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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 소동과 상식간의 차이.

by 격암(강국진) 2010. 2. 15.

요즘 졸업생들에게 지나친 짓을 한다는 중학생들때문에 연일 기사가 나오고 있다. 혀를 차며 세태를 한탄하는 사람, 이것이 아이엠에프이후 맞벌이로 내몰린 결과라고 말하는 사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며 학생들을 이상한 사람으로 매도하지 말라는 사람도 있다. 나는 이 말들이 모두 다 자신의 문맥에서 다시 말해 글쓴이들의 상식범주안에서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 상식들이 서로 똑같지 않다는 점이며 어느 상식이 옳은가를 따지기 전에 이것이 뭘의미하는가 하는 것이다. 

 

기성세대가 어린 학생들의 행동에 충격을 받았다면 그것은 기성세대의 상식범위를 넘어서는 것이 어린 학생들의 상식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된 것은 기성세대가 그만큼 어린 학생들과 분리되어 있고 접촉이 없기 때문이다. 왜 접촉이 없는가. 한가지 이유는 바로 아이엠에프 이후 경제난으로 부모들이 자식들과 만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그렇다면 부유층이 사는 동네의 아이들은 올바른 사고 방식을 자랑하고 빈민층쪽은 그렇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통계를 낼 수는 없으나 내 경험으로는 전적으로 그렇다고 말할 수 없다. 오히려 부자동네 아이들이 더욱 버릇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가지 중요한 이유는 부모에 비해 욕망은 증대되고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해진 중년층때문이다. 한마디로 그들은 단순히 경제난이 아니라 그들의 욕망과 야망에 바쁘고 아이들과의 시간따위에 큰 가치를 두지 않는다. 나는 결코 여성을 비난하고 싶은 의도는 없다. 그러나 명분이야 어쨌건 여성해방이란 실질적으로 가사와 육아에 보다 덜 시간을 쓰는 여성을 만들었다. 집안을 지키고 있는 여자는 바보고 밖으로 나가서 돈을 벌고 출세하는 여자가 진정 값어치있는 인생을 사는 것이라는 소리가 나라에 가득하다.

 

말했듯이 나는 여자를 비난하려고 하지 않는다. 적어도 여자가 나간 자리 만큼은 남자가 채워주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아버지 세대가 지금의 할아버지세대보다 대단히 더 가정적인 것도 없다. 한마디로 엄마가 집나간 자리를 아빠가 채워주지도 않는다. 부모들은 사교육비가 비싸다고 야단이지만 실은 그 사교육비의 상당부분은 부모들의 편의를 위한 것이다. 아이들을 학원으로 학원으로 돌릴수록 부모는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다. 말은 어떻게 하던간에 진정으로 아이들과 부부간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는 가정은 내가 보기엔 소수다. 다들 이리저리 핑계를 대고 그런 시간을 우선순위에서 뒤로 보낸다. 누구든 그걸 진짜로 좋아하면 시간을 낸다. 그런데 솔직히 좋아하지 않는것이다.  

 

많은 아이들은 어른 세대와 즐겁게 시간을 보내본 경험이 없다. 그런데 어떻게 어른 세대의 상식을 배울 수가 있을 것인가. 그들은 그들끼리만 즐겁고 오락물같은 곳에서 외국 문화물같은 곳에서 상식을 배운다. 그리고 그들만의 소통속에서 그들의 문화를 만든다. 그 '상식'은 부모 세대의 '상식'과 차이가 나는게 당연하다. 

 

나는 자식을 멀리 캐나다로 보내서 어릴때부터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렇게 아이를 키웠더니 아이는 당연히 캐나다 아이처럼 행동하고 아버지가 가진 기준으로는 매우 몰상식한 아이가 되었다. 아버지 입장에서는 멀리 외국으로 유학보내준 고마운 아버지로 생각되길 바라겠지만 아이입장에서는 주변의 캐나다친구들은 다 아버지와 사는데 돈번다고 한국에 남아있는 아빠, 아빠 역할 못하는 못난 아빠가 된다는 생각도 못한다. 그 아이의 상식은 한국 아이들의 상식이 아니고 캐나다 학생들의 상식이다. 

 

만약 기성세대가 어린 학생들의 상식에 놀란다면 처벌을 하거나 비난을 하기보다는 우리 세대가 아이들과 얼마나 많은 시간을 얼마나 즐겁게 보냈는가를 반성해야 할일이다. 경제난때문에 어쩔 수 없는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과연 그것뿐일까.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는 평생 바캉스같은 거 가본적없는 가난속에서 살면서도 아이들 옆을 보다 많이 지켰다.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가 아버지 어머니 세대로 오면서 우리나라는 부자가 되었지만 개인주의와 욕망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이 커진 것같다.

 

아들 딸들에게 음식해다 주는 할머니, 손자 손녀 봐주는 노인 부부는 우리 사회에 많다. 과연 지금의 중년의 어머니들은 노년이 되면 그렇게 할것인가?  지금 같아선 그럴것 같지 않다. 위에서 받은 걸 자식세대에게는 해주지 않고 대신 돈을 주는 세대가 있다. 사실 돈도 없는게 지금의 부모세대다. 지금의 부모세대는 과연 할아버지 할머니가 해주는 것만큼 혼수비용을 대고 교육비를 댈 능력과 의도가 있는가? 학자금 융자를 내서 자기 대학등록금은 졸업후에 자기가 갚는 다는 말도 요즘 나오는 말이다. 요즘 학생들의 부모세대는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보다는 훨씬 풍요롭고 해외여행도 다니지만 훨씬 죽겠다고 불평도 많이 한다. 그들은 반성도 보다 많이 해야 하는 세대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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