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와 글쓰기/사람들, 사람들

다시 황우석을 생각하며 : 단순한 이분법.

by 격암(강국진) 2010. 2. 1.

10.2.1

황우석이란 주제는 내게는 꺼내들기 싫은 주제이면서 자꾸 꺼내보는 주제가 된다. 꺼내들기 싫은 이유는 사실 그 개인 황우석에게 너무나 많은 형벌이 가해진 현실에서 또다시 공공의 장소에서 그를 거론하기 싫기 때문이다. 얼마전 진중권이 무슨 사회문제 이야기를 하다가  이건 제2의 황우석 문제라는 둥하는 식으로 다시 황우석을 거론하는 것을 보았다. 황우석에게 무슨 그런 원한이 깊어서 그다지 관련도 없는 문제로 그 사람을 꺼내고 또 꺼내는지 알 수가 없다. 

 

나는 황우석 문제가 크게 터졌을 경우 꽤 많은 글을 썼으며 그 글들은 대개 황우석을 공격하는 사람들에게 절제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그때문에 나는 소위 황빠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황우석에 대해 내가 쓴 글을 보면 부끄러워질 것이라는 말을 몇년전에 들었다. 지금와 그때의 글을 읽어본다. 부끄럽지 않다. 표현에 과격함은 있지만 사실은 내 의견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내가 거듭해서 답답함을 느끼고 있는 것은 내 의견은 옳고 그른 것은 흑백이 아니라는 것인데 사람들은 황우석이 실제로 잘못을 했건 하지 않았건 어느 정도의 형벌을 받고 있는가에는 관심도 없이 쉽사리 흑백논리에 빠져들며 그런 이분법에 제동을 거는 사람에게 어느 편이냐를 묻는다는 것이다. 

 

잘하고 못하고는 그런게 아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식당 종업원이 있다고 하자. 이 식당 종업원은 머리도 안감고 손톱에 때도 낀 손으로 음식을 나른다. 이 식당 종업원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며 해고되어도 싸다. 그러나 누군가가 이 식당종업원을 비난함에 있어서 살인범이나 사기꾼의 반열에서 이야기하고 있다면 나는 진정하라고 말하고 싶다. 지저분한 것은 요식업계 종업원으로서는 잘못한 것이지만 무슨 형사처벌 받을 불법을 저지른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요식업계의 관습법에 따르면 그는 유죄이지만 사회적 범죄를 다루는 형법에 따르면 그는 무죄다. 옳고 그른 것은 문맥에 따른다.  

 

사람들에게 꼭 이 말을 하는데 나도 논문을 쓰는 과학자다. 없는 결과를 조작해서 논문을 쓰는 학자는 대학에서 추방되고 학계에서 추방되어도 할 말이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이 말도 꼭 쓰고 싶다. 논문을 조작해서 잡지에 출판하는 것이 형법을 어기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느 나라 법율에 없는 결과를 있다고 조작해서 네이쳐에 논문을 쓰면 감옥간다고 나와있나. 

 

내가 조작 논문써도 괜찮다고 주장하는 거라고 오해하기 전에 천천히 생각을 해보기 바란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꼭 논문문제만도 아니다. 나는 이 문제가 방송에서 크게 터뜨려져서 화제를 일으키고 걷잡을 수 없이 여론화되고 압력이 들어오고 하는 식으로 흘러가는 것을 매우 못마땅해 한다. 그건 불공평한 일이다. 잘못된 결과는 학계에서 기본적으로 내부적으로 다룰 수 있다. 그리고 그래야 한다. 정도의 문제일 수는 있지만 종업원 위생상태가 불량하다면 주인에게 항의하고 알릴 일이지 사진찍어서 인간하나 매장시키거나 교도소 보내자고 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황우석사태가 벌어지고 한참이 지났다. 재판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그는 서울대에서의 자리를 잃었다. 세계적으로 알려져서 악명도 얻었다. 그가 어디에 축재를 잔뜩해서 재벌로 살고 있다는 소리 들은 적있나? 사람이 몇년에 걸쳐서 재판에 나가고 이렇게 까지 사회적 이슈로 번져서 싸움이 벌어졌을 때 그 한가운데에서 얼마나 큰 괴로움을 겪을 까를 생각해 본적이 있는지 다들 좀 생각해 보라고 하고 싶다. 이게 적당한 형벌일까? 사실 나는 이러다가 황우석씨가 자살이라도 해야 사람들이 우리가 너무했다고 할 건가 하고 생각했다. 

 

이 정도가 적당한 형벌이라면 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조사받을 때 생각하던 것을 다시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진중권에서 이명박, 이건희에 이르기까지 서울대의 수많은 교수들이며 정의의 사도가 되서 한 사람의 인생을 무한히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그들의 인생도 이런 잣대로 조사하고 비판하고 하는가? 

 

여자 신자들을 집단 성폭행한 사교집단의 수장 같은 경우는 사회적으로 매장당할만 하니까 그렇게 다룰수 있지만 황우석을 같은 반열에 꼭 올려야 하는가? 그의 혐의라고 들어난 것들에서 난 그혐의가 모두 사실이라고 해도 이렇게 까지 하는 것에 공감할 수 없었다. 왜 그렇게 쉽게 세상을 찬반으로 둘로 쪼개는가. 왜 그렇게 쉽게 황빠와 황까로 당신의 정체를 들어내라면서 무슨 사상검증하듯이 그러는가. 그렇게 세상을 쪼개서 반대편에게 미친 사람운운 하는 이야기를 하는게 정상인가?

 

황우석씨에게 매우 미안하게 생각하면서도 그의 이름을 다시 거론하는 것은 이 단순한 이분법의 피해자는 그뿐만 아니라 지금도 양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쉽게 편을 가르고 일단 편이 갈라지면 양편에 대한 인격적 모독으로 번진다. 이런 세상에서 승자는 권력을 가지고 언론을 조종하는 사람들밖에 없다. 누군든 털면 뭔가가 나오고 그러면 옳다 그르다만 가지고 무죄 아니면 사형이다. 그러니 합리적인 비판문화가 생길리가 없다. 어차피 문제가 생길거 왕창 해먹어서 감히 나를 건드리지도 못할 정도의 인맥을 가지고 다른 사람 비리도 손에 붙잡고 뭐 그렇게 살아야 안전하다. 노무현 대통령처럼 상고출신은 손녀에게 천만원 준다고 하면 탈세 혐의로 신문에 나고 그 형은 장난감 골프채를 들고 다녀도 골프친다고 신문에 난다. 

 

이명박 대통령이 딸을 데리고 인도에 다녀온 모양이다. 이 문제가 옳은지 그른지 백분토론도 하고 전국민 여론 조사도 하고 전 세계의 석학들에게 자문도 받고 학술회의도 하면서 시비를 가려보자면 어쩌겠는가. 그렇게 해도 우리는 단지 진실을 원할 뿐이며 옳은 건 옳은거고 틀린 건 틀린거라고 할 것인가? 내가 아는 인간과 세상은 완벽하지 않다. 그런데 세상에는 순백아니면 시커먼 암흑밖에 없다고 믿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같다. 그들은 정말 자신들이 위선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