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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생활에 대하여

깡하고 나를 깨우는 소리

by 격암(강국진) 2009. 12. 7.

자주 가던 공원에 아내와 함께 나선 날 나는 깡하는 소리를 들었다. 몇명의 사람인가가 공과 알루미늄배트를 들고 공놀이를 하면서 내는 소리였다. 


그 깡하는 소리가 귓가에서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깡하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나는 어린 시절에 본 동네 공터에서 놀던 아이들이며 초등학교 운동장에 대한 생각이 났다. 깡하는 소리가 귓가에 머무는 것은 추억때문일까. 


깡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던 날, 그날은 햇빛이 눈부시고 하늘이 파랗던 날이었지만 이제 계절이 초겨울이라 따스한 가운데에서도 공기속에서는 왠지 겨울냄새가 났다. 서리가 생기도록 추운 겨울날 새벽녁에 집밖을 나서면 그런 냄새가 온통 사방에 가득하다. 그 깡하고 울려퍼지는 소리는 그런 추위속에서 퍼지며 잠을 깨우는 소리 같은 그런 느낌이기도 했다. 


깡하는 소리야 어찌보면 흔한 소리지만 생각해 보면 오랜동안 들어보지 못한 소리이기도 하다. 티브이에서가 아니면 나는 거리에서 그 깡하는 소리를 오랜동안 들어본적이 없다. 그 흔한 깡하는 소리를 직접 들은 그 순간 나는 아주 잠시 잠에서 깨어나는 것같았다. 불당에서 앉아 졸면서 꿈을 꾸던 초짜 중이 터무니 없는 꿈에서 깨어 아 그게 꿈이었구나하는 느낌이랄까. 


깡하는소리가 들리면 들판의 풀잎이 좀 다르게 보인다. 깡하는 소리가 들리면 물가에 앉아 있는 놀이 나온 가족들의 목소리며 겨울준비에 바쁜 나무들이 좀 다르게 보인다. 내 머릿속에 그럴것이라고 생각한 그 소리와 내가 오랜 만에 직접들어본 깡하는 소리가 너무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풀은 풀이고 사람들은 그저 사람들일 뿐이며 나무는 그저 나무일뿐이라고만 생각하는데 깡하는 소리가 나를 깨운다. 그 풀이 정말 그 풀이고 그 사람이 정말 그사람이며 그 나무가 정말 그나무냐고 묻는다. 


공원의 산책은 끝난지 1주일이 가까워 오지만 집과 사무실사이를 걷다가 때때로 난 그 깡하는 소리를 다시 듣는것 같다. 일어나라 일어나라 하고 그 깡 소리가 울리고 있는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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