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3.26
지난 주말에 방송된 아파트의 역습이라는 프로그램은 아파트의 역사며 아파트의 피해자들 그리고 아파트를 둘러싸고 지난 몇년간 사람들이 말해온 여러가지 내용을 다시 요약해서 보여준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나가고 이미 여러가지 소감문이 올라온 것을 봤습니다. 이런 문제에 관심이 있던 많은 분들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고 평하더군요.
저는 이 프로그램에 나온 한가지 내용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생각하고 정리하기 위해 이렇게 소감문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아파트가 왜 인기가 좋았나라는 것에 대한 질문의 답들중 하나로 제시된 공공시설의 사적 개발이라는 측면이었습니다.
아파트개발이 인기가 좋았던 이유
사람은 누구나 자기 집이 좋을 뿐만 아니라 자기 집 주변의 환경이 좋기를 바랍니다. 좋다는게 뭔지에 대해서는 여러기준이 있을 수는 있으나 우리는 상가가 좋고, 교통이 편리하며 녹지공원시설이 잘 정비되어 있고 학교와 운동시설등 여러 시설들이 있기를 바랍니다.
아파트 붐이 불기 이전 한국은 가난했습니다. 그리고 어딜가나 이런 공공재성격의 기반시설이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런 부분이 아파트 건설붐을 마치 산불이 번지듯 번지게 만들었다는 겁니다. 왜냐면 대단위 아파트단지가 건설되면 그 아파트단지는 아직 아파트화 하지 않은 지역보다 더 현대적이고 깨끗한 환경을 가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적어도 부분적으로 이때문에 아파트의 가격상승이 일어나며 아파트단지를 개발하는데 들어간 민간자금이 환수된다는 하나의 투자 순환이 완성됩니다. 이것은 마치 허공에서 돈을 만드는 것같은 기적과 같은 효과가 있었습니다. 지역사회에서 보면 세금 안 들여도 그 지역에 여러 시설이 들어선다는 것이니 환영하는 일이 되었고 투자자들은 돈을 넣으면 좋은 데서 살면서 돈을 더 벌게 되니 좋은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알다시피 수십년간 우리는 아주 많은 아파트를 지었습니다.
사실 이 프로그램에서 지적했듯이 공공시설에 대한 투자는 사회차원에서 모든 국민에 대해 생각해서 세금으로 행해지고 모든 국민이 혜택을 받을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사회가 골고루 잘살게 될테니까요. 그런데 그런 투자가 아파트 단지 건설이라는 형태로 사적인 행위로 일어나는 일이 많아진 것입니다. 단지라는 폐쇄된 공간에 개인적으로 투자를 하고 그 투자가 이득을 올리는 방향으로 개발이 이뤄졌습니다. 이것은 어느 정도 정상적인 것이지만 모든 것은 정도 문제입니다. 이게 지나치면 이 투자에서 소외된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버림받게 됩니다. 모두가 아파트 투자에 전문가도 아니고 안다고 해도 할 수 있는게 아니니까요.
어느새 우리는 저층연립이나 단독주택들이 모여있는 동네를 보면 즉 아직 아파트 단지가 되지 못한 곳을 보면 그곳을 미개발지역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우리에게 어느새 개발이란 아파트단지를 건설하는 것을 의미하게 되었습니다. 개발이 아파트를 건설하는 것이라면 아파트는 무조건 절대적으로 좋은 것이 되고 맙니다. 하지만 아파트에는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특히 미래세대에게 문제를 떠넘기는 단점이 큽니다. 단순히 아파트는 이제 끝났다. 우리 열심히 단독주택을 짓자라고 말하는 것도 옳은 말은 아닙니다. 단독주택은 또 나름의 문제가 있어서 아파트가 인기가 있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공공재의 가치와 의미를 아파트를 생각할 때는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누지 않고 공동소유하지 않고 모두 독점소유해 버리면 끝에가면 발전은 한계에 부딪히게 될 겁니다.
아파트의 역습 1 : 재개발은 어렵다.
그렇게 열심히 지었던 아파트들이 이제 노후했습니다. 30년 40년이 된 아파트가 등장했고 이미 10년전부터 재건축 조합을 결성한 곳이 많습니다. 아파트를 짓거나 아파트를 재건축하겠다는 재건축 지역이 서울에만 천곳에 달한다고 합니다. 아파트가 노후하자 사람들은 그들이 즐겨온 아파트의 장점이 공짜가 아니라는 것을 이제사 깨닫는 것같습니다. 마치 월초에 카드쓰면서 카드빚이라는게 월말이면 돌아온다는 것을 모르고 즐거워하는 것처럼 기뻐했던 것입니다.
아파트는 집단적이고 배타적 개발입니다. 즉 다수의 개인들이 모여서 하는 개발입니다. 시의 하천이나 도로처럼 아파트단지가 낡았다고 국가가 보수해 주는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이런 집단개발은 골치아픈게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가족끼리도 싸우는데 수백 수천가구가 모여서 조합을 결성하고 재개발을 하는 것은 정확히 바로 정치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정치판보면서 지긋지긋해 하지 않습니까? 몰상식하다고. 그런데 같은 국민들이 모여서 일을 하는데 재개발 조합에서는 일이 잘만 효율적으로 굴러갈까요. 득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터무니 없이 손해보는 사람이 없을까요? 실제로 재개발이 이뤄졌을때 분담금을 계산해 보면 실제로는 그냥 내집을 조합에서 빼앗아가는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프로그램에 나옵니다. 그런 일은 용납할수 없다고 말하지만 집단으로 움직일 때, 특히 남의 말을 믿고 도장찍어주고 이사나간 사람들은 헤어나올 수가 없는 것입니다. 해결이 된다고 한들 건물도 안 올라가고 조합결성 10년을 맞이한 곳들도 많습니다. 인생의 한부분을 재건축에 대한 걱정과 고민으로 다 보내는 셈입니다. 모든 건 대박을 위해서라지만 재건축으로 본전이나 찾으면 다행이고 대박같은 건 웃기는 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요즘의 통설입니다.
결국 선진국에 즐비한 반백년이상된 아파트들이 보여주듯이 저층 연립주택이나 단독주택으로 이뤄진 지역과는 달리 대단위 아파트 단지의 재개발이란 극히 어려운 것입니다. 그 말은 초기의 달콤함은 미래를 저당잡힌 댓가였다는 말입니다. 조선시대의 오랜된 한옥은 지금도 있는 곳이 있습니다. 절도 그렇죠. 그런데 아파트는 3-40년에 낡았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는 단독주택은 끝없이 개량하고 보수하며 바꿔나갈 수 있는 반면 거대한 건물은 보수나 개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집값이 오를 때는 좋았지만 재건축을 할 때는 바로 그 비싼 집값때문에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그걸 재건축하느니 새로운 곳에 신단지를 만드는게 더 싼 것이죠.
아파트의 역습 2 : 환경이 달라졌다.
아파트 인기가 시작되고 불이 붙던 시절은 말하자면 공공의 노력에 의해서 주변환경을 좋게 하는 방법이 별로 없었을 때였으며 따라서 아파트 단지라는 환경이 더 좋게만 느껴지던 시대였습니다. 이제 한국은 그때보다 훨씬 부유해졌습니다. 그리고 세상이 정상적이 되었죠. 저는 무슨 도덕적 반성따위를 여기서 거론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자체가 도시나 마을 환경을 모두 좋게 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아파트 단지안에만 좋은게 아니라 말입니다.
과거에 못살던 한국 사람들은 새로 지어진 아파트 단지의 환경에 감탄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요즘 드라마를 보면 한가지 변화를 보게 됩니다. 바로 프랑스 마을이니 독일마을이니 하는 그런 곳을 배경으로 해서 드라마를 잘 찍는다는 것입니다. 또 외국관광을 가본 사람은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거기서 우리는 아파트 단지를 돌아보면서 여기 너무 좋네, 역시 이나라는 살기 좋아라고 감탄사를 얼마나 터뜨립니까. 그보다는 대개 마을이나 동네라고 부를수 있고 단독이나 저층 연립등으로 이뤄진 곳, 그 지역의 문화가 살아있는 곳의 환경을 보면서 감탄합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전원주택붐이 일기 시작한 것도 꽤 됐습니다.
이제 사람들이 와 하는 소리를 내게 할 정도로 환경을 만들려면 우리를 와 하게 만들었던 타워팰리스 같은 호화판 아파트를 훨씬 넘어서는 호화 단지를 지어야 합니다. 그리고 과거의 모델은 점점 수지가 안맞고 위험한 것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런 집들은 너무 비싸고 앞으로 그런 곳이 크게 가격이 오를 확률은 더더욱 없기 때문입니다. 로또처럼 불리던 타워팰리스 아파트의 몰락소식은 이것을 보여줍니다. 좋은 생활환경을 가진 곳을 개발해서 희소성을 만들어 내고 가격상승을 기대하는 그런 아파트의 마법이 깨지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여전히 한국 주거의 중심은 아파트입니다만 사람들은 이제 거꾸로 저층 연립과 단독주택으로 이뤄진 동네도 큰 돈들이지 않고 환경을 개선할수 있지 않은가, 그렇게 할때 대단위 아파트 단지보다 훨씬 더 장점이 큰것도 많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소유가 각각이니까 개선이 훨씬 간편하고 각각의 소유주가 할수 있는 만큼 할 수 있으니까요. 리모델링을 멋지게 하면 아주 비싼 아파트보다 더 좋은 면도 있으니까요.
한국은 이제 아파트 단지 바깥으로 가면 생활환경이 형편없는 그런 나라가 아닙니다. 아파트 개발이 공공시설의 공적 개발을 대신해 왔다는 말은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면 즉 시나 국가에서 지역개발을 제대로 한다면 나라에서, 시에서 세금으로 해줄 것을 쓸데없이 내 돈내고 하는 일이 된다는 것입니다. 국가에서 설치할 지하철을 지역주민이 모여서 사적으로 설치하는게 말이 되겠습니까? 아파트 재개발에서도 항상 시와 싸움이 일어나는 이유도 이것입니다. 시는 도로며 기반시설을 개발자가 하라고 하고 개발자들은 되도록 덜하려고 하고 하니까 말입니다. 즉 공공성과 배타적 소유가 싸움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맺는 말
사람들은 묻습니다. 미래는 아파트의 시대인가 아니면 전원주택의 시대인가. 어디다 투자해야 할것인가. 뭘 팔아서 뭘 사야 할것인가. 우리는 이런 질문이전에 지역 문화를 봐야 할 것입니다. 최악의 장소는 개발될 가능성만 보고 부동산값이 올라있고, 인심은 험하며, 정치적으로 후진적이라 말도 안되는 사업이 추진되고 지자체가 빚더미에 올라서는 그런 곳입니다. 그런 곳에서도 누군가는 부자가 됩니다. 더 됩니다. 다만 다수의 사람들은 오히려 열악하게 살 것입니다. 공공성을 잊고 공공재의 중요성을 잊고 투기가 넘쳐나는 곳이 그럴 수 밖에 없죠. 다행히 요즘은 이미 아파트단지라는 테두리를 넘어서 생활환경의 개선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생활환경의 개선이 잘 이뤄지면 그 동네는 살기 좋은 곳이 될테니 부동산도 가격이 좋아지겠지요. 이런 선순환이 일어나자면 지역민들의 단합과 합리성이 필요합니다.
아파트가 아니니까 전원주택이라는 생각은 이런 측면에서 보면 답일 수 없습니다. 지방의 한적한 곳에다가 외로운 섬처럼 근사하게 전원주택을 지어본들, 주변환경이 좋지 않으면 살기 나빠서 후회하게 됩니다. 결국 혼자서 좋은 마을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지역민들의 공동의 노력이 필수적입니다. 때문에 타운 하우스 마을의 개발도 여기저기서 이뤄지는 모양입니다. 어찌보면 거기에 살던 사람과 상관없이 외부인들이 들어가서 마을을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부동산 거품이 있는데 대단위 신개발 사업이 수지맞는 장사가 되기는 여간해서 쉽지 않을 것입니다.
최선의 장소는 투기성 자금이 들어 오지 않아 부동산 가격은 싼데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어 보겠다고 노력하는 주민들, 단합하고 합리성이 있는 주민들이 있는 마을입니다. 이젠 동네 사람을 보고 투자해야 하는 시대가 아닌가 합니다. 그런 곳은 마을을 더 살기 좋게 만들 것이고 결국 그게 그 사람들을 부유하게 만들어 줄것입니다.
단지 대단위 아파트 단지로 들어찬 동네라면 개발이 어렵기 때문에 지금은 살만할지 몰라도 미래를 위한 전망은 그다지 좋지 못할 것입니다. 바로 몇년전까지만 해도 천당이니 뭐니 하던 분당을 비롯한 신도시 아파트 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이 보여주듯이 말입니다. 가장 어려운 것이 역시 사람입니다. 그런데 사람을 외면하고서는 이제 더이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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