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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과학자의 시선

컴퓨터의 미래와 뇌

by 격암(강국진) 2010. 4. 13.

2010.4.13

우리는 종종 어떤 것에 너무 익숙해서 그게 왜 그런가를 질문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우리는 보통 컴퓨터 스크린을 보고 키보드를 쳐서 컴퓨터를 쓴다. 왜 그럴까. 왜 우리는 컴퓨터와 말을 주고 받지 않을까? 당연히 보는게 듣는것보다 효율적이고 편하기 때문이다. 반드시 면적과 크기가 전부는 아니지만 인간의 뇌를 살펴보면 뇌의 상당히 많은 부분이 시각정보의 처리에 쓰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인간은 시각정보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할수 있는 능력을 개발했기 때문에 시각적 정보입력을 편하게 느끼는 것이다. 

 

보다 흥미로운 부분은 정보입력에 대한 것이다. 컴퓨터가 소리를 통해서건 화면이라는 시각적 방법을 통해서건 우리에게 정보를 주면 우리는 소통하기 위해 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그 입력의 방법은 왜 그 오랜 세월동안 여전히 주로 키보드일까. 구술하면 받아적는 기술이 나온지는 한참되었는데 말이다. 

 

아래의 그림을 보면 그 답이 보인다. 

 

 

이 그림은 보통 호문클루스라고 말해지는 것인데 뇌에서 감각부분이나 운동조절기능을 담당하는 부분에 맞춰서 인간의 몸을 그려넣은 것이다. 위의 그림은 운동조절을 하는 영역이 각각 얼마나 넓은가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우리는 이 그림에서 눈동자를 움직이는 부분은 작다는 것을 알수가 있다. 반면에 손과 입이 상당히 크다. 이것은 우리가 가장 섬세하게 움직일수 있는 몸의 부분이 입과 손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즉 정보출력장치로서 유력한 후보자는 컴퓨터가 아무리 발전해도 여전히 손과 입이라는 것이다. 입은 당연히 말을 하는데 쓰이는 곳이다. 눈동자 움직임이나 발가락 움직임, 고개를 까닥거리기 같은 것으로 컴퓨터에게 신호를 보내는 일은 비효율적이다. 

 

아이패드가 요즘 화제를 뿌리고 있다. 아이패드 최고의 기능은 그것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터치 스크린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패드를 비판하던 사람도 -불행히도 나는 아직도 기다리고 있지만- 아이패드를 좀 써보면 그 기계에 빠져든다고 한다. 왜 일까. 기계와 인간의 융합의 느낌이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 손은 그만큼 섬세하게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이다. 마우스를 써서 조작을 하는 것보다 화면에 대고 손가락으로 멀티터치 기능을 쓰는 쪽이 훨씬 편하다. 그것은 터치 스크린이 보다 섬세해 질수록 더더욱 그렇게 느껴질것이다. 닌테도 위 같이 모션을 이해하는 인터페이스도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 보다 널리 컴퓨터 인터페이스로 사용되지 않을까 한다. 

 

인간과 컴퓨터와 소통을 연구하는 것을 브레인 컴퓨터 인터페이스 연구라고 해서 BCI라고 하는데 이 분야는 주로 뇌와 컴퓨터를 직접 연결하는 것을 추구한다. 그러나 대개 이런 인터페이스는 신체에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만 편리한 것이지 보통사람이 손가락을 놀리는 것과 그 편리성을 비교할 수는 없다. 적어도 아직은 그렇다. 나도 머리를 쥐어짜서 EEG 신호 해석기로 돌을 굴리는 일같은 것을 해본 적이 있는데 재미는 있지만 그걸 해보면 그건 매우 비 효율적인 정보소통의 방법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매트릭스에 나오는 것처럼 전선을 뇌에 연결하면 인간의 뇌가 직접 5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언제나 가능할까. 아주 먼 미래다. 시각정보가 들어가는 연결통로에 직접 신호를 집어넣어서 뭔가를 보게 하는 것은 맹인을 돕기 위해 연구되고 있다. 즉 뇌는 문제가 없는데 눈만 문제가 있는 경우 컴퓨터가 직접 시신경에 적합한 신호를 보내면 시각능력을 되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초보적이며 무엇보다 이것도 비정상인의 경우다. 눈이 멀쩡한 사람이 자기 뇌를 건드릴것 같지 않다. 

 

컴퓨터와 인간의 소통중에서 점점 중요해 질 부분중의 하나는 아마도 보다 개인화된 정보소통이 아닐까. 예를 들어 내가 컴퓨터에다가 빨간 우산이라고 말하면 컴퓨터는 빨간우산을 구글에서 검색해서 우선순위에 따라 나에게 보여주는 일을 지금도 할수가 있다. 여기서 보다 개인화 되었다고 하는 것은 컴퓨터가 내 개인의 성향과 역사를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사람에게 빨간우산이라고 하면 작년에 헤어진 여자가 쓰고 있던 우산을 생각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컴퓨터가 보여줘야 하는 것은 그 여자의 사진이다. 난초라고 하면 작년에 다녀온 식당의 난초를 떠올리고 있을지 모른다. 우리가 어떤 키워드를 듣고 연상하는 것과 컴퓨터가 연상하는 것이 비슷해 질수록 우리와 컴퓨터의 의사소통은 빨라진다. 정확한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컴퓨터는 나를 이해하고 그것을 실행할것이기 때문이다. 나를 이해하는 컴퓨터가 컴퓨터의 미래랄까.

 

사실 이런 컴퓨터는 그다지 새롭지않은 것이다. 이미 각종 인터넷 비지니스 사업에서는 각 개인의 성향에 따라 그에 대응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일이 큰 프로젝트가 되어 있다. 예를 들어 미국 넷플릭스는 이런 문제를 제안했다. 어떤 사람이 과거에 본 비디오를 보고 이 사람에게 추천할 비디오를 자동적으로 찾아낼수 있는가. 답은 물론 그럴수 있다지만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잘하나 하는 것이다. 아마존에서 책을 제안하는 것이나 쇼핑몰에서 개개인에게 적당한 상품을 제안하는일은 점점 더 중요해 지고 있다. 

 

이 분야의 발전이 일어나면 컴퓨터는 온종일 우리에게 종알거릴 것이다. 뭐를 하시면 좋고 뭐를 읽어보시고 뭐를 드셔야 하며 뭐를 잊지 말라고 제안할 것이다. 우리가 뭔가 기억이 나지 않으면 되는대로 컴퓨터에게 키워드를제시하면 컴퓨터가 대신 알려줄것이다. 사실 이미 네비가 없으면 운전을 못하는 나같은 사람은 그런 세상에 빠져있다고 할 수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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