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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글쓰기/쓰고 읽기

연작 에세이의 모순성

by 격암(강국진) 2009. 12. 7.

가치판단에 대한 연작에세이 12편을 쓰고 나서 마음이 편치 않다. 내가 쓴것에 대해 의구심이 생겼거나 해서는 아니다. 그보다는 써놓은 12편의 연작에세이를 쉽게 과거로 흘려버릴수 없어서다. 말하자면 나는 너무 마음속의 말을 많이 했다.

 

12편의 에세이를 쓰기 시작한 것은 사소한 이유였다. 처음에는 한국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느끼는 방식에서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에서 문제가 있다는 글을 한편 쓴것 뿐인데 일단 쓰기 시작하자 그 글은 저절로 확장되어 나갔다. 그 에세이들은 처음에는 그저 연작에세이라는 제목만 달고 있었는데 나중에 다시 고쳐쓰면서 약간 손을 보기는 했지만 처음쓸때는 그렇게 길게 많이 가치판단에 대해 쓰고 있다는 생각없이 썼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근원을 파고 쓰고 하다보니 내가 최근에 가지고 있던 생각과 느낌들이 줄줄이 끌려나와 종합되어진것이다.

 

연작에세이는 몇개인가의 게시판에 올렸는데 나름대로 좋은 평을 받았다. 나 나름대로도 완성하고 아주 흡족해 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제 그 글들은 과거가 되어야 옳다. 말한 것에 집착하고 그걸 사람들이 알아주나 마나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인지상정이다. A4로 60페이지 이상이나 되니 거의 작은 책을 하나 쓴 것이다. 내 안에서 그만큼의 것을 꺼냈으니 어느 정도 그글들이 내 분신처럼 느껴지고 아끼는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수 없다.

 

몇개의 게시판에서는 공감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전혀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리고 그들은 이런저런 그들의 다른 문제로 고민하고 싸우고 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나로서는 참 안타깝다. 그것들이 서로 연관되어 있음을 그들은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람많이 부는 언덕에 가서 이 미련을 날려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글들로 누군가를 구원할수는 없다. 나는 누구를 구원할수도 구원해서도 안된다. 그들은 그들의 삶을 살뿐이고 나는 나의 마음을 쓸뿐이다.

 

마음에 드는 글을 썼기 때문에 바로 그글에서 말하는 평정심에서 벗어나 괴로움을 겪어야 한다는 것은 모순적인 일이다. 습관이란 그리 쉽게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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