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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무분류 임시

교육 시장의 미래

by 격암(강국진) 2009. 6. 17.

유명한 블랙스완이라는 책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옛날 유럽에는 도시마다 활동하는 가수가 있었다고 한다. 아직 방송과 녹음기가 나오기 전이어서 노래를 즐기고 싶은 사람은 직접 가수가 부르는 노래를 들을수 밖에 없었다. 물론 당시에도 전국적으로 유명한 가수가 있었고 지방에서만 활동할수 있는 이름없는 가수가 있었지만 직접 콘서트로 만날수 있는 사람의 수와 가수가 하루에 직접 노래를 부를수 있는 횟수를 생각하면 별로 노래를 잘부르지 못하는 사람도 가수로 밥을 먹고 살수 있었다. 

 

이와같은 직업환경은 방송과 녹음기가 나오면서 완전히 뒤바뀐다. 이제 방송매체를 통해서 전국 최고의 가수가 전국에 노래를 할수가 있기 때문이다. 재능없는 시골가수의 노래를 듣는것 보다 라디오를 틀어놓고 최고의 가수의 노래를 듣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이것은 수많은 가수들이 큰 편차없이 돈을 벌던 상황에서 최고의 가수는 엄청난 돈을 벌지만 재능없는 가수들은 시장에서 퇴출되게 되는 상황을 만들어 낸다. 

 

녹음기술과 방송기술이 발달하면서 경쟁은 더더욱 치열해 진다. 이제 가수들은 한나라안의 가수들과 겨루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의 가수들과 겨뤄야 하며 심지어는 역사상 가장 훌룡한 가수들과 경쟁해야 한다. 역사상 최고의 가수가 평생 가장 잘 불렀던 노래를 음반으로 남기면 사람들은 그 노래를 듣는데 익숙해 지기 때문이다. 최고가 돈을 싹쓸이 하는 시스템이 되면 최고가 되기위해 산업은 전문화 기업화된다. 연예인 매니지먼트 산업이 나오고 공연 프로듀싱은 다른 곳에서 하고 하는 식이다. 재능있는 가수가 최고의 환경에서 최고의 협력을 받으면서 최고의 쇼를 한다. 

 

비슷한 일이 많은 산업에서 일어났음을 우리는 쉽게 알수가 있다. 식료품산업도 그렇다. 보존기술과 운송기술의 발전은 1등이 전부를 독식하는 상황을 만들어 낸다. 출판산업도 그렇다. 인쇄술의 발달이전에는 베스트 셀러작가의 책을 모두가 읽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베스트셀러작가나 유명 드라마 작가들은 비서들이나 보조작가를 두고 기업처럼 책을 쓴다고 한다. 그렇다면 교육산업은 어떨것인가. 대학과 초중고는 어떠할것인가. 

 

억대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학원강사가 인터뷰를 한것을 들은 적이 있다. 보통의 선생님들이 자신의 강의와 경쟁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무려 10명의 보조선생님을 두고 자료를 준비한 후에 강의를 한단다. 최고의 재능을 가진 선생님이 최대로 투자해서 하는 강의를 보통의 선생님이 따라올수 있을리가 없다. 

 

이같은 변화는 교육의 환경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에서 최고로 화제가 되는 회사중의 하나는 바로 메가스터디다. 기업의 주가총액이 1조 4천억대에 이르는 이회사는 바로 동영상강의를 서비스 하는 회사다. 그밖에도 동영상강의는 이제 아주 흔한 것이 되었다. 초중고 일반인 대상으로 온갖종류의 동영상 강의 서비스가 세상을 채우고 있다. 

 

이같은 변화가 초중고에서 멈추고 대학을 침범하지 않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일단 대학은 단순히 졸업생을 만들어 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대학의 권위를 지키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일것이다. 극단적으로 단순하게 한편으로 말하자면 대학은 교육을 파는게 아니라 졸업장을 판다. 많은 학생들은 교육을 사는게 아니라 졸업장을 산다. 그러나 이것은 과거에도 100% 진실이 아니었을 뿐더러 요즘에는 더더욱 그렇다. 기업들로 부터 졸업생들의 능력에 대한 요구를 받고 있는 한국의 대학들과 학생들이 이런 태도를 유지할수없다.   

 

두번째는 대학의 수는 고등학교보다 훨씬 적어서 일종의 담합이 일어나기 쉽다는 것이다. 무한 경쟁이 대학간에 일어나기는 고등학교보다 훨씬 어렵다. 그러나 학생수가 줄고 대학들안에 위기소리가 나온지 오래니 이것도 한계가 있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전세계 최고의 권위자가 전세계의 수많은 대학생을 한꺼번에 가르치는 세상이 온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대학은 전혀 다른 모습을 하게 될것이다. 사람을 평가하는 방식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행해져야 할것이며 무슨 대학을 나왔다는 것이 의미를 잃어버릴수 있다. 

 

우리의 상상력을 발휘하기 위해 가수들의 경우에 비추어 무슨일이 일어나는지 생각해보자. 방송과 녹음기의 시대이전에 훌룡한 가수라는 증명서는 큰 대도시의 유명극장에서 노래부르는 가수라는 직위였을 것이다. 누군가가 자신의 능력을 보증하기 위한 증명서를 낸다면 그런 이력에 대한 증명서를 제출할것이다. 

 

이것은 훌룡한 지식인 내지 교수는 현재 유명대학의 교수자리를 가지는 것이며 훌룡한 학생은 명문대의 유명학과를 졸업한 것이라고 여겨지는 것과 비슷하다. 서울대졸업장이 곧 능력에 대한 증명서가 되지 않는가. 

 

그럼 지금은 어떤가. 극장의 시대는 가고 방송이 지배하고 있다. 엠비씨 전임 가수가 있나? 매니지먼트 회사가 면접을 통해 연습생을 뽑고 그중에서 스타가 되는 가수가 선발되는 시스템이 보통이다. 인터넷을 통해 직접 엠피쓰리를 올리고 유명해 지는 경우도 있다. 

 

미래에는 아마도 지식인도 일종의 세일즈 매니지먼트를 해주는 서비스가 필요할 것이다. 붙박이로 어딘가에 소속되는 일은 별로 없다. 특히 평생보장은 어림없다. 요즘 모든 장르의 노래를 주문이 들어오는대로 부르는 만능가수가 아니라 특정장르의 전문가가 가수가 되어야 하는것처럼 자신의 특기를 살려야 할것이다. 강의전문 교수는 강의만 하고 연구전문교수는 연구만하고 아니 이보다 훨씬 세분화된 전문직종으로 분화할지 모른다. 

 

이런 시대에 정말로 필요한 것은 자기 관심과 재능과 개성을 알아서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일것이다. 초중고대학교니까 이러저러한 것을 공부한다는 식은 안된다. 편안히 앉아서 시키는것만 하다보면 진도나가는 시대는 이제 끝이 나간다. 

 

필자가 대학을 들어가던 1988년 물리학과는 한국에서 가장 인기좋은 학과였다. 불과 20년만에 세상은 전혀 달라졌다. 아니 물리학과가 인기없어지는데는 10년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지금 일어나고 잇는 변화들은 더더욱 빠르고 거대한 규모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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