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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이해하기

보통사람이 합리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

by 격암(강국진) 2009. 11. 8.

2009.11.8

합리적으로 살아가기는 제게 지난 몇년간의 큰 생각할 주제중의 하나였습니다. 몇년간의 생각끝에 이 주제는 여러가지 방향으로 발전했습니다만 제가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보통사람이 합리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은 많이 보고 많이 읽고 넓은 시야를 가지되 자신의 느낌을 소중히 하고 무엇보다 이 세상 모든 것이 결정지어 말할 수 없는 미지의 것이라는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너무 평범합니다. 초등학교때 들었던 말인 것같습니다. 그런데 이 평범한 교훈으로 돌아오는데 저는 40년이 걸렸습니다. 어린아이들은 자신의 느낌대로 행동하고 세상이 미지의 것이라는 것을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매순간 매일마다 전혀 다른 것을 배우고 보고 들으니까요. 더구나 본인이 조금씩 커가면서 세상은 또 달라집니다. 글자를 모르던 아이가 책을 읽게 되면 서점이며 도서관이라는 곳이 무한한 공간처럼 보일 수 밖에없습니다. 그렇게 어린아이에게는 매일 매달 무한한 새로운 지평이 열립니다. 그러니 세상이 미지의 것이라는 것을 잊을 수 없겠지요.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이제 세상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이 발전이자 문제의 시작인것같습니다. 알기 때문에 이제 점점 새로운 것이 줄어듭니다. 그리고는 결국 경험해 보지 않은 것도 그건 이런거야라고 말하고 단정짓기 시작합니다. 사람도 많이 경험했기 때문에 이러저러한 사람은 이러저러하다면서 어떤 사람을 많이 겪어보지 않고도 그 사람에 대해 바로 단정지어 버립니다. 결국 세상은 우리의 머리속에서 이러저러한 곳으로 굳어지고 결정되어집니다.

 

이건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사회가 만들어 낸 세상입니다만 이 세상에서 우리들은 빠져나오질 못하는 것같습니다. 우리는 여러가지 이데올로기나 소문이나 선입견따위로 자신을 채우고 세상을 사는데 그러다보면 세상이 뭔가 이상합니다. 뭔가 불합리합니다. 그리고 외롭습니다. 사는데 가치가 없고 허무해집니다. 

 

이 스스로 만들어낸 세상에서 벗어나려면 첫번째로 기억해야 할 것은 이 세상 모든 것이 결정지어 말할 수 없는 미지의 것이라는 점입니다. 누군가를 만날 때 그를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물론 진실이지만 내가 모르는 무한정의 것이 존재합니다. 게다가 어제의 그가 오늘의 그와 같다고 생각해서도 안됩니다. 모든 사람들은 변합니다. 고정된 존재가 아닙니다. 따라서 누군가를 알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중으로 틀린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의 그도 모르고 내일의 그는 더더욱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런 태도로 우리가 만나야 할 첫번째 사람은 자기 자신입니다. 우리는 내가 누구인지 나는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내가 고정된 존재로 변하지 않는 산이나 별처럼 나는 나라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나는 정의 될 수 없고 변하는 존재입니다. 내가 원하는 것,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에 귀를 기울이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를 비워야 합니다. 우리안을 채운 세상의 선입견을 비워야 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자라면서 배워온 지식이 모두 헛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실은 그 반대입니다. 그것들은 매우 훌룡한 도구입니다. 단지 우리는 우리가 아는 것에 대해. 우리 손에 들린 도구의 힘에 대해 겸손할 필요가 있을 뿐입니다. 

 

과학과 논리는 가치판단을 주지 않습니다. 때문에 많은 지식도 나에게 결정을 할 힘을 주지는 않습니다. 고작해야 누군가를 복제하자는 태도가 될 뿐입니다. 물론 누군가를 따라하자는 것이 스스로의 결정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과연 자기의 결정이었는지 누군가 다른 사람의 결정이었는지를 우리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불교에서는 윤회를 말합니다. 이 말은 지금의 왕도 거지도 그 사회적 신분이 영혼이 입고 있는 옷과 같은 것이라는 태도를 가지게 합니다. 지금의 왕도 전생에 거지 였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태도는 분명 진실에 가까운 것입니다. 우리는 고정된 존재가 아닙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과학적 사고를 한다면서 이것을 버립니다. 분명 윤회는 비과학적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을 외로운 원자로 만들어 버리는 과학적 사고는 윤회적 사고 이상으로 진실에서 멉니다. 때문에 과학적 사고가 퍼지면서 오히려 윤리적인 퇴보가 일어나는 일이 있을 수 있습니다. 과학적 사고가 합리적 사고와 같은 말이라는 것은 진실이 아닙니다. 

 

과학은 훌룡한 도구입니다. 하지만 생각을 하는 한가지 방법일 뿐입니다. 군대생활에 푹젖어있는 사람은 일반사회로 나와서도 군대에서의 습성을 잊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군대는 군대고 사회는 다른 규칙이 적용되는 것이며 후배나 부하직원이 군대에서의 부하와 같은게 아니라는 것을 착각하는 것입니다. 같은 착각으로 온세상의 것을 과학으로 말하려고 하거나 혹은 낭만적 예술로 말하려고 해서는 안됩니다.

 

보통 사람이 합리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귀를 열고 듣고 겸손해야 하고 자기 마음의 소리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숭산 스님은 오직 모를뿐이라는 말을 강조했다고 하더군요. 그 분의 참뜻은 모르나 과연 좋은 말이라는 생각은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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