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식 인테리어 쇼핑/아이패드, IT,자동차

전자 책은 한국의 지적 풍토를 바꿀까.

by 격암(강국진) 2010. 5. 17.

나는 얼마전에 아이패드를 전국민이 사면 한국이 바뀐다는 글을 쓴적이 있다. 그글의 핵심은 컨텐츠를 만들고 배포하는 과정이 바뀌면 경제적 변화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보는 시각자체가 변화하고 그것이 정치 사회적 변화까지 만들어 내지 않을까 하는 것이며 그런 변화에서 아이패드같은 기계는 핵심에 있을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 변화의 일부로서 혹은 중심에는 전자책의 대중화가 있다. 우선 우리는 아이북스나 아마존의 킨들 서점에 익숙하다. 그러므로 이번에는 일본의 아이분고 어플을 한번 보기로 하자. 




아이패드로 실행하면 아이분코는 수십권의 책을 멋지게 보여준다. 아이패드의 본래 이북 프로그램 아이북과 비교해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주목하는 것은 멋진 소프트웨어와 아이패드 이상으로 아이분코라는 프로그램이 주는 책자체다. 


아이분코는 5달러짜리 프로그램인데 수십권의 책을 기본으로 제공하며 아오조라 문고의 수천권의 책들을 공짜로 다운로드받을수 있게 되어 있다. 그 책들에는 우리가 익히 아는 전집류의 책과 일본의 고전들이 총망라 되어 있다. 불과 5불인데 말이다. 


물론 아이패드를 사야 한다. 그러나 가장 싼 아이패드는 50만원짜리다. 2-3년안에 나올수 있는 보급형 기계는 얼마나 싸게 만들수 있겠는가. 미국에서 빈민국 아이들에게 백불짜리 노트북 컴퓨터를 주겠다는 운동이 있다. 나는 저소득층에게는 정부가 반쯤 보조금 주면서 아이패드나 아이패드 같은 기계를 보급해 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정부가 전자책 컨텐츠만 마련해 주면 누구나 돈없어도 원없이 책을 읽을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누구나 예측할수 있으며 이미 우리곁에 다가와 있는 미래를 충격적으로 확실히 보여준다. 즉 전통적의미의 도서관이라는 것이 거의 의미없어지는 현실이다. 이것은 특히 도서관 시설이 열악한 한국에 싸게 큰 변화를 만들어 낼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전국에 수백개 수천개의 도서관을 세우고 책을 채우고 유지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이 들겠는가. 그런데 전자책이 활성화되면 실질적으로 거의 무료로 전국민에게 도서관 서비스를 할수가 있다. 그야말로 책을 원하는 사람은 적어도 고전의 경우 언제 어디서나 거의 무료로 책을 읽게 해줄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서비스가 필요한 것은 미국이나 일본보다도 한국일 것이다. 미국은 말할것도 없거니와 일본만 해도 도서관, 다시 말해 독서실이 아니라 책보는 도서관 서비스가 한국보다 훨씬 뛰어나다. 그런데 아이분코 같은 어플이 일본이 먼저 나오는 것을 보면 나는 사실 가슴이 아팟다. 부익부 빈익빈을 보는 것같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를 읽는 독자중에는 이것이 무슨 카메론 감독의 미래세계를 그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지 모른다. 아이분코를 보라. 한국 사회가 해야할 것이 거의 없다. 그냥 오래되서 저작권이 없는 책들, 고전들, 기부받을 책을 모아서 어플하나에 전부 몰아넣어서 배포만 하면 전국민이 다 도서관을 하나씩 가지게 된다. 


전자책의 활성화가 바꿀 두번째의 것은 책을 만드는 사람일 것이다. 배추키우는 사람은 5백원받는데 서울 소비자는 만원낸다는 식의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배추를 키우는 것 이외에도 여러가지 다른 요소들이 끼어들기 때문이다. 연예인 노예계약 이야기도 듣는데 소속사들은 키우는 가수들이 모두 성공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보기에 너무하다 싶은 계약조건도 너무한게 아니라고 항변한다. 투자한 가수들중 성공하는 가수는 얼마 안된다는 것이다. 


책도 마찬가지다. 책한권 만드는데 얼마가 들까. 만들기 나름이지만 1-2천만원은 들여야 한다. 이 책은 본전을 뽑을수도 있고 아닐수도있는데 사실은 대부분의 책들이 본전도 못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여기에도 투자가 있고 마켓팅이 끼어들기 때문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끼어들고 따라서 책을 쓰는 저자는 유명작가로 성공이 보장된 경우가 아니면 돈을 벌지 못한다. 그나마 일본인은 국민수가 우리보다 3배는 되지만 우리는 인구도 작다. 국민소득 차이는 제외해도 그렇다. 시장이 작으니 상황은 더욱 열악해서 해리포터 같은거 하나 성공하면 재벌이 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국에서 유명한 베스트셀러를 쓴 사람이지만 책으로는 밥도 못먹고 사는 사람도 있다. 


이런 상황은 전자책이 활성화되면 크게 호전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기성신문과 인터넷 신문과의 경쟁에서 포털이 등장하고 결국 자본에 인터넷 언론조차 눌리는 상황, 이런 상황과 비슷한 일이 반복 될수 있지만 적어도 지금보다는 훨씬 좋을 것이다. 작가들이 돈버는 것을 아까워 하지 말아야 한다. 책이란 지적 작업의 결과물이다. 댓가가 없으면 노력도 있기 힘들다. 하다못해 블로거들도 종종 광고수입에 목을 맨다. 그냥 끄적이는게 아니라 노동과 시간을 투자하는 일이기 때문에 원조없이는 해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이패드같은 매체는 특히 노년층에게 책보다도 우수한 점이 있다는 것을 나는 느낀다. 책보다 보는데 편리한점이 있고 폰트의 크기조절도 자유자재라 읽기도 좋으며 서점까지 가지 않아도 책을 바로 구할수 있기 때문에 편리하다. 법정스님이 돌아가신 소식을 듣고 무소유란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했다고 하자. 그런데 무소유는 절판되었고 도서관에 있는 책은 구하기 힘들다. 하지만 미국의 아마존 킨들 같은 전자책 시스템이 있다면 아이패드를 드는 순간 바로 책을 구매할수가 있다. 이 차이가 그 책을 보는 사람의 수를 얼마나 크게 바꿀까. 나는 엄청난 차이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아직도 한국에는 아이패드가 발매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런 공익적 차원에서 사고하고 행동하는 일이 정부나 어디 공공재단쪽에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다. 이것은 매우 유감스런 일이다. 안그래도 우리보다 훨씬 앞선 미국이나 일본사람들이 수많은 고전을 국민들에게 들이대고 더 많은 책을 읽을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동안 뒤늦은 우리는 한가하기 짝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이 후진적일수록 전자책이 언젠가 활성화되고 나면 그 변화의 폭은 오히려 선진국보다 더 클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한국 사람들이 인터넷에 열광했던 이유도 한국의 언론이 후진적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책과 종이신문에서 좋은 정보를 얻을수 없으므로 사람들은 직접 연결되어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것에 큰 가치를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어떤 의미로 전자책의 열기는 미국이나 일본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뜨겁게 달아오를수도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