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에 대해서는 무수한 리뷰와 사용기가 올라왔다. 지난 주말에 아이패드를 미국에서 공수받아 사용해보기전에 이미 나는 그런 리뷰와 사용기를 많이 읽었고 받기 전에 아이패드에 대해 글을 쓰기도 했다. 나는 아이패드를 한국인 전부가 사면 역사가 바뀔것이라고 까지 말했다. 이제 드디어 진짜로 아이패드 소유자가 된 지금 몇가지 비정통적인 사용기를 써볼까 한다.
일단 아이패드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에 대한 소개에 대해서는 많은 다른 멋진 리뷰를 권하고 싶다. 나는 그걸 간단하게 이렇게 말하겠다. 나의 첫인상은 '대단한 기계다. 높은 기대치에도 불구하고 감동했다.'라는 것이다. 나는 아이패드가 세계를 특히 한국을 바꿀 가능성에 대해 -만약 아이패드가 한국에 전면적으로 보급된다면-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 내가 왜 아이패드가 한국을 바꿀것이라고 생각하는가에 대해서는 전에 쓴 글을 참조해 주면 좋겠다 ( http://tinyurl.com/2dlv5f9 )
오늘의 글에서는 그런것을 제외한것을 써보겠다. 그것은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한국인들은 지식과 정보로부터 격리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의미에서의 도서관 시스템도 후지다. 동네의 골목서점도 거의 사라지고 말았다. 아이패드를 단순히 컨텐츠를 소비하기 위한 도구라고 말할 것이 아니다. 나는 아이패드를 통해 영어사용권자에 비해 한국어 사용자들은 지식과 지혜의 샘에 대해 얼마나 거대한 벽을 가지고 있는가를 생생히 느낄수가 있었다.
첫째로 나는 아이패드에서 책관련 어플들을 살펴보고 그런 것을 느꼈다. 이것은 특히 무료책을 다운받는 어플들때문이다. 사실 우리가 플라톤같은 고대 그리스 시대로부터 중세, 근세, 현대에 이르는 많은 고전들을 무료로 인터넷에서 다운받을수 있게 된지는 오래되었다. 구텐베르크 프로젝트 같은 곳에서 그런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아이패드로 그런 책들을 보면서 나는 그것의 의미를 너무도 실감나게 느끼게 되었다.
아이패드로 책을 보면 종이책보다 못한 면도 없잖아 있지만 사실 더욱 좋은 면도 있다. 아이패드는 들고다니는 도서관이다. 폰트조절같은 것을 하면 보기가 더 좋은면도 있고 검색기능이나 사전기능도 있다. 모르는 말은 위키피디아같은 것에서 더 자세한 것을 당장찾아볼수도 있다. 이렇게 되자 그 인터넷의 무료 고전 파일들이 순식간에 다 진짜책이 되었다. 한마디로 고금의 고전을 영어권독자들은 거의 무료로 -아이패드같은 리더기만 있으면- 그냥 책처럼 불편하지 않게 읽을수 있게 된것이다. 6-700불이면 평생 다 읽지 못할 정도의 고전을 공짜로 소유한다.
생각해 보라. 2천년 이상전부터 이제까지의 동양권 고전을 다 한국어로 번역한 책들이 전부 공짜로 모든 국민에게 배포된다면 그게 어떤 것일 것인가. 예를 들어 모든 집마다 조선왕조실록이 전부다 있는 상황이 어떤 세상일 것인가.
이것은 그 의미를 새겨보면 볼수록 전률이 일정도의 대단한 일이다. 전자 책이 실제책을 능가할정도로 발전하면서 지식의 배포 효율성은 무한대로 증가한다. 아이패드 같은 것만 있으면 이론적으로는 교육과정이 필요없다고 느껴질 정도다. 모든 정보는 그안에서 찾을수 있다. 그안의 것을 다 익히는 것도 불가능하다.
둘째로 잡지들이나 뉴스 관련 어플들을 둘러보고 나는 그런 느낌을 더더욱 생생하게 느끼게 되었다. 미국에서는 아이패드를 가전제품 같은 것으로 취급하기 시작했다는 트윗이 올라온적이 있는데 그말은 정말 정곡을 찌르는 말이다.
이야기전에 아이패드의 효율성에 대해 몇마디 써야겠다. 아이패드는 오디오고 라디오 티브이고 잡지다. 분명 가까운 시일내에 많은 곳에서 손님들이 기다리는 곳에 신문이나 잡지를 가져다 놓는 대신 아이패드를 가져다 놓은 곳이 많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이패드는 컴퓨터가 이론적으로 할수 없는 것을 해내는 기계는 아니지만 컴퓨터가 집같은것이라면 아이패드는 옷처럼 느껴진다. 아이패드는 간편하다. 예를 들어 홈페이지를 등록하면 바탕화면에 아이콘이 하나 생긴다. 그러면 그걸 건드리면 그 화면이 바로 뜬다. 이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겠는가. 그러나 직접 써보고 생각을 좀해보면 정말 다르다.
바깥에서 들어와서 노트북 컴퓨터를 부팅시키고 웹브라우저를 실행시키고 그다음에 원하는 웹페이지에 접근하는 것과는 하늘과 땅차이다. 나는 wtwkr.com을 아이콘으로 등록시켜두었다. 아이패드의 경우는 기계를 든다. 아이콘을 누른다가 다다. 부팅시간이 없고 바로 화면이 뜨면서 트윗들이 내앞에 나타난다. 고작해야 중간단계가 있다면 슬라이드를 밀어서 기계를 깨우는 것인데 부팅이 아니기 때문에 바로 뜬다.
이 차이는 거의 정확히 이제까지 종이 신문을 보는 것과 컴퓨터 화면에서 신문을 보는 것과의 불편함의 차이와 같다. 종이신문은 그냥 들어서 여기저기 보다가 내려놓으면 된다. 1-20초만 있어도 흘낏 제목들을 볼수가 있다. 그러나 컴퓨터는 그렇지 않다. 아이패드는 종이매체에 한없이 가까우며 사안에 따라서는 그것을 능가한다.
바로 이런 효율성때문에 아이패드는 거의 인터넷 이전과 인터넷 이후를 연상시키는 환경적 차이를 만들어 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인터넷 이전과 이후 정보에 대한 접근에서 가장 큰 차이는 더 많은 정보들을 상호 비교하면서 습득할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신문을 열가지쯤 같이 받아보는 집은 거의 없다. 그러나 인터넷에서는 여러가지 정보를 상호비교하면서 얻을수 있기 때문에 각 매체의 신뢰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러나 우리가 그토록 자랑스뤄했던 인터넷은 아이패드가 나타나고 나자 이제 완벽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처럼 보인다. 무수한 정보가 있으면 뭐하나. 우리는 검색을 하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그 정보를 읽어보는 것이 원칙적으로는 가능하다. 그러나 사실 그것은 인터넷 시대 이전에도 마찬가지다. 발품을 팔고 돈내고 여러신문을 다 구독하면 인터넷 이전에도 다양한 정보를 얻을수 있었다. 다만 그것이 인터넷 등장으로 훨씬 편해진 것이다.
아이패드도 마찬가지다. 아이패드 없는 인터넷은 아이패드같은 기계가 있는 인터넷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생생한 정보가 아무 귀찮은 중간과정없이 멋지고 빠르게 쏟아져 들어온다. 잡지나 뉴스가 손짓한번이면 바로바로 뜬다. 자세를 똑바로 할필요도 없다. 침대에 누워서도 볼수 있다. 세상에 대해 궁금하면 언제든 아이패드를 집어들기만 하면 바로 세상의 정보를 볼수가 있다. 분명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환경에서 독점적 지식채널이 주는 피해에서 벗어날수 있을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앞에서 거론한 주제와는 상관없는 두가지 사안에 대해 간단히 언급하고 글을 마칠까 한다. 정말 사소한 그러나 개인적으로 감동받은 기능은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듯이 사진 액자 기능이다. 도크에 올려놓고 슬라이드 쇼를 진행하게 했더니 컴퓨터에 묻혀있던 사진들이 어찌나 멋지게 보이던지. 아이패드에서 눈을 뗄수가 없었다.
두번째로는 아이패드의 장점인지 단점인지는 모르겠으나 정말로 무서운 면은 아이패드는 돈을 쓰고 싶게 만드는 기계라는 점이다. 아이패드를 보고 있으면 게임이건 책이건 너무나 쉽게 구매가 된다. 따라서 돈을 쓰고 싶게 만들고 쓰면서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는다.
이것은 특히 한국에 지대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불법음원다운로드가 설쳤지만 사람들이 유일하게 돈을 내는 매체가 핸드폰이었다. 덕분에 핸드폰 벨소리가 큰 시장으로 부각되기도 했다. 사람들은 컴퓨터가 뭐든지 한다고 말하지만 이제 자신은 컴퓨터에 거의 돈을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다. 그것은 좋은 이야기로만 들을 것이 아니다. 돈을 지불하지 않으면 누군가가 좋은 컨텐츠를 생산하지 않는다. 따라서 저질의 컨텐츠만 보게 된다.
불법 다운로드가 흔한 한국의 풍토가 아이패드로 인해 크게 바뀐다면, 예를 들어 아이패드가 1-2백만대만 팔리고 아이패드 사용자들은 기꺼이 컨텐츠에 돈을 내는 사람들이라면 아이패드는 한국을 완전히 바꾸지 않을까? 컨텐츠 생산자들에게 가장 커다란 시장으로 등극하지 않을까. 다른 곳에서는돈을 내지 않기 때문이다. 핸드폰 어플보다 훨씬 고급의 컨텐츠를 팔수도 있다.
아이패드에 대해 너무 칭찬만 하는거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답하고 싶다. 나는 이글을 쓰는 맥락에서는 아이패드의 단점을 거론하고 싶지 않다. 핸드폰이 등장했을때 그걸 벽돌이라고 불렀다. 그렇게 크고 무거웠기 때문이다. 혹자는 그 특정 기계의 단점을 거론했을 것이다. 그러나 혹자는 핸드폰 문화의 시작에 흥분했을것이다. 내가 아이패드에 대해 쓴것은 기계가 아니라 문화에 대한 것이다. 아이패드 1세대 기계가 어떤 단점이 나타난다고 해도 이런 비지니스 모델이 성공만 한다면 단점은 고쳐질것이고 다른 기계가 나올것이며 단기일내에 굉장히 좋아질것이다. 지금은 상상도 할수 없을 만큼 다양한 일을 아이패드 같은 기계로 하는 날이 얼마지나지 않아 올지도 모른다. 이미 미국에서는 병원에서 차트를 대체하기 위해 학교에서 교재를 대체하기 위해 아이패드를 대량주문하는 일이 생기고 있다. 내 느낌으로는 아이패드 1세대는 거기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온 가족이 다 자기 아이패드를 한대씩 가지는 날 혹은 방마다 아이패드 하나씩 두는 가정이 생기는 날은 그다지 멀리 있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아이패드는 가전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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