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5.31
한국은 몸살을 앓아왔다. 그것을 어떤 이들은 먹고 살 것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오히려 이제는 그 병때문에 부자도 못되고 있는 것같다. 그 병이란 정신적 공허와 가치관의 혼란, 국가정체성의 희미함 같은 것들이다. 국가니 민족이니 하는 거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우리는 한 개인 한 아이의 교육에 있어 뭐가 부족한가를 좀 생각해 보자. 많은 사람이 그토록 비판하고 부정하고 싶어하는 것에는 선비정신이 있다. 반유교적인 이 시대에는 종종 위선적 정신쯤으로 여겨되는 그것이 과연 무엇인지 과연 다른나라에는 그것이 없는지 왜 그것이 중요한가 하는 가를 생각해 보자.
한 사람의 교육에는 양면이 있다. 하나는 그가 얼마나 많은 지식을 쌓았는가 하는 것이고 또하나는 그 사람의 몸과 마음을 훈련하고 하루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가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식을 쌓는 것은 산수를 배우고 영어를 공부하고 지리, 과학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라면 몸과 마음을 훈련하고 하루를 보내는 법이란 자신의 인생의 의미를 생각해 보고 도전의식과 동기를 가지며 건강을 유지하고 주변사람들과 조화롭게 보내는 법에 대한 것이다.
이 두가지 공부는 서로 전혀 다른 것이며 전자는 흔히 학문을 한다고 하고 후자는 흔히 수신이나 도를 닦는다고 말해지기도 하는 것같다. 나는 도를 닦는 법을 모르며 굳이 이런 것을 도를 닦는 다고 말해야 할 이유도 모른다. 오늘날 이미 수많은 자기개발서가 서점을 채우고 있다. 그것들이 신기한 지식인것 같지만 실은 유불의 경전에서도 비슷한 말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건강과 공부에 대해 생각해 보자. 건강하지 않으면 공부가 될 리가 없다. 배워도 잊어버릴것이다. 그런데 건강이 중요하다고 하면 그걸가지고 쓸데없는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을까? 조선시대에 매우 강조되었던 것은 생활의 태도, 마음자세 같은 것이었다. 그것만으로 충분치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걸 무의미하다고 하는 것도 틀린 것이 아닐까?
서양은 그런 거없이도 발전했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착각이라고 말하고 싶다. 서양에는 기독교가 있었다. 종교에서 절제와 중용과 검소와 꾸준함을 가르친다. 그것위에 음과 양처럼 대립해서 존재하는 것이 과학이고 합리주의였다. 그런데 한국은 정신은 빼고 내용만 받아들인다. 그 결과 무절제하게 많은 것을 소유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처럼 여겨진다. 그저 배금주의다. 공부를 자기수양의 의미로 받아들일 때 고등학교를 졸업한거나 박사를 받은거나 그게 무슨 차이가 있을까. 평상시에 공부했으면 공부를 많이 한 것이고 학벌은 의미가 없다. 그런데 소유하는 것에 눈이 먼 사람들은 그저 학벌에만 모든 가치를 둔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은 모두 오류다. 지식을 쌓지 않고 신비주의로 빠지는 것은 오류지만 지식만 신봉하고 자기수양을 무시하는 사람은 결코 크게 되기 어렵다. 우리는 우리의 것을 모두 버리고 문제가 생기면 서양의 것으로 메꾸려고 한다. 우리의 것은 미신이며 무지라고 하면서 서양의 것을 받아들이는데 우리는 이미 우리의 것에 뿌리깊이 적응된 상태다. 멀쩡한 집을 다 부시고 가건물 세우는 것과 뭐가 다른가.
노무현이 상고를 나왔으면 학자가 아니고 책도 안 읽는 게으른 박사, 사법고시 통과한 검사들은 대단한 학식이라도 있는 양한다. 그러나 대화를 해보면 제대로 의견도 없으면서 자신은 학식이 높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국이 자기수양의 길을 버리고 얇팍한 지식과 증명서에 미쳐버렸기 때문에 생기는 몰상식이다. 지금의 대통령이야 말로 내가 보기엔 무식이 철철 흘러넘친다. 유명 사학인 고려대학씩이나 나오고 대기업 사장을 역임했지만 말이다. 문화가 뭔지, 서비스 산업이나 문화산업이 뭔지는 관심도 없고 오로지 토건 산업에만 관심이 있으며 세상을 아주 단순하게 보고 있다. 반지성이 간판을 가지고 지성을 죽이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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