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3.24
노무현 대통령은 다음과 같은 말을 했었습니다.
왜 책이 필요한가?
사람들은 열심히 시민운동을 하고, 촛불을 들고, 정권을 잡기위해 노력합니다. 세상을 바꾸자는 것이지요.
그러나 민주주의든 진보든 국민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만큼만 가는 것 같습니다. 시민운동도, 촛불도, 정권도, 이 한계를 넘어설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80년대 반독재 투쟁이 성공한 것은 국민이 생각하는 만큼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두 번이나 정권을 잡고 노력했지만 그 동안의 민주주의와 진보의 성취 또한 국민이 생각하고 있는 수준 그 이상을 넘어서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결국 세상을 바꾸자면 국민의 생각을 바꾸어야 합니다.
국민의 생각을 바꾸는 데는 미디어가 중요합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영향력 있는 미디어는 돈의 지배를 받습니다. 돈이 없는 쪽은 돈이 들지 않거나 적게 드는 매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인터넷에 새로운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에 들어가 보면 정보는 넘쳐나지만, 내용이 부실합니다. 분노와 증오는 넘쳐나지만, 사실과 논리는 부족하고, 깊이도 모자라고, 비슷한 생각끼리도 서로 앞뒤가 맞지 않고 충돌합니다. 이렇게 해서는 사람들의 생각을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인터넷만으로는 이런 한계를 넘어서기가 어렵습니다.
좋은 책이 필요합니다. 지난날의 역사를 보면 책이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그래서 책을 만들어 보자는 것입니다. 물론 인터넷에서의 노력을 포기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병행하자는 것입니다.
2009년 3월 9일 <진보주의 연구모임>에 노무현 대통령님이 올리신 글
저는 이 글과 유명한 정치하지 말라는 말과 겹쳐보면서 이런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생각이 아니었나 하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위에서의 변화 즉 정책을 바꾸고 선거를 이기고 정권을 잡고 하는 것도 중요하긴 하지만 그걸로는 세상이 안 바뀐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반면에 세상이 바뀌면 즉 사람들이 바뀌면 적당한 사람들이 정권을 잡게 되는 것은 자연스런 결과가 됩니다. 그러므로 올바른 생각을 널리 퍼뜨리는 것이 중요한 일이며 가장 시급한 일이 됩니다.
아마도 노무현 대통령은 격동적인 삶을 살았으므로 대한민국 국민들의 위대함과 추악함을 모두 뼈져리게 동시에 느꼈을 것입니다. 많은 정치 사회의 논의에는 시스템이 있을 뿐 인간이 빠져있다는 것, 인간이 무시당한다는 것을 느끼셨을 것입니다. 시스템은 인간이 사용하는 것이니 결국 사용자와 시스템간의 조화가 맞아야 하는 것이지 그걸 사용하는 인간을 떠나서 최고의 시스템을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버스나 전철의 운영 시스템을 개선한다고 해봅시다. 여기에는 보통의 한국인들은 어느 정도의 상식을 가지고 있는가 어떤 버스, 전철 사용 문화를 가지고 있는 가가 중요한 문제라는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예전에 독일에 갔더니 전철 입구에 개찰구가 없었습니다. 표를 사지 않고도 전철을 얼마든지 탑니다. 물론 그러다가 차장에게 무임승차에 걸리면 큰 벌금을 물어야 하지만 검문을 받지 않을 때는 마치 그냥 자기 자가용타듯 개찰구도 없이 그냥 탑니다. 이런 시스템은 제대로 돌아가면 즉 시민들이 속이지 않으면 그리고 걸렸을 때 확실히 엄청난 벌금을 항의없이 물게 할 수 있으면 시설비도 적게들고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속력도 크게 증가시킬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사회의 문화가 어떤가에 있습니다.
사람들은 온통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만 합니다. 법이 어떻다. 정책이 어떻다. 관례가 어떻다. 부동산 투기는 기본적으로는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 내는 것인데 투기나 욕심은 당연한 것으로까지 여기는 분위기로 흐르면서 법이나 정책만 탓합니다. 그러니까 노무현 대통령은 책을 써서 사람들에게 좀 세상을 다르게 보라고 말하고 싶었던것 같습니다. 진보의 미래라는 노무현 대통령 유고집이 나왔고 그 뜻을 이어 책들이 더 나올 예정입니다. 하지만 사실 어떤 책이 나오건 이것은 미완성의 책일수 밖에 없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가장 큰 좌절은 자신때문에 상처입는 주변사람에 대한 미안함과 더불어 그렇게 힘들게 노력하고 얻은 것들이 무너지는 것에 대한 것이었을 것입니다. 자기 희생에 주변사람 희생까지 보태서 노력했지만 이룬게 크지 않아서 실망스러웠고 이제 그나마 남아있는 도덕적 정당성과 지명도를 근거로 그 생각을 국민에게 전하려고 했는데 그나마도 추악한 재판과 수사로 오염되고 마니 더더욱 좌절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가셨지만 자기성찰을 요구하는 그 메세지는 남았습니다. 그런데 한국에는 자기부터 반성하고 성찰하는 데서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대다수입니다. 진보는 보수때문에 진보가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한다고들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그러니까 보수를 비판하면 진보가 뜬다고 생각합니다. 각 군소 야당들은 누구누구 때문에 자기들이 못뜨고 있다고 생각하나 봅니다. 국민들은 이명박대통령때문에 세상이 이 모양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이 나라의 최고 인기 차기 대선주자가 아직도 박근혜인것을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깊은 생각을 하는것, 그리고 생각을 고쳐먹는것, 이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유지입니다. 일단 자기의 일상생활에서 자기의 상식, 자기의 문화생활, 자기의 일과에서 의심해야 할것, 개선해야 할 것을 찾아야 한다는 것, 이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유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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