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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집에 대한 생각

한국의 집에 대한 일본에 사는 사람의 생각

by 격암(강국진) 2009. 9. 7.

2009.9.7

이번 여름에는 한국을 방문해서 친가와 외가 양쪽의 부모님댁에서 한동안 신세를 졌다. 한분은 영통의 아파트에 살고 계시고 한분은 부산 해운대의 아파트에 살고 계신데 둘다 고층아파트다. 이집들은 일본 와코시의 7층짜리 아파트인 우리집과는 여러모로 달랐다. 이에 대한 감상을 써볼까 한다. 

 

일단 내 느낌은 한국의 고층아파트는 일종의 폐쇄된 섬같다는 것이다. 우리 아파트는 복도식으로 다른 집 입구를 지나다니지만 한국의 아파트들은 엘리베이터를 나오면 바로 두 세집 밖에는 없다. 그러니까 차를 타고 주차장으로 들어가서 엘리베이터를 타면 바로 집으로 간다. 집은 매우 폐쇄되어 있으며 이웃을 만나게 되는 것은 집앞이 아니라 집앞의 상점이라던가 공원이다. 이것을 단점으로만 생각할것은 아니다. 프라이버시를 강조하는 사람은 이것을 장점으로 생각할 것이다. 이것에 대해선 나중에 이야기하자. 

 

두번째는 그러면서 집안에서는 열린 공간이라는 느낌이다. 일본의 집들은 칸막이를 많이하고 구조상 나눠놓아서 최대한 가족간에도 서로 덜 신경쓰도록 한다는 느낌이 있다. 예를 들어 아들과 부모들을 구분하고 중간 문을 닫아 걸으면 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다. 물론 일본이라고 내부 설계가 모두 그런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의 그것에 비해서는 그렇다는 느낌이다. 이것은 가족간의 프라이버시를 생각한다거나 아이들의 소란으로 부터 벗어나고 싶은 어른들에게는 좋은 구조다. 

 

한국의 아파트는 그렇지 않다. 집에서 따로 떨어져 홀로 있고 싶을때 갈 곳이 없다는 느낌이다. 고작해야 베란다로 가서 문닫는 것이 그런 곳일까? 이는 한일간의 성격차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된장찌게하나에 수저 다같이 넣고 먹는 한국, 일본보다 개인주의는 덜 허용되고 니것내것 구분이 없는 한국의 차이가 이런 집내부의 차이를 만들고 있는게 아닐까? 

 

그러고 보면 일본에서 만난 한 한국남자가 생각이 난다. 자동차 딜러였던 이 사람은 일본에서 일본여자와 만나 결혼을 했는데 일본장인을 만나고 일본여자와 사는게 고역이라고 말했었다. 예를 들어 자기는 냉장고를 열어 먹을게 있으면 먹고 마시는데 익숙하다. 집안의 물건은 가족 공동소유라는 식의 개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기 아내는 냉장고에 있는 음료수를 누가 사서 넣어놓았는가를 가지고 꼼꼼히 따진단다. 남편이 사놓은 맥주를 마실 때면 이거 마셔도 되냐고 일일히 묻는다. 한번은 그가 장인집에 가서 냉장고 음료수를 마셧는데 처남이 내 음료수 누가 먹었냐고 따져서 크게 당황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정리해 보자면 밖으로 열리고 안으로 폐쇄된 구조를 하고 있는게 일본의 주거문화라면 한국은 안으로 열리고 밖으로 폐쇄된 구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은 한국보다 지역회가 훨씬 활성화되어있다는 느낌이다. 통학로를 청소하는것에서 지역축제와 체육회등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은 지역활동에 참여하도록 격려된다. 우리동네의 일이긴 하지만 저녁이면 아이들보고 집에 가라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아침이면 공원에서 체조하는 음악이 나와서 좀 군대같은 느낌도 든다. 

 

한국의 주거문화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한국 사람들은 일본은 물론 미국이나 이스라엘, 영국등 내가 살아본 어느나라하고 비교해도 밖으로 폐쇄된 주거 형태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어떤 의미에서 사회적 무책임성을 기르는 것이다. 가능한한 다른 사람을 만나지 않고 내 울타리안을 지키려고만 하는 것이다. 

 

반면에 안으로 열린 주거공간이 과연 시대에 맞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한국 사람들은 자신만의 시간이나 공간이 필요없는가? 집에 들어간 순간 내가 하는 모든 일거수 일투족이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고 들려지는게 편한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아파트 설계에 대한 관습이 이런 설계를 만들어 내는 것같다. 집이 작아서 어쩔 수 없다는 말은 옳지 않다. 사실은 작을수록 공간이 잘 나눠져야 사람들이 모여서 살 수가 있다. 

 

집이란 사람이 만드는 것이지만 만들어지고 나면 사람이 집에 맞춰 살게 된다. 그리고 집의 구조는 삶의 형식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러니까 어떤 가정하에 만들어진 집에 사는 것자체가 우리의 마음을 변하게 한다. 반대로 세상의 변화에 따라 문화가 바뀌었는데 집의 구조가 거기에 맞지 않으면 우리는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하고 심하면 병들게 된다. 예를 들어 침대와 소파생활을 하는것과 온돌바닥에 앉는 생활을 하는 것도 집의 구조에 달린것이다. 어떻게 건강이라던가 생활의 태도가 이에 영향을 받지 않겠는가. 

 

나는 많은 사람들처럼 공동체의 중요성을 느끼는 편이다. 미국에서도 지역내 주민들이 어떤 사람인가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며 한국에서도 사람들이 그런 점에 민감하다. 그런데 주거공간이 밖으로 폐쇄된곳에 산다는 것은 마치 햇볓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 동굴깊숙히 산다는 말처럼 모순적이다. 아이들 교육에도 어른들의 사교에도 폐쇄적 주거공간은 나쁘며 특히 가족구성원이 작을 때는 더그런것같다. 사람을 아예 안 만나고 살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거 고쳐야 하지 않을까. 그냥 높다랗고 보기 좋은 아파트면 다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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