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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노무현 이야기

노무현은 실패한 대통령인가.

by 격암(강국진) 2011. 6. 17.

2011.6.17

프레시안에서 이화여대의 한교수가 쓴 노무현 평가를 읽다가 그만두었다. 그 칼럼에는 뭔가 내가 핵심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되어지는 부분이 완전히 망각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말을 직설적으로 말하면 이렇게 된다. 

 

당신이 하면 더 잘할 수 있나?

 

이런 상스런 반론에 대해서는 이런 저런 오해의 반론이 또한 있을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한마디로 쓴것은 상스럽기는 하지만 이런 부분이 너무도 쉽게 망각되어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잘했다 못했다, 성공이다 실패다를 따지는데 있어서 상대성이 없는 것은 의미가 없다. 다시 말해 우리는 어떤 기준을 세우고 그것보다 높으면 성공이라고 하고 낮으면 실패라고 할 수 있을뿐 성공과 실패라는게 무슨 수소원자나 방사능 수치처럼 객관적으로 존재하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건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지만 엄청나게 자주 망각되며 특히 아주 교묘히 망각된다. 많은 사회적 담론은 과학을 가장한다. 결코 과학이 될 수 없는 것인데 멋대로 어떤 것을 법칙적 절대성을 가진 것으로 주장하며 이런 저런 사실들을 줄줄이 늘어놓은 뒤에 그러므로 어떠한 사실이 증명되었다라는 식의 형식을 취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담론의 대부분은 그럼 당신이 하면 더 잘할 수 있나라는 말 한마디를 곱씹으면 하나마나한 소리가 된다. 노무현 대통령보다 정치를 잘할 자신이 없으면 노무현을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김연아선수보다 피겨스케이팅을 잘 타거나 박찬욱보다 영화를 잘만들어야 피겨나 영화에 대해서 한마디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박찬욱보다 영화를 잘 만들지 못해도 우리는 박찬욱의 영화가 실패다 성공이다를 말할 수 있다. 어차피 우리는 모두 서로 다른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상대성을 생각하면서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전체적인 분석이 아무 의미가 없다. 우리나라 정치사에 대한 개인적 생각은 각자 다를 것이다. 우리나라 정치는 김대중과 노무현이 망쳤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이 있을것이 틀림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지지를 그토록 많이 받는 것일 것이다. 나는 모든 사람들이 김대중 노무현을 성공했다고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럴거라고 생각지도 않는다.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스스로 그렇다고 말하지 않는 분위기의 사람들이 김대중 노무현을 말하면서 실패니 뭐니 하는 것을 말한다. 나는 노무현을 지지하지만 이러저러한 것은 이래저래서 실패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종종 나는 한국 과학자들을 응원하지만 그들이 노벨상을 받지 못한 것은 분명 잘못이다같은 소리를 하는 사람과 비슷하다. 김대중 노무현은 분명 많은 것에서 잘못한 것이 있을 지언정 결코 실패운운하면서 평가될 사람은 아니다. 

 

만약 김대중이 없었는데 그 대안이 있었다면 모르겠다. 만약 노무현이 없었는데 그 대안이 있었다면 모르겠다. 그 두사람은 둘다 많은 사람들을 놀래키면서 당선되었다. 김대중이 대선에서 이기는 날이 올거라고 믿는 사람은 정말 적었고 노무현 같은 사람이 나타나서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을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더욱 적었다. 한국 역사에서 이들의 승리는 적어도 그 일이 일어나기 전에는 믿기 힘든 일에 속했다. 

 

그렇게 해서 당선이 되었는데 이제 실패운운한다는게 당키나 한가. 여기서 나는 많은 사람들이 일으키는 착오를 하나 지적해야 겠다. 그것은 어떤 인물이 혹은 역사가 마치 조립식 장난감처럼 이런 저런 부품으로 조립되어진다고 생각하는 착오다. 그들은 흔히 이런 식으로 분석이란걸 한다. 이러저러한 것은 좋았다. 하지만 이러저러한 부분을 좋게 할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마치 자동차에서 몸체는 좋은데 유리창이 실망스럽다 유리창을 좀 갈자 하는 식으로 말이다.

 

역사나 인물은 하나의 실체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즉 각각의 부분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뭔가를 하자면 대개 어떤 댓가를 치뤄야 한다. 그들이 말하는 그 분석이란 것대로의 인물이 김대중이나 노무현이었다면 그들은 성공한 대통령이 되는게 아니라 아예 대통령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의 성공과 실패는 대개 같은 원인에서 나온다. 그 사람의 정체성이 그사람을 성공시키고 또한 그사람을 패배시킨다. 노무현이 성공한 이유던 패배한 이유던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전체적으로 분석을 하는데에 있어서는 먼저 그 사람이 없었다면 어떤 대안이 있었는가를 물어야 한다. 역사에 가정은 소용없고 절대란 말도 금기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그들의 대안은 당시에는 절대 없었다고 느낀다. 그러므로 김대중이나 노무현의 대한민국에서의 의미를 물을 때는 무조건 성공이란 전제하에서 이런 저런 사소한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왜군이 처들어와서 겨우 막아낸 이순신에게 그러길래 사람도 좀 덜죽이고 시간도 더 빨리 막았으면 좋지않겠냐고 말하는 꼴이 되어서는 안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처음의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당신이 하면 더 잘할 수 있나? 우리나라 진보정당이니 민주세력이니 뭐니 하는 후보중에서 당선된 사람은 김대중이 처음이다. 그 김대중빼고 대권에서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할만한 사람이 한나라당출신말고 노무현 말고 누가 있나. 백미터도 못갈 사람들이 천미터 가는 사람에게 왜 만미터는 못가냐는 것이 평가인가? 

 

정치란 논리로 하는게 아니라 국민의 마음을 모아서 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옳다고 해도 정치력이 부족하면 할 수 없는게 민주주의고 할 수 없는데도 억지로 하면 그게 독재다. 김대중 노무현에 대한 평가는 그들이 가진 역량이 마치 국민적 역량과 동떨어진 것처럼 하면 하나마나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정부가 부동산정책에 실패했다고 말한다. 그럴지도 모른다. 그런데 성공한 정책이란 결국 단기적 결과로만 말하는 것일까. 즉 부동산 가격잡는데 실패하면 그 정책은 실패한 것일까? 국민들이 부동산 투기에 몰려드는데 그걸 더더 강력한 제약으로 막아서 대통령이 원하는데로 하는게 성공한 정책인가?  

 

노무현 자체는 어차피 과거의 사람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앞으로 다가올 대선앞에서, 지금의 이명박 정권이 하는 일을 그다지 맘에 들지 않아하거나 매우 마음에 들지 않아 하는 사람에게 묻고 싶어서다. 어떤 사람들은 한가하게 김대중이나 노무현에 대해 성공이니 실패니 이 부분을 잘했으면 좋았다는 둥 하고 있다. 이제 다음 대선에는 그럼 누가 김대중이나 노무현의 역할을 할것인가. 옳고 그른 시비를 따지면 뭐하나 누가 그 정책을 진행할 정치력이 있는가. 누가 다음번엔 나서서 정권을 교체할 것인가.

 

이런 질문을 배경으로 다시 노무현을 실패니 뭐니 하는 소리를 하는 것을 들여다보면 정말 한가해 보이지 않는가. 누군가가 나서서 정권을 교체한다고 하자. 그럼 또 그들은 그럴것이다. 그건 별거 아니다. 쉬웠다. 이런 부분을 해내라. 못하는가? 그럼 실패군. 정말 이순신장군이 나라를 지키니까 뒤에서 한가하게 비평하면서 비판하는 사람들 생각이 나지 않는가? 지식인의 일이라는게 이런 좁쌀 같은 것일까. 그런 건 아닐거라고 믿는다. 한가하게 김대중 노무현이 모자랐다고 이야기하고 싶다면 빨리 더 좋은 사람 데려오기 바란다. 우리나라에 그런 사람들이 넘쳐났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살기 좋았을거라고 믿는다. 

 

P.S. : 이 글은 이명박 정권때 쓴 것입니다. 그리고 이 이후 물론 아시듯이 정동영이 민주당 대권후보로 나선 선거에서 지고 박근혜가 당선되었습니다. 바로 역사상 최초로 탄핵당할 정도로 엉터리였던 박근혜 대통령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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