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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교육에 대하여

교육의 목표

by 격암(강국진) 2008. 9. 8.

2008.9.8

교육의 목표는 뭘까. 지식의 습득? 물론 기본적인 소양은 누구나 가져야 한다. 읽기와 기본적 산수와 상식말이다. 그러나 지식의 무차별 추구는 사실 요즘 세상에 의미가 없다. 나중에 뭐에 쓸지 알고 체계도 없는 지식을 공부하나. 좀 더 적나라하게 답을 말해보자. 대입시험에서 이기고 나중에 취직 잘하게 되는 교육을 하는것이 교육의 핵심이 아닌가. 맞다. 그리고 그래서 이런 점이 한국교육의 핵심적 문제를 만든다. 한국은 다양성이 허용되지 않는 곳이다. 다양한 가치관이 공존하지 못하고 서로 치고 받고 싸운 끝에 승자가 패자를 조롱하고 학살하는 장소다. 

 

한마디로 한국 사회는 사람들을 한가지 기준으로 죽 줄세워서 모든 사람을 같은 가치관으로 평가하고 싶어한다. 예를 들어 한국 사람을 최고 부자에서 최고 가난뱅이 까지 줄을 세우는 것이다. 아니면 한국 사람을 최고 학벌에서 최저 학벌로 줄을 세우던가 최고의 부자 가문출신에서 최저의 엉망진창 집안출신으로 줄을 세운다. 

 

가치관이 단순하니 수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나는 평균이하의 사람으로 여기며 살아야 한다. 가치관이 다양한 가운데 평균이하라는 건 나쁘지 않다. 예를 들어 내가 달리기에 큰 관심이 없고 그것에 가치를 두고 있지 않다면 내 달리기 속도가 평균이하라는 사실때문에 자존심이 상하지 않는다. 각자는 각자의 목표와 가치관을 가지고 자기 삶을 살아야 한다. 남과 비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은 몇가지 안되는 잣대를 교육하고 강조하고 떠들어 대기 때문에 그 잣대에서 벗어나 사는 사람은 스스로를 인간으로서 평균이하로 생각하게 되기 쉽다. 스스로가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그렇게 대접하는 일이 생기기 쉽다. 

 

교육의 목표는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모두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자기가 있고 싶은 사회적 위치에 존재하도록 하는 것이다. 교육의 목표는 가장 키 큰 사람을 뽑는게 아니라 여러가지 옷들중에서 자기 몸에 맞는 옷을 골라 입도록 하는데 있다. 그것은 물론 기본적으로 다양한 가치관을 제시하는데서 시작한다. 내가 국영수를 잘하면 나는 반드시 최고 인기학과에 가야할까? 실은 나는 라면집을 하거나 빵을 만들어 팔면서 더 행복을 누릴지 모른다. 실은 그런 학생이 제빵사가 되어 한국에 최고의 빵을 만들어 줄지 모른다. 욕구불만에 가득찬 원하지 않는 대기업 말단 사원이 되는 대신에 말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 하는 이유는 또있다. 선진국에서는 그리고 현대에서는 우리는 모두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그런게 소위 고부가가치 산업이고 직업이다. 나무를 잘라도 마구 자르는 막노동꾼이 되는게 아니라 나무의 전문가로 장인이 되어야 잘살 수 있다. 그런데 전문가가 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미리부터 자신의 꿈을 알고 준비하는 것이다. 원하는 꿈을 위해 관련된 폭넓은 교양을 쌓았을 뿐만 아니라 미리부터 그쪽으로 관심가지고 공부하며 큰 학생을 천편일률적으로 뭐든지 공부해서 대학에 들어가고 심지어 대학원에 가서 자기 진로를 찾는 사람이 이기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다양한 삶의 목표를 찾아주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라면 어린 학생들이 가장 많이 해야하는 일은 여러가지 직업을 보고 무엇보다 다양한 독서를 하는 것일 것이다. 아이들은 다양한 것을 보고 듣는 가운데 서서히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관심을 좁혀나가야 한다. 이것은 정답이 없는 문제이므로 외부의 간섭은 최소화해야 한다. 함부로 이리저리 흔들어 대면 착각이 일어나고 불안한 마음에 자기 마음에도 없는 보수적인 결정을 할지 모른다. 이렇게 해서 축구의 신동이 3류 영업사원이 되고 말 수도 있다. 천재 과학신동이 사법고시에 매번 떨어진 끝에 좌절한 인생낙오자가 될지 모른다. 자신의 적성과 재능을 제일 잘 느낄 수 있는 건 결국 자기 자신이다. 그러니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사람은 적성에 맞지 않는 진로를 택하게 되기 쉽다. 

 

하지만 오늘 이 순간에도 한국은 아이들을 한줄로 세우지 못해 야단이다. 아이들은 너무 바빠서 논술대비용으로 줄거리 요약해놓은 문학작품을 읽는다. 영어를 왜 하는지를 제대로 느끼지 못한 채 시험과목으로서의 영어를 열심히 공부한다. 초등학생이 좋은 중학교 가겠다고 이력서 쓰는 법, 자신을 잘 소개하는 법을 공부한다. 왠지 선물상자의 속은 채우지 않고 겉포장부터 신경쓰는 것같다. 무엇보다 단순한 가치관 속에서 학교는 수없는 패배자들과 겁쟁이들을 양산한다. 단언하건데 99.9% 한국인은 스스로 패배자로 여기거나 남들에게 그런 취급을 받는다. 공부를 못해서, 집이 가난해서, 외모가 뒤떨어져서, 사교성이 좋지 않아서 우리는 패배자가 된다. 이런 세상은 우리가 만드는 것이다. 도대체 이런 세상을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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