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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글쓰기/사람들, 사람들

김연아 현상에 대한 유감

by 격암(강국진) 2010. 2. 26.

김연아는 이제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다. 포털 사이트 얼굴, 티브이, 신문에 그녀의 모습이 가득하다. 난 피겨팬이 아니지만 그녀가 세계 최고의 자리에 있다는 것이 기쁘다. 그녀에게 어떤 시기심을 느끼지 않으며 그녀가 행복하게 오랜동안 정상의 자리에 있다가 그보다 더 오랜동안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는 나를 찜찜하게 하는 것이 있다. 

 

1. 한국의 대표, 한국의 자랑?

김연아는 캐나다에 살면서 훈련을 한다. 어릴 때는 아사다 마오와 함께 일본에서 수업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한국사회에서 크게 세계 1등하는데 도와준 것도 없다. 고작해야 유명해지고 나니까 스타로 대접하고 광고비 정도로 금전적 도움을 주고 있는 정도다. 그래도 한국인으로서 그녀가 자랑스럽다라는 말을 못할 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너무 열광하지는 말자. 너무 지나쳐서 한국민족의 우수성이 어쩌고 하는데에 까지 이른 몇몇 사람들을 보면 민망하다. 

 

도대체 진정한 의미에서 어떻게 그녀가 한국 사회를 '대표' 하는가. 여기서 대표란 올림픽 대표가 못된다는게 아니라 한국 사회를 그녀가 반영하는가 이말이다. 한국의 피겨스케이팅 시장이란게 김연아 이전에 있었나? 쿨러닝이라는 디즈니 영화가 있다. 눈도 없는 자메이카 달리기 선수들이 눈썰매 올림픽나가는 영화다. 아무도 눈썰매 안타고 그게 뭔지도 몰라도 자메이카 선수가 올림픽 나가서 우승하면 자메이카는 눈썰매 선진국이고 그들은 자메이카라는 사회를 '대표'하는가? 

 

2. 사랑스런 김연아를 한국에 살수 있게 하라. 

김연아는 한국에서 연습할 수가 없다. 이대로라면 살 수도 없다. 광적으로 매달리는 미디아와 팬들때문이다. 그녀를 비인간의 경지로 올리지 말고 그저 사랑스런 동생으로, 한번에 불타오르는 불꽃이 아니라 은근히 오래가는 관심으로, 사랑해줄 수는 없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녀는 우리 곁에서 좀더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눈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배금주의에 물든 황색언론 그리고 거기에 빠져드는 일부 팬들이다. 그들은 모든 것을 돈으로 본다. 얼마 벌었다. 몇억짜리 여자. 이런 식으로 말한다. 그들은 김연아같은 유명인사의 사소한 것들까지 과도하게 과장을 남발해서 그녀를 사람이 아닌 경지에 까지 치켜세운다. 그 결과는 뻔하다. 유행이지나고 나면 비참하게 바닥에 내동댕이 쳐지고 한국 사회에 배신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그런 유명 스포츠 선수들을 알고 있지 않은가? 한때 국민의 영웅이었지만 사회적응이 안되던 사라진 영웅들말이다. 김연아는 재정적으로 문제가 없을지 모르나 그런 사람들중에는 나중에 실패해서 한국에 살지 못하거나 숨어서 살듯이 사는 사람들도 있는 것같다. 사랑스런 김연아의 미래를 위해서 우리 조금 자제해서 그녀를 들어올리면 안될까. 

 

3. 1등만 기억하는 세상

앞에서 말한 것과 약간 중복되기는 하지만 이 모든 과장과 과열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기억하라. 언제부터 이렇게 피겨스케이팅만 보게 되었나. 다른 종목은 없는가. 비인기종목은 고생없이 운동하나? 

 

김연아선수자체는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운 사람이지만 사실 이렇게 1등을 치켜세우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 나는 엘리트주의, 1등주의를 느낀다. 그러니까 어떤 저변확대같은 것은 거의 필요없는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과학발전을 위해 뭘해야 하는가. 단 한명의 노벨상 수상자면 된다. 그가 미국에서 태어난 교포라도 상관없다. 절반만 한국피가섞여도 한국 대표라고 우길수 있다. 

 

과학만 그러겠는가. 인문학은 어떻고, 문화계는 어떤가. 1등에 열광하는 것이 지나치면 1등 독식의 사회가 되고 그러면 결국 1등빼고는 다 값어치 없는 것이 되고 모든 것은 그저 개인의 문제가 된다.  김연아의 코치가 있는 캐나다는 한국보다 자랑스러워 할 권리가 없을까? 무엇보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한명의 몽고인이 일본가서 일본씨름으로 천하제패하면 몽고가 일본씨름 선진국인가? 

 

금메달은 물론 자랑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 이상으로 혹은 동등한 정도로 문화를 자랑스러워 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그 모든 것은 즐기기 위해 있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도 교육과 재미를 위해 쇼트트랙해보고 피겨스케이팅 하면서 살고 우리도 피겨스케이팅 공연을 즐기면서 살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가꾸고 그런게 진짜 자랑스러운 거 아닐까. 그녀의 영광을 사랑하는게 아니라 그녀의 피겨스케이팅을 그 자체로 사랑하는데 더 집중해 줘야 하는거 아닐까.

 

그렇지 못한 현실을 생각할때 김연아 선수의 머리위에 비치는 영광의 빛이 크게 빛나면 빛날수록 그 그림자가 내게는 크고도 어둡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결국 우리를 위해서나 김연아선수를 위해서나 좋지 못한 일이 될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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