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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글쓰기/사람들, 사람들

천재 소년 송유근에 대한 우려

by 격암(강국진) 2010. 2. 16.

천재 소년이라는 이름이 붙은 송유근이 과학기술연합 대학원 대학교에서 석박사통합과정에 입학하였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그는 1년간 석사 과정 수업도 받았는데 성적도 좋았다고 합니다. 그의 나이가 이제 불과 13세에 불과하므로 이러한 성취는 물론 뉴스감이 될만한 것입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송유근을 만난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제부터 하는 말은 한국에서 박사를 받는 것을 비하하고 명문대 제일주의를 광고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송유근이라는 인재가 커가는 모습을 보며 우려가 많이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첫째로 학위를 따는 것에 너무 매몰되어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입니다. 훌룡한 학자가 되는 것은 무슨 장애물 경기하듯이 학위를 최단기간에 따면 되는게 아닙니다. 그둘은 깊은 연관이 있지만 같은 것이라고 할수는 없습니다. 

 

박사가 없지만 매우 높고 넓은 학식을 지니고 있을 수 있으며 박사학위가 있지만 실상은 사회에 도움될 지식과 비전은 전혀 가지고 있지 못할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에서보다 대입 수능성적이나 학위에 더 높은 가치를 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입 시험에서 전국 1등이면 볼것도 없이 천재라고 생각하며 그런 타이틀을 평생 끌고 다닙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해봅시다. 해마다 적어도 열명의 아이들은 대입시험에서 전국 10등안에 드는 천재로 인정받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노벨상 수상자는 고졸이셨던  노벨평화상 수상자 김대중씨밖에 없습니다. 그 천재들 다 어디에 있을까요? 

 

노벨상이 절대적이란게 아닙니다. 대학을 12살에 졸업한 사람은 대학을 19살에 졸업한 사람보다 천재가 틀림없다는 명제도 절대적이 아니라는 겁니다. 대학을 졸업한게 잘못이라는게 아닙니다. 다만 언론에 노출되어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대학졸업장을 따는 것이 반드시 좋은 길은 아니라는 겁니다. 

 

둘째로 진로의 선택입니다. 저는 현실적인 문제도 말씀드리지 않을수 없습니다. 송유근은 어린나이에 인하대를 나오고 과학기술연합 대학원 대학교라는 곳에서 박사과정에 입학했습니다. 그의 재능을 생각할때 박사를 받겠죠. 

 

그래서요? 위에서 저는 너무 이력서에 쓸 학력에 연연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속물적으로 연연해 봅시다. 그가 현실사회에서 서울대 졸업하고 29에 MIT에서 박사받은 사람보다 학벌의 덕을 볼까요?  인하대를 나온 사람을 비하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저도 인하대는 아니지만 서울대 나오지 않았고 한국에서 박사 받았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이야기해 봅시다. 한국사회에서 인하대 나온것과 서울대 나온것이 동등한 대접을 받습니까? 교수들의 상당수가 서울대 출신이고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들입니다. 송유근의 능력이 충분하고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면 왜 이런 식으로 이력을 쌓아가는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석사, 박사 학위 최단시간 획득의 타이틀은 무슨 티브이 쇼의 진기명기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퍼포먼스가 아닙니다. 사람들이 신기해 하는 것과 현실에서 도움이 되는 것은 서로 다릅니다. 

 

세번째로 진짜로 위대한 천재는 진짜로 드물다는 것입니다. 저는 송유근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하려고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보통 천재로 말해지는 사람들은 따지고 보면 노래를 잘하는 사람, 스타크래프트를 잘하는 사람, 바둑을 잘하는 사람들처럼 특정한 일을 잘하는 것이지 모든 방면에서 뛰어난게 아닙니다. 

 

우리가 보통 사람들이 두루 가졌을 거라고 생각하는 상식이나 가치판단, 감정적 판단과 지도력등에서 그가 모두 그 나이를 넘어서는 수준에 도달했는지는 알수 없으며 더구나 그의 지적능력에 걸맞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더 적나라하게 말해 볼까요? 한국 사회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그렇지만 송유근 같은 천재는 딱 남에게 이용당하기 좋습니다. 그가 준비되지 못한 상태에서 경험이 풍부하고 권력과 유명세와 돈이 넘치는 세계로 나아가면 갈수록 그렇게 됩니다. 일단 그렇게 되면 아버지나 어머니가 보호해 줄수 없습니다. 송유근이 연구원이 되고 교수가 되어 연구비 신청하고 대학원생 지도할때 옆에서 아버지가 서서 대신 판단해 줄겁니까? 누가 공동연구하자고 하면 아버지나 어떤 교수가 대신 판단해 주나요? 

 

송유근의 능력에 대한 환호속에서 도대체 송유근은 어떤 환경으로 던지지기 직전일까요. 정부가 어딘가로 던져넣으면 거기 골방에 갇혀서 죽도록 빛도 안나는 일만하는 연구원이 될 가능성은 없을까요? 그런일이 있다고 할때 그는 올바른 선택을 할 능력이 충분히 있을까요?

 

심지어 그의 지적능력에 대한 기대도 저는 충분히 검증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교과서를 공부하는 것과 훌룡한 연구를 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것입니다. 주어진 악보를 보고 연주를 하는것과 작곡을 하는 것이 전혀 다른 것과 같습니다. 남이 쓴 소설을 읽고 줄줄이 외우는 것과 명작 소설을 쓰는 것이 다른 것과 같습니다. 송유근의 재능을 폄하하는게 아닙니다. 다만 그에 대한 기대가 지나쳐서 기다리지않고 그의 재능을 밟아버릴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네번째로 한국 사회의 특징을 생각하면 특히 송유근은 한국사회에서 탈출해야 합니다. 한국 사회에서 나이와 인맥은 무시무시한 영향력이 있습니다. 그안에서 튀는 못이 되면 사방에서 압력을 받습니다. 송유근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우리는 선의에 가득차 있으며 그런 일은 하지 않는다고 하겠지요. 그러나 문화자체가 문제입니다. 

 

집안에서 장남으로 크는 것과 막내를 크는 것은 장단점이 있습니다만 막내로 크는 것의 단점이 뭘까요. 항상 집안에서 제일 어리다는겁니다. 그래서 항상 무시당하고 그 막내의 나이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러도 사람들은 습관처럼 그냥 막내는 막내로 대합니다. 

 

송유근은 이 막내환경의 극대화된 환경에 있습니다. 그리고 점점 더 그런 환경으로 가는 것이죠. 송유근이 정말 제대로 평등한 토론을 할수 있을까요? 사람들은 그를 정말로 평등하게 생각할까요? 

 

모처럼 한국에 대단한 인재가 나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알기로는 한국은 그 대단한 인재를 제대로 키울 능력이 안됩니다. 너무 많은 대중노출, 빠르기만한 학위취득이 그다지 도움이 안됩니다. 저는 송유근이 인문교육은 얼마나 받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고금의 고전은 그 뛰어난 능력으로 다 읽었을까요? 그는 서양의 뛰어난 과학자들이 종종 훌룡한 예술적 철학적 배경이 있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요?  무엇보다 그는 어떤 사람들과 대화하며 성장하고 있을까요? 그분들이 훌룡한 분들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저보자 다 훌룡한 분들이겠죠. 그러나 그분들이 정말 학계의 세계적 권위자들일까요? 송유근은 정말 위대한 인물이 될까요?  

 

%수정 : 이글에는 오류가 있습니다. 송유근이 인하대를 졸업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송유근은 인하대 중퇴이며 대학졸업자격을 따로 취득했을 뿐이더군요. 그러나 그것은 이 글의 내용을 더 강화할뿐입니다.  

2016년 현재 송유근은 논문표절 사건으로 박사학위 취득이 불투명해진 상황에 몰려 있습니다. 누구보다 송유근의 부모들이 어리석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때는 누구보다 자식을 잘 키우는 사람으로 여겨졌지만 지금 시점에서 보면 누구보다 어리석게 자식을 키우는 사람으로 보이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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