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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를 쓰면서 알게된 인터넷의 폐해.

by 격암(강국진) 2010. 4. 30.

아이패드를 몇일동안 쓰면서 제게는 약간의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그것은 아이패드가 나에게 훨씬 재미있고 생산적인 일에 시간을 많이 쓰게 해주더라는 것이죠. 경우에 따라 다릅니다만 어떤 때는 아이패드로 인터넷을 검색하고 바로 일로 돌아오는 내 모습에서 그 격차가 어마어마하다고 느낄때도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1-2분 인터넷 둘러보고 볼건 다본것 같은데 컴퓨터로 인터넷을 했을때보다 만족감이 더 큰데 시간은 엄청나게 줄어든 느낌이 때때로 든다면 이건 왜 이럴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경험이 반복되자 약간 생각해 봤습니다. 그렇게 해서 저는 상당히 의미심장해 보이는 것을 깨달을수 있었습니다. 


첫째, 필요없는 것이 소모시킨 내 하드웨어. 


물론 시간이 절약되는 큰 이유중의 하나는 아이패드가 훨씬 더 반응속력이 빠르기 때문입니다. 하드웨어 속력은 당연히 데스트 탑이나 노트북컴퓨터가 더 빠르죠. 그런데 거기는 온갖 쓸데없는 것이 돌아가는 윈도우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게다가 전에 아이패드 사용기를 쓰면서 강조했지만 과정이 너무 틀립니다. 마우스를 쓰는 것과 터치로 웹을 보는 것은 훨씬 더 간편하고 간편한 만큼 보다 자유자재한 빠른 서핑이 됩니다. 

 

두번째, 필요없는 것이 낭비 시켜왔던 내 시간들


사실 이글을 쓰는 것이 이 두번째 이유때문입니다만 커다란 화면으로 풀 브라우징을 해서 인터넷 서핑을 하는 것과 그에 비하면 작은 화면을 가진 아이패드는 인터넷 사용에 있어서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는 것입니다. 


역설적입니다만 눈에 편한 것은 아이패드입니다. 왜냐면 아이패드는 손가락짓 한번에 브라우저의 특정부분을 보기좋은 크기로 확대하고 나머지 부분을 밀어내 버리기 때문입니다. 아이패드로 웹브라우징을 할때 보다 더 큰 폰트로 글을 읽을수 있고 사진도 더 자세히 보입니다. 화면사이즈는 작지만 내가 원하는 부분을 집중해서 볼수있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내가 원하는 부분을 확대해서 본다'라는 것이 제가 보기엔 엄청난 마력을 발휘 합니다. 우선 저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할때 포털을 통해서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이멜 계정도 거기에 있고 뉴스도 거기를 통해서 읽지요. 


그런데 포털이라는 곳은 엄청나게 많은 정보들이 경쟁하고 있는 곳입니다. 그리고 그 정보를 사용자에게 보내려고 하는 사람들은 여러가지 방법으로 사용자의 주목을 끌려고 합니다. 나는 연예계 기사 따위를 보고 싶지 않지만 포털에 와서 이멜체크를 하려고 하는데 장동건 애아빠된다 라는 식의 제목이 딱 뜨면 이게 뭐야 하게 됩니다. 여러가지 광고에서 여배우들이 현란한 춤을 추며 제 시선을 잡아끕니다. 어디서 대사건이 벌어졌다. 부동산이 어떻다. 그러다가 그것중의 하나를 클릭해서 들어가면 그 화면에는 같은 일이 반복됩니다. 부동산 기사를 보고 들어가면 그옆에는 엽기적이거나 야한제목을 가진 기사들이 줄줄이 있는 그런 식인 것이죠.  


저의 이런 감상을 사소한 차이라고 말할 분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이것이 큰 차이라고 생각하며 경우에 따라 인터넷 사이트들은 전면적으로 전략을 바꿔야 할 동기가 될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백화점에 가면 에스컬레이터가 있지요. 그 에스컬레이터 같은 것들을 타고 사람들이 움직일때 사람들이 어떤 동선에 따라 움직이는가 하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사실 이런게 중요하지 않다면 중요상권이니 뭐니 해서 어딘가가 비싼 땅값을 가지고 상가가 모여있는 장소가 될 이유가 없습니다. 자연스런 사람들의 동선상에 주목을 받을 만한 것을 놓는 것이 광고의 핵심입니다. 


그런데 아이패드는 데스크탑이나 노트북 컴퓨터와는 전혀 다른 동선을 가지게 되더라라는 것이 제 경험입니다. 화면이 뜨면 내가 애초에 하려고 했던 것에 관련된 부분을 확대합니다. 로그인을 하고자 하면 로그인 부분을 키우는 겁니다. 그순간 포털의 대부분의 컨텐츠가 화면 밖으로 밀려나가버리고 맙니다. 본래 그 동선상에서 제 주목을 끌려고 거기 놓여있는 광고들이며 기사가 사라지는 겁니다. 온갖 머리를 짜서 구축한 초기화면의 디자인은 순식간에 무력화 됩니다. 


포털은 본래 이 동선때문에 성장하고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입니다. 본래 포털은 검색서비스와 메일계정서비스 정도가 자기 고유의 서비스였죠. 그런데 사람들이 검색하러 오거나 메일을 체크하러 오면서 뉴스를 읽으니까 뉴스 회사 웹페이지보다 포털이 더 권력을 가지게 된 것이죠. 


제가 보기엔 요즘 화제가 되는 소셜네트워크 소동의 핵심은 바로 이 동선, 정보 제공의 문제와 핵심적으로 연관되어 있습니다. 정보 과잉의 시대에 사람들은 무엇을 봐야 하며 무엇을 보게 되는가 하는 가가 소셜네트워크의 핵심이라는 말입니다. 


사람들에게 뭔가를 보는 것을 강제할수 있는 곳이 있다면 그곳이 돈과 권력을 가지게 되며 여러가지 컨텐츠 생산자들은 거기에게 돈을 지불합니다. 말하자면 한국인터넷에서는 그게 포털입니다. 포털같은 회사가 초기화면을 짜면 그게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아고라들어가는 링크의 위치나 다음뷰에서 시사 섹션의 링크 위치가 조금만 바뀌어도 사람들의 주목도가 달라집니다. 아이패드에서는 이 초기화면 구도가 무너집니다. 


쇼셜네트워크는 내가 마음에 드는 사람들이 걸러준 정보를 보게 합니다. 결과적으로 내가 보도록 강제된 컨텐츠를 보는게 아니라 내가 보고 싶은 정보를 보는 것입니다. 이것은 자본이 사람들에게 뭔가를 보도록 강제하기가 훨씬 어렵다는것을 의미합니다. 아이패드는 궁극의 트위터 머신입니다. 아이패드로 트위터를 해보면 손가락짓 한번에 휙휙넘어가는 트윗들에 감동하게 됩니다. 다만 지금 상태로는 입력에 문제가 있을 뿐입니다. 


사람들이 보고 싶은 것을 볼수 있게 되면 그것이 좋은 세상이 오는 것입니다. 왜냐면 훨씬 더 잡음없고 조용한 세상에서 살수 있게 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볼만한 것이 아닌데도 사람들에게 보게 만들려면 더 많은 돈을 들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공짜 소프트웨어를 잘 만들어야 거기 끼어있는 광고를 한번 봐주는 것이죠. 


아이패드는 특히 한국에서 우리가 어떤 미디어 환경에 있는가를 생각하게 해주는 기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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