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너무 똑똑한 사람들이 참 많은 것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러가지 자료와 논리와 정책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데 몇가지 착각을 한다.
첫째,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신이 말하는 것에 관심이 없다.
똑똑한 사람들은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들으면서 그 세세한 논리를 살피고 그것에 감명받으리라고 생각하는 것같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논리에는 관심이 없다. 그들이 똑똑한 논객을 보는 시각은 자동차나 전자렌지를 보는 것과 같은 것이다. 즉 스위치를 누르면 움직인다. 내부적으로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되는 가는 상관이 없다.
따라서 집이 오르기를 기다리는 사람은 그럴거라고 하는 사람에게 무조건 환호하고 반대도 마찬가지다.
경상도 혹은 전라도가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럴거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무조건 환호하고 반대도 마찬가지다.
이런 식이다. 그 논객에게 반대하는 사람뿐 아니라 찬성하는 사람의 대다수도 이렇다.
두번째, 그들은 자신만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것같다.
즉 예를 들어 어떤 정책을 실시하면 우리나라의 부자들이 세금을 더 내게 해서 조세 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하자. 똑똑한 논객은 자신만 그런 걸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걸 알고 있는 사람은 세상에 더있다. 그리고 그들은 정확히 그걸 알기 때문에 그것에 반대한다.
가치판단은 사실 명제에서 나오지 않는다. 즉 본질은 단순한 가치관적 공감대라는 것이다. 보험제도는 문제가 생겼을때 서로 도와서 한 개인의 괴멸적 피해를 막아보자는 것이다. 이런 제도를 처음 주장하는 사람은 사람들이 이런 제도를 몰라서 안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진짜 본질은 사람들이 과연 그것을 원하는가 사람들이 서로 믿을 수있는가 하는데에 있다.
시스템을 엉성하게 짜면 사람들이 서로 믿을 수 없으면 시스템이 돌아가지 않는다. 시스템이 정교하게 짜지면 이번에는 거꾸로 그 정교한 시스템의 헛점을 타고 한몫벌려고 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그 복잡함때문에 개선은 거의 불가능해진다.
정치의 계절이 돌아오면 어쩌다 유명인이 되어 세력을 가진 사람들은 언행이 조심스러워져서 아무것도 못하는 일이 많다. 가진 것을 잃어버릴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고 그들이 가진것을 이용해먹고자 하는 사람들이 세상에 하고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책상에 앉아 혼자서 천하를 붙였다 잘랐다하면서 이리저리 이합집산을 행하고 정치적 산수를 한다. 그리고 세상이 자신의 손가락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세상을 욕한다.
세상을 바꿔나가는 본질적인 힘은 재치있는 말이나 교묘한 논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실천과 공감에서 온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만날때 우리는 그가 무수히 옳은 말을 많이 하지만 솔직히 옆집에서 같이 살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만날때 그는 그다지 달변은 아니지만 그 사람이라면 믿고 함께 할수 있을 것같은 생각을 한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는 지금도 유효한 조언이다. 단 수신이나 제가를 꼭 자기 몸, 내 가족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어떤 개혁이 실질적 힘을 가질려면 문화적 씨앗이 되는 집단이 필요하다. 그들은 물론 어떤 세상이 옳은 세상인지, 어떤 삶이 가치있는 삶인지를 말로서 주장할 필요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을 몸소 실천하고 해보이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산책의 가치에 대해 입만 열면 찬양하지만 이런 저런 핑계를 대고 일년가봐야 산책나가는 일이라고는 몇번되지 않는 그런 작가같은 인상만을 줄뿐이다.
남들에게 이것이 옳다고 말하는 것보다는 이것이 행복하다고 보여주는 쪽이 훨씬 설득력이 있다. 전자의 경우는 남에게 나는 머리를 쓸테니 너는 나의 손발이 되어다오하는 식에 가깝기 때문이다. 시시비비를 가리기 좋아하고 머리속에 잡스런 지식만 가득 채워서 이게 옳으니 저게 옳으니 하는 일로 사람들 골아프게 하고 죄책감 들게 하는 진보가 이세상에는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정작 그들은 행복한가? 사진찍고 남에게 보여줄때가 아니라 진정으로 행복한가? 자기 가족들은 외롭고 불행한데 세상을 구원하겠다고 나서고 자기 마음에는 울분과 흥분만이 가득한데 세상을 평화롭게 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은 대개 남을 돕기는 커녕 남을 피곤하게 만든다.
나는 세상을 구한다는 원대한 꿈을 가진 정당이나 사회단체를 보면 그걸 알고 싶다. 당신들은 당신들끼리는 행복하게 사는가. 당신들은 기본적 의식주만 해결되면 행복하게 살 자신이 있나? 그렇다면 그걸 실천해서 지금의 당신들 모임에 가보면 행복이 넘치고 있는가. 오히려 반대인 쪽이 많을 것이다. 누가 누구를 구원해 준다는 말인가. 그런 현실은 뒤로 한채 세계를 구원하고 세계를 원망하는데 바쁜 사람들이 우리나라에는 너무 많다. 그들은 대개 자신이 똑똑하고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주제별 글모음 > 세상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졸업식 소동과 상식간의 차이. (0) | 2010.02.15 |
---|---|
합리주의자들에 대한 생각 (0) | 2010.02.12 |
한국 대학, 한국 대학의 등록금 (0) | 2010.02.03 |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시기는? (0) | 2010.02.02 |
pd수첩, 광주 문사장의 전세파문 편을 보고 (0) | 2010.01.2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