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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국가란 무엇인가

한국의 보수 정치를 지지한다는 사람들

by 격암(강국진) 2009. 8. 29.

2009.8.29
머릿말

한국에서 보수 정치를 지지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좀 공통된 특징이 있다. 그걸 줄줄이 나열할 수도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특징은 이거같다. 질서와 절차를 지키는가 아닌가다. 한국의 보수정치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대개 질서를 무시한다. 즉 줄을 서야 하는 곳에서 줄서지 않는다. 그들이 법과 질서를 말할 때는 주로 다른 사람을 비판할 때다. 그들은 독재를 찬양하고 특권을 당연시한다. 이러니 보수 정치가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절차를 무시하는 이유

그들이 절차를 무시하는 이유는 두가지 정도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특권의식이다. 소수의 기득권에 속한 사람들은 자기들은 특별하고 남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남들이 서는 줄 나는 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따르는 절차 나는 필요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주로 주장하는 것은 이 사회와 이 나라는 잘나신 몇명의 영웅께서 이끄시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런 잘난 분들은 특권을 누려야 하고 보통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줄을 설필요가 없다. 나 스스로가 이정도면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럼 물론 나정도면 법과 질서 위에 있어야 마땅하다. 

이분들은 중요한 분이기 때문에 위장전입을 하건 탈세를 하건, 질서를 지키지 않고 욕을 하건 존중받아야 한다. 기업회장이 재판받을 때와 보통 소시민이 재판받을 때 처벌은 당연히 달라야 한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람은 존중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학생선발도 일찌감치 잘난 놈 뽑아다가 대우해 줘야지 여러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며 기다리는 건 시간낭비다. 

절차를 무시하는 것은 흔히 실용적이라는 말로 포장된다. 대충주의라는 말도 있다. 그냥 대충 마음에 끌리대로 원칙없이 일처리 하는 것이다. 그게 더 실용적이며 현실적이라는게 이들의 믿음이다. 

절차를 무시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단순한 무지다. 이들은 자연히 주로 저소득층, 저교육층, 노년층에 많이 존재하는데 이들은 날로 더 복잡하게 변해가는 사회환경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들은 절차라는 것을 따르는 것이 너무 어려운데 왜냐면 그 절차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들은 복잡한 절차를 지키다보면 자신들이 오히려 속는것처럼 느껴진다. 물론 실제로도 그런 일이 절대 없는 것은 아니다. 

실용주의와 사회의 복잡성에 대한 생각

위에서 말한 것중에 실용주의나 사회의 복잡성에 대한 생각은 한번 더 언급이 필요하다. 세상 모든 일을 정확히 절차를 만들고 법을 만들어서 곧이곧대로 그걸 지키려고 하는 것은 당연히 매우 어리석은 생각이며 사실 매우 비 실용적이다. 그러나 이 말은 세상의 모든것을 절차를 무시하고 대충 처리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사회의 복잡성은 시간에 따라 경제수준에 따라 대개 더 증가한다. 그러니까 그 사회에는 그 사회에 적합한 정도의 복잡성이 있다. 이것은 소달구지를 만들때 부품이 가져야 하는 정교함과 로켓을 만들때 부품의 정교함이 서로 다른것과 마찬가지다. 사회가 소달구지 같은 단순한 구조일 때 절차는 대충만 지켜지면 된다. 사회가 매우 복잡하고 빠르게 변해갈 때 절차는 매우 엄밀하게 지켜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형사고가 난다. 한번의 스위치 조작이 수백만을 죽일 수도 있는 것이 현대사회가 아닌가. 

그런데 보수정치를 지지한다는 사람들은 대개 현실 한국사회가 요구하는 절차의 엄밀성이 가지는 중요성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자기들은 특별하다고 생각하고 법과 질서를 무너뜨린다. 이것은 결국 사회적인 사고로 이어진다. 여러가지 범죄나 정신적 문화적 충격이 사회로 퍼진다. 삼성의 이재용씨가 삼성을 장악하기 위해 벌여온 재판들이 얼마나 사회에 영향을 주고 있는가만 생각해 봐도 알수 있다. 

복잡성의 또다른 측면은 사회적 변화를 쫒아갈 수 없는 사람들에겐 실제로 보다 복잡한 선진화는 보다 행복한 사회로 가는게 아니라 보다 불행한 사회로 가는 것이라는 점이다. 문맹노인들이 잔뜩있는 사회에서 은행업무를 전부 온라인뱅킹으로 하자고 주장한다면 실질적으로 노인들을 차별해서 노인들의 권리를 빼앗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들은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직접 대면한 사람, 밥이라도 한번 먹고 악수라도 한번한 사람을 믿는다. 그들은 패거리를 이루지 않으면 약자라는 것을 알기에 그들나름대로 인맥을 기반으로 집단을 만든다. 하지만 신뢰가 넘치지 못하는 그들의 집단은 고상한 공동체가 되지는 못하고 그저 하나의 이익을 위해 같이 뭉치는 것에 멈출 뿐이다. 그래서 그 집단은 때로 사이비 종교집단이 되고 때로는 도적떼나 다름없는 약탈자집단이 된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종종 복잡한 법과 절차를 강조하는 사람들을 도둑으로 인식한다.  


맺는말

우리는 습관적으로 선진국이 되자고 말하지만 사실 구두닦는 기계가 나오면 일반인들은 좋을지 모르나 구두닦기는 실직하게 된다. 산업의 선진화나 사회적 선진화는 당연히 모든 사람에게 일률적으로 좋은게 아니다. 모두가 입장이 다른 가운데 불신이 널리 퍼져서 다들 자기 입장만을 우선하면 결국 정글처럼 치고받는 사회가 되고 만다. 

그런데 보수정치를 말하는 사람이나 진보정치를 말하는 사람이나 대개 한국인은 매몰차다고 말하던가 인간은 본래 이기적이라는 가정에 기반한 경제학적 논리를 펼 때가 많다. 우리는 가지지 않은 사람, 배우지 못한 사람들도 보호받을 수 있는 사회적 신뢰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것은 단순히 인간적 접촉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럴싸한 법률과 주장으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부유한 나라들은 이걸 소중히 여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부자들이 자선사업을 펼치고 공익사업을 펼치면서 욕먹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사회가 무너지면 돈되는 사업을 할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면 절차를 지키고 질서를 지키는 것이 하나고 사람들이 서로 신뢰를 주고 인간적으로 돕고 믿고 사는 것이 둘이다. 이 두가지를 지키지 않고서 번영하는 사회가 될 방법이 없다. 이 길을 버리고 특별한 방법을 말하는 사람은 결국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어떤 불세출의 영웅이나 어떤 신기한 제도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국민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것같다. 더 쉬운길, 더 기발한 길같은 것을 찾는다. 국민들이 납득안해도 전문가들이 반대해도 대운하 같은거 밀어부치면 나라가 잘잘살게 된다는 식의 사고 방식이 그렇다. 그래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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