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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자본주의와 노동 그리고 자기찾기

돈이라는 착시 현상

by 격암(강국진) 2009. 10. 29.

2009.10.29

가지고 있는 돈을 순식간에 두배로 만드는 기적을 알고 있습니까? 다음과 같은 식으로 가능합니다. 우선 사람들이, 예를 들어 천명의 사람들이 10만원어치씩 어떤 법인의 사이버머니를 삽니다. 이 법인의 이름을 편의상 인터넷 공화국이라고 부릅시다. 그 사이버 머니로 여러분들은 인터넷 공화국 내에서 10만원에 해당하는 물물거래나 서비스 거래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여러분은 10만원을 잃어버린게 아닙니다. 회원중에 누군가가 이발사라면 그 이발사에게 사이버머니를 주고 이발을 하는 겁니다. 당신이 컴퓨터 수리를 하거나 모니터를 판다면 그것도 사이버머니로 주고 받는 겁니다. 

자 그럼 여러분이 사이버머니를 사기위해 인터넷 공화국에 지불한 총1억의 돈은 어디에 있을까요. 그건 그대로 인터넷 공화국의 정부금고에 있지요. 정부가 인터넷 공화국국민에게 전부 10만원을 돌려줍니다. 혹은 10만원짜리 상품권을 줍니다. 아니면 1억짜리 별장을 사서 1박에 5만원이라고 하고 회원들에게 2일 숙박권을 줍니다. 여러분의 손에는 이제 10만원어치의 사이버머니와 10만원상당의 또다른 돈이 들려져 있습니다. 가지고 있는 돈이 두배가 됐습니다.

이게 사기일까요 아닐까요. 이건 사기일 수도 있고 진짜일 수도 있습니다. 이 기적의 핵심은 그 사이버머니가 실효가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어느날 사이버공화국 정부가 컴퓨터 서버를 닫아버리고 서비스 중단을 선언한다면, 사람들이 사이버머니를 받기를 거부한다면 사이버머니 10만원은 휴지가 됩니다. 그럼 번 돈은 아무것도 없지요. 그러나 신뢰가 유지되는 채로 운영될 수있다면 그리고 그 규모가 그 돈이 쓸모있을 정도라면 이 기적은 현실이 됩니다. 실제로는 기적과 휴지사이의 어느쯤이 현실이겠지요. 그래도 전혀 엉터리는 아닙니다. 

이것은 믿을수 있는 생활공동체를 설립하는 것이 얼마나 기적같은 일을 할 수 있는가를 보여줍니다. 그런데 왜 현실에서는 이런 일이 당장에 벌어지지 않을까요. 사실 이런 일들이 실제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그것을 잘못된 시각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우리 눈에 그게 보이지 않는 겁니다. 우리가 세상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만든 돈을 기준으로, 공식적 봉급수준, GNP, 자산규모 이런 것으로만 경제활동을 보기 때문에 착시가 일어나는 겁니다. 이런 예는 여기 저기 아주 많은 곳에 존재합니다. 

 

인터넷 공화국의 기적이 일어나는 가장 흔한 예는 바로 가족입니다. 부부관계는 물론 서비스를 사고 파는 관계는 아닙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아내는 여러분에게 필요한 걸 주고 여러분은 아내가 필요한 걸 돌려줍니다. 여기서 사이버머니는 바로 윤리와 보답하는 정신이 되겠습니다. 좀 더 자세히 생각해 봅시다. 두 남녀가 만납니다. 그리고 두남녀가 신뢰로 결혼해서 평생을 살기로 맹세합니다. 그 두사람이 가족이 되는 순간 그들은 위에서 언급한 기적을 만들어 냅니다. 두사람은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작은 공동체가 되었기 때문에 두사람은 새로운 직업을 가지게 된것입니다. 그 직업은 서로를 돌봐주기죠. 이제 직업이 전보다 두배가 되었기 때문에 피곤하기는 합니다만 분명 실질적 수입은 두배가 되는 것입니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수입이 늘어난바 없지만 말입니다. 총각이 돈을 모으려면 결혼해야 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직업이 두개가 되니 돈을 벌 수 밖에 없지요. 이 작은 공동체안으로 들어온 돈은 혼자살 때보다 이제 밖으로 덜 나가게 됩니다. 일정부분 자급자족하기 때문입니다. 공동체가 자산을 늘리면 공동체의 주주인 그 부부는 부자가 되는 것이죠. 

 

이것은 강력한 사회적 관계라는 것이 그 자체로 새로운 직업들이며 나에게 재화를 안겨주는 것이라는 것을 알려 줍니다. 우리가 돈이라는 특정화폐에만 눈이 멀면 이런 것을 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숫자로는 부자가 되었는데 실질적으로는 점점 가난해지는 것같은 일이 생기게 됩니다. 세상에는 소위 마당발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아는 사람이 많아서 그들이 곤란하면 도와주고 대신에 내가 필요한것은 부탁을 합니다. 그런 사람은 여기저기를 연결하면서 능력이 좋은 사람으로 통하게 됩니다. 실질적으로 돈이 흐르지 않아도 그런 사람은 부유하게 살 수 있습니다. 왜냐면 그 사람의 공식적 수입이 증가하지 않았어도 사회적 관계를 타고 흐르는 사이버머니가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신뢰가 돈이고 인간관계가 돈인것입니다. 

 

그걸 공식화폐의 기준으로만 바라볼 때 우리는 왜 봉급수준이 같은 두사람이 사는게 그렇게 다른지 알 수 없게 됩니다. 매트릭스 안에 갇히게 된달까요. 어떤 사람들은 세상의 돈 기준으로 10억짜리 하는 아파트에서 외롭게 거지같이 살면서 자신은 부자라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가진 것이 아주 많아서 편하고 안락하게 사는 사람들이, 하고 싶은 것은 뭐든지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자신을 가진 것없는 사람들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생각의 힘은 무서워서 바퀴벌레 잡고 라면이나 끓여먹으며 하루종일 뼈빠지게 일하고 살아도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은 부유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모든 공동체나 관계가 그 시대에 가장 효율적인 것은 아니지만 공동체는 부부관계이외에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아는 친구가 하루 재워주거나 좋은 숙박업소를 소개해 주거나 관광정보를 주거나 하는 것들 모두가 실은 사이버 머니의 거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도움을 주고 받음으로써 우리는 돈이 오고가지 않아도 경제활동을 하는거나 진배없게 됩니다. 친구들도 공동체이고 친족들간의 단체도 공동체이며 이웃들간에 돕고 사는 것도 공동체이고 지역사회도 공동체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좋은 이웃이 있을때 우리가 얼마나 편하고 부자처럼 사는지 알고 있습니다. 동네 분위기가 좋으면 뭐든지 공짜로 손쉽게 일어나는 것같고 그 반대면 아무리 돈을 퍼부어도 별로 질적으로 좋아지는게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내가 지나가는 할머니를 사심없이 도와줬습니다. 어느날 비가 오는데 지나가는 사람이 저에게 우산을 씌워주었습니다. 이런 것들도 다 사실은 그 순간의 따뜻함으로 세상을 더 잘 돌아가게 하고 우리모두를 부자로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이웃이 부침개를 만들어 주었다고 가져다 주고 고맙다고 나중에 그 집문을 고치는 것을 도와주는 것은 부침개를 사먹고 인부를 사서 문을 고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정이라는 사이버머니가 흘렀을 따름입니다. 마음만 부자가 아니고 현실 속에서도 그렇다는 겁니다. 따듯한 사회가 부자 사회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GDP같은 숫자만을 늘리려고 하는 노력은 따듯함은 포기하고 돈만 늘리려고 하게 된다는 점에서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진실이 문을 두들기는데 돈이라는 기준으로 세상을 보는데에 중독된 사람은 그걸 보지 못합니다. 그것을 비현실적이고 근거가 없는 도덕주의자의 망상쯤으로 생각합니다. 그들은 유럽같은 사회의 부유함이 반드시 물질이 아니라는 것을 모릅니다. 사람들에게 축적된 문화적 풍토가 더 커다란 재산입니다. 아메리카 인디언이 거의 멸종되고 유럽인이 들어갔기 때문에 미국의 산천은 역사가 거의 없습니다. 미국식 요리, 미국식 사찰, 미국식 옷이라는 건 그 역사가 짮거나 없습니다. 한반도에 수천년의 사람이 살았던 역사가 있고 그렇게 개량되고 발전되어온 사람사는 방법, 그 문화가 거대한 유산이라는 것을 볼 수가 없습니다.

 

예전에 여름철에는 납량이라고 해서 공터나 집앞의 평상에 나가 달구경하고 과일먹고 산책하던 일이 많았습니다. 요즘에는 고층아파트가 많아지고 그런 풍토를 생각지 않는 도시계획, 주거환경의 변화로 그런게 거의 없어졌지요. 그런 것들이 다 커다란 가치가 있다는 것을 모릅니다. 애초에 가치에 물질적 정신적 가치를 나누는 것 자체가 모순입니다. 그건 마치 정신적 요구가 없이도 사람이 살 수 있다고 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뼈빠지게 일해서 외롭다고 술집에서 하룻밤에 돈을 날리는 사람들같이 그렇게 살면서 사람사는데 정신적 요구가 뭐가 필요하냐고 하는거나 마찬가지의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 

 

돈은 세상을 보는 한가지 방식입니다. 그것은 중요한 방식입니다. 돈을 중요치 않다고 말하는 것은 틀린 것입니다. 그러나 돈이 세상을 보는 여러가지 방식중의 한가지 방식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고 결국 인간이 만들어낸 약속어음 같은 것이라는 것을 기억해 내야 합니다. 어떤 의미로는 돈은 아주 허망한 겁니다. 믿음만 있으면 순식간에 두배로 불릴 수 있는 그런 겁니다. 이걸 기억해야 합니다. 그래야 대들보 잘라다가 내버리고 집수리 하면서 왜 우리집은 이렇게 자꾸 쓰러지려고 하는가 모르겠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평생을 노예로 거지처럼 살면서 남들보다 자신이 잘난줄 아는 그런 모습이 없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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