잊혀지게 만드는 것으로 지나지 않고 한국영화의 대작화를 더더욱 부추킨다.
대작화라고 하지만 줄거리가 대작화된게 아니다. 결국 감독들은 제작비를 볼거리에 퍼붓고 더커진 제작비를 뽑아내기위해 모든 영화관을 대작영화가 차지하고 만다. 놈놈놈을 나는 아직 보지 않았다. 나는 이영화가 그리 나쁘지 않은 아니 훌룡한 오락영화일것을 믿어의심치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거리없이 총질이 난무하는 액션만 있는 영화란 입맛이 쓰다.
일본영화를 무조건 찬양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일본은 일본적인 영화의 맥을 잇고 있는 것같다. 거기에는 돈많고 시장이 큰 것이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아뭏튼 한국은 2등이 먹고살기 너무 좁고 1등은 너무나 욕심이 많아 이득을 독식해버리니까말이다.
일본영화는 어찌보면 자폐증환자의 독백처럼 자기자신만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고 느껴진다. 자신없는 소시민의 일상을 그리는 것이 일본 영화와 드라마의 전매특허다. 그게 아니면 길게 설교를 늘어놓기 좋아하는 어색한 영웅담이 나오는데 그건 좀 보기 애처로와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기무라타쿠야는 반감이 든다.
어쨌건 말이다. 한국은 어찌될것인가. 박찬욱감독의 복수3부작은 좋았지만 달라진 세상에서 그런 영화들이 환영받을까? 우리는 장동건은 세탁소의 무사로 만들고 이병헌은 미국 특공대로 줘버린다. 그들은 베트맨을 이길수 없을 것이고 사라질것이다.
애초에 한국영화가 가지는 힘이란 자본의 힘이 아니고 스토리 없는 대작영화란 약먹고 미쳐날뛰는 것같은 부작용을 가져온다. 엄청난 인기몰이후에 탈진한 시장을 남기는 것이다. 태극기 휘날리며와 실미도가 개봉했을때 한국영화는 신기원을 이룩하는것 같았다. 천만을 넘기는 영화가 두편동시개봉이니 한국이 얼마나 시끄러웠겠는가. 그리고 나서 한국영화는 쑥쑥 자랐나? 내가 보기엔 탈진해 버린것 같다. 큰영화의 성공이 공식이 되어 작은 영화들은 이제 눈에도 차지 않게 되었나? 이젠 그런 영화들은 어디 영화제나 보내기위해 만드나?
최근엔 자학의 시를 보았다. 억지스러움이 많은 영화고 그 철학에 대단한 감명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나는 충분히 만족했다. 일본영화를 보았다는 느낌이다. 웰컴백맥도날드를 볼때도 그런 느낌이었다. 한국사람의 삶이 녹아있고 한국사람의 스토리가 녹아있는 영화는 어디에 있는가. 세계 흥행을 위해 독립군 장면을 지워버린 놈놈놈인가?
한국문화상품으로 세계에 유명세를 떨친건 겨울연가와 대장금이었다. 한국식의 러브스토리와 한국의 사극이다. 우리것을 버리고 어디 우주로 정신을 보내버린다면 나는 다시 한국영화는 절대 안본다는 시대를 가지게 될지 모른다. 잘 모르는거 흉내좀 내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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