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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교육에 대하여

선택된 인재로 스티브잡스를 만든다고?

by 격암(강국진) 2010. 2. 8.

이명박 대통령이 닌텐도 DS같은거 우리는 왜 못 만드냐고 말해서 화제가 된적이 있었다. 이번에는 명품인재 양성사업을 통해 스티브 잡스같은 인재를 키운다고 한다 (http://media.daum.net/digital/view.html?cateid=1041&newsid=20100208110303190&p=Edaily).


이 정부는 정말 문화와 단 한명의 인재를 구분하지 못하는것 같다. 미국 대통령이 스타크래프트 팬이라고 우리도 누구 한명 뽑아서 죽어라 훈련시키면 금방 임요환 나오지 않겠어? 라는 것보다 심하다. 스타크래프트는 미국 게임인데다 미국에는 게임문화가 없는것도 아니지만 인재가 주변에 아무 것도 없는데 사람몇명 뽑아서 집중 훈련시키면 나온다고 생각한다. 


이것에는 뒤집으면 지적인 작업의 가치와 어려움을 과소평가하는 태도가 포함되어 있다. 닌텐도 DS나 라이온 킹 같은 영화 우리는 왜 못만드냐는 것이다. 쉬운데. 스티브 잡스? 그게 별거야? 머리 좀 있는 애들 당근 좀 주고 밀어부치면 되지 않겠어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적어도 그 어려움을 안다면 기자던 정부던 입에 함부로 닌텐도 DS니 스티브 잡스를 올리지 않지 않을까? 


우리도 정치가를 말하면서 세계적 성인을 거론하면 얼마나웃길까. 이번에 국회의원 백여명 지리산 단체 MT가서 훈련좀 시켜서 공자나 예수나 부처 한명 만들기로 했다거나 그게 너무 힘들것 같으면 눈을 좀 낮춰서 간디나 처칠이나 세종대왕쯤 만들어 보기로 했다고 말하면 얼마나 웃길까. 


그런데 그들은 그런 웃기는 일을 한다. 그러면서 그들이 웃기는 줄도 모른다. 왜 한국에는 노벨 물리학상 같은 거 빨리 빨리 하나쯤 못따냐고 말한다. 


나는 학자와 오타쿠라는 글에서 문화, 연구집단의 존재의 중요성을 말한바 있다. 뭔가를 아주 죽도록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오타쿠같은 골수들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돈이나 명성을 제일의 가치로 아는 사람들이 이해할수 없는 가치판단을 하고 서로 격려하고 기뻐한다. 뉴톤도 아인쉬타인도 오타쿠다. 다만 그들이 미쳐있는 것이 세상에 도움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들은 존중할 뿐이다. 진짜로 학문에 열성적인 사람들은 만화책이나 유명 아이돌에 미쳐서 그들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것없이 다알고 있는 그런 종류의 사람들과 본질적인 면에서 아주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그문제를 공부하는 것자체가 즐거워서 미쳐있다. 자기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어쩔줄 모른다. 


그런데 정부가 턱 나서서 제일 잘난 오타쿠를 자기들 맘대로 뽑고 명예와 돈도 좀 주고 오타쿠끼리 경쟁을 시키고 서열을 만든다. 제일 잘난 오타쿠에게 모든 자원을 몰아주고 다른 오타쿠를 무시하게 하면 우리나라의 수준이 올라간다고 생각한다. 


그 정부의 사람은 아이돌에 미친 청소년을 이해하지 못하는 만큼이나 과학자도 엔지니어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 사람들이 거만하게 맨위에서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하는가운데 오히려 오타쿠의 세계는 흥이 깨지고 만다. 


본래 그런 것이다. 냉정히 물질주의적이고 권력지향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현실적이라면 애초에 오타쿠가 된다는 것이 바보다. 스티브 잡스는 부모가 가난해서 대학을 다니다가 포기해야 했다. 자기가 만든 회사에서 쫒겨나서 세계적인 등신으로 조롱을 받는 수모도 겪었다. 그래도 난 참고서 노력하면 부자가 되고 유명해 질거야라는 생각으로 이렇게 사는 사람이 어디에 있는가. 그는 단지 자기 머릿속의 아이디어를 참아낼수 없었던 것뿐이다. 편하게 살길이 얼마든지 있는대도 그렇게 살수 밖에 없었고 성공했다. 그게 오타쿠다. 미국에는 실패한 스티브 잡스가 수없이 많을 것이다.


정부에서 인재양성을 위해 돈을 쓴다는데 왜 이런 험한 불평을 늘어놓을까. 그것은 그들이 그렇게 지적인 일을 무시하고 비물질적인 일을 무시하는 마음을 가지고 푼돈을 들고 간섭을 할때 도움이 되는게 아니라 오히려 망치고 말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영화산업 진흥에 끼어들면 도움이 되나? 한류산업에 끼어들면 도움이 되나? 심지어 정통부가 우리나라 통신산업에서 중복투자를 막겠다는 둥 하는 것도 도움이 되었나? 무식한 사람이 망치들고 끼어들면 도움이 안된다. 


스티브 잡스를 쉽게 만들수 있다고 함부로 말하는 사람이 인재양성을 한다고 나서면 그들이 하는 짓의 결과는 분명하다. 스티브 잡스가 될 수 있는 사람을 인재선발과정에서 떨어뜨린다. 그리고 교육에 필요한 자원을 그들이 뽑은 인재에 집중시킴으로서 그 재능있는 사람을 이 업계에서 몰아낸다. 행여 그런 인재가 뽑혀도 곧 행정이나 권력이나 돈같은 것으로 중독시켜서 금방 바보로 만든다. 그들기준으로는 현명해지게 만드는 것이다. 현실은 돈과 권력이 지배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왜냐면 오타쿠도 아닌 사람이 이래라저래라 하고 있으니까. 누가 위인가를 보게된다. 


스티브 잡스를 만들고 싶다면 아이폰이 유행다가고 한국에 들어오는 현실이나 고쳐야 할것이다. 엑티브 엑스가 점령해서 마이크로 소프트에 종속된 한국 인터넷이나 고쳐야 할것이다. 석박사 몇명에게 돈주면 한국이 발전한다는 소리는 참으로 기가차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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