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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글쓰기/쓰고 읽기

독서의 진화

by 격암(강국진) 2010. 5. 24.

2010.5.24

 

닐 포스트만은 출판혁명이 세상을 바꾸었으며 어른과 아이라는 구분도 만들어 냈다고 말한다. 출판혁명이전의 책이란 그 이후와 최소한 두가지가 달랐는데 하나는 그것이 대중적 언어로 씌여지지 않았다는 것이고 또하나는 대중에게 책을 보급할 인쇄술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쉬운 언어로 씌여진 책이 대량생산되자 지식의 보급은 급격히 빨라진다. 이것이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 냈으며 이때문에 구텐베르크 인쇄술은 지난 천년동안의 최고의 발명품으로 꼽히게 된다. 

 

19세기 사람들도 마찬가지 였지만 오늘날의 우리도 우리가 혁명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종종 말한다. 우리가 혁명이라고 말할 때 그것은 급격한 변화를 말하는 것으로 19세기 사람들은 자신들이 급격한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요즘의 눈으로 보면 19세기는 그저 정지한 사회인것 같다. 그만큼 오늘날 우리는 빠른 변화를 목격한다. 

 

이런 빠른 변화 속에서는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빠른 변화속에서는 기존의 정의들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개인용컴퓨터를 생각해 보자. 인터넷이 보편화된 이후의 가정용 컴퓨터는 그 이전의 가정용컴퓨터와는 통신도구로서 전혀 다른 기능을 가지게 되었다. 갑자기 비싼 애물단지가 엄청나게 유용한 기계로 돌변했다. 

 

인쇄혁명시대 이전의 책과 이후의 책은 어떨까. 그들은 당연히 그 내용과 형식에 있어서 큰 변화가 있어서 같은 것이라 부르기 어려웠을 것이다. 왜냐면 이제 책을 소비하는 사람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중에게 책을 팔지 않던 시절에는 책을 쓰는 사람도 대중을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죽간이나 파피루스에 책을 쓰던 시절에는 백과사전 분량의 글을 쓰기가 어려웠고 그런 책은 그냥 사장되기 쉬웠다. 이렇게 누가 그 책을 읽을 것이고 그 책이 어떻게 유통되고 만들어지가 하는 것이 책의 내용을 결정한다. 즉 미디어의 특징이 컨텐츠를 결정하는 것이다. 

 

오늘날의 전자매체의 발전을 생각해 보면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이런 변화가 마음속에 떠오른다. 그것은 실시간적이고 개인적인 대화같은 책이다. 그것은 책이라기 보다는 개인 상담이나 개인 교습같은 책이며 따라서 책이라고 부를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것은 보다 짧은 컬럼 혹은 더욱 짧은 트윗의 형식일수 있다. 

 

책은 뭐하러 있는가. 책은 정보를 주기 위해 존재한다. 그런데 전에는 책은 대개 자기 완결적일 필요가 있었다. 왜냐면 책이 귀하던 시절 이런 저런 책을 언급하면서 거기를 보면 안다고 말하는 식으로 책을 쓴다면 그런 책은 아무 의미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이 흔해지고 세상에 지식이 흔해지고 복잡해지자 이제 진지한 책은 자료들을 언급하는 각주를 달아주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었다. 

 

이제 책과 정보는 더더욱 흔해지고 세상은 더더욱 복잡해 졌다. 요즘에는 참고문헌을 말하는 것이 다시 의미가 적어지고 있다는 느낌조차 든다. 너무나 방대해지기만 하는 지식은 모든 참고문헌을 전부 확인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저자가 어떤 주장을 하고자 할때 그 주장에 맞는 주장만 골라서 언급한다고 해도 그걸 확인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전문가들만 보는 전문학술 잡지의 세계에도 그런 느낌이 나는데 일반인들이 보는 책은 어떨까. 숫자와 그래프와 참고문헌을 끝없이 늘어놓아 진실을 가장하지만 사실은 작가가 맘대로 주장하는 일을 진실처럼 보이게만 만든 책들. 이런 책들은 낯설지 않다. 

 

일반인들이 보다 알기 쉽게 접근할수 있는 매체가 존재하고 수요가 존재하면 책은 그 본래적 의미를 상실하고 다시 한번 전혀 다른 모습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럴때 사람들은 책을 잘 읽지 않는다라는 문장은 그 의미를 상실한다. 어쩌면 책은 이제 대중에 의해 스스로 씌여지는 것일지 모른다. 대중이 네트웍을 통해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해 트윗이 나오고 블로거의 글이 올라온다. 글들은 회람되고 거기에 답글이 달리고 하면서 어떤 줄거리가 탄생된다. 아마도 여전히 그렇게 대충 만들어진 내용을 잡아내서 책의 형태로 묶어내는 것은 여전히 어떤 솜씨좋은 전문가가 하는 일이 될테지만 이것은 거의 작가가 컨텐츠를 만들어 파는 것이 아니라 대중이 컨텐츠를 주문제작하고 제작에 참여하는 식이 되는 것이다. 

 

일본여행에 대해 인기있는 글을 쓰는 블로거의 글들이 책으로 만들어졌다더라 같은 말은 이제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외수씨는 자신이 쓴 트윗을 모아 책을 만든다. 사람들은 좋아하는 블로거들의 글을 모아서 그날 그날 신문처럼 읽기도 한다. 이런 경험을 더 편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물론 아이패드나 스마트 폰같은 기계들이니 앞으로 몇년안으로 이런 쪽의 환경변화는 더더욱 가속화 될것이다. 

 

블로거들은 광고로 수입을 올린다. 우리는 미래에 수없이 많은 블로거가 글을 쓰고 그걸 편집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편집의 편집을 하는 서비스를 거쳐 일반인들이 글을 읽고 뉴스를 접하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다. 그들은 그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가장 맞춤형으로 소비하는 것이다. 이런 것은 책이 아니라고 말할필요는 없다. 전통적인 의미의 고전도 더 많이 팔릴수 있다. 그 고전을 이해하고자 하는 대중의 의지가 있고 그걸 도와줄 힘이 있는 사람이 적절한 보상을 받을수 있다면 그렇다. 독서는 전자통신의 발전에 따라 진화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책이라는 것에 대한 관념은 전혀 달라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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