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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글쓰기/책 이야기

인간을 묻는다 (Jacob Bronowski)를 읽고

by 격암(강국진) 2010. 6. 3.

이 책은 부분과 전체를 번역한 김용준교수가 번역한 책으로 수학자이면서 문예지 편집을 하기도 하며 티브이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이름을 알리기도한 제이콥 브로노우스키가 쓴 책이다. 이 책이 하고자 하는 바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면서 세상을 보고 평가하는 일관된 철학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할수 있다.





브로노우스키는 두가지 지식의 양태 즉 과학과 문학을 거론하면서 그것이 세상을 보는 서로 다른 언어라는 점을 강조하고 그 두 언어 모두에는 차이가 있는 동시에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설명한다. 그 공통점이란 차갑게만 보이고 가치중립적으로만 보이는 과학에도 언어적 애매함이 있고 서로에 대한 존경과 관용의 정신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문학안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핵심적 내용은 바로 논리로 이를수 없는 무지의 경계가 과학과 문학 모두에 있다는 것이고 과학과 문학 모두가 인간에 의해 행해지는 서로가 공감하게 만드는 행위라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우리는 이런 작업을 통해 인간으로서 서로에게 공감하고 인간의 업적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인간존엄을 믿게 된다. 


브로노우스키는 가치를 파괴하는 존재로서 과학이 인지되고 과학과 문학이 서로 적대적인 위치를 취하게 되는 것은 그저 양적으로 한쪽의 교육에 치우쳤기 때문이 아니라 이 양자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앞에서 말한대로 과학과 문학이라는 지식의 본질을 탐구해서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고 나아가 거기서 인간존엄의 가치를 이끌어내며 윤리적 기준을 도출하는 것에 이르는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그러나 과학과 문학을 논하는 일에는 분명성공하였지만 윤리적 기준에 이르러서는 그다지 성공적이란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일단 가장 이책에서 거슬리는 것은 일종의 엘리트주의의 냄새가 난다는 점이다. 이 엘리트주의는 동물과 비교해 인간이 다르다고 주장하는 엘리트주의다. 저자는 인간의 정신과 동물의 정신이 어떻게 다른가를 여러곳에서 강조하고 인간존엄이라는 가치로 비약하는데 이부분은 그다지 공감이 가지 않는다. 나는 인간이 동물과 똑같다고 말하는 것도 오류지만 모든 동물과는 원천적으로 전혀 다른 능력을 인간이가졌으며 인간이 가장 존엄하다라고 말하는 주장에는 그다지 공감할수가 없다. 동물도 과연 윤리를 가졌는가라는 실험 관찰이 긍정적으로 나왔다는 말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인간이 동물과 다르다는 것이 특별한 논점이 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브로노우스키가 특별히 다른 말을 한것은 아니지만 내식대로 말해보자면 좋은 문학의 특징은 이러하다. 좋은 문학은 갈등의 상황을 제시한다. 갈등의 상황이란 것은 가치적 선택, 가치적 충돌의 순간이다. 개인주의를 믿는 며느리가 가족질서를 따지는 시어머니와 갈등을 겪는다는 이야기는 한가지 예가 될수 있다. 등장인물이 옳고 그르다던가 참과 거짓이 있다던가 해도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중첩적 상황이 있다. 이때는 정답이 없다. 우리는 우리의 가슴에 이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물어볼 따름이다. 즉 문학은 인간에게 가치적 선택의 순간을 제시한다. 이때문에 우리는 문학을 통해 윤리적 모범을 접하게 되거나 가치판단의 상황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과학은 이렇지 않다. 완결되어진 과학은 정해진 전제와 정의를 따라서 이 세상 모든 것을 연역적으로 기술할수 있어야 하고 적어도 그것을 목표로 만들어 진다. 그러나 실은 과학은 완결되어진적이 없다. 따라서 과학자들도 어떤 모순을 감지하고 느낀다. 그리고 과학은 다시 고쳐지고 과학적 이론에 나오는 요소들의 정의는 확장되고 수정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과학과는 달리 과학하기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논리적 비약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검증할 가설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가설을 선택하는 것은 연역적이나 귀납적으로 진리를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윤리적으로 옳은 것, 좋은 것이 뭔가를 직관적으로 알듯이 직관에 의거하여 일어나는 것이다. 


나 개인적으로는 이와 같은 우리가 모르는 영역, 무지의 영역을 직시하고 거기에서 가치를 '느끼는' 것이 가치판단의 근원이 된다고 말하는 것으로 충분하고 혼돈이 적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브로노우스키는 문화를 말하고 인간존엄을 말해서 좀더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가치, 윤리에 대한 논의를  윤리를 복잡하게 만든다. 그는 인간들이 서로를 동일시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문화의 역할을 강조한다. 이렇게 함으로서 우리 모두는 인간이라는 집단의 일원으로서의 공감대와 자부심을 획득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 개인적으로는 그것이 오히려 브로노우스키의 작업에 대한 공감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이것 말고도 과학이 가치를 붕괴시킨다는 시각에 맞서서 과학을 옹호하기 위함이겠지만 과학이 문학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점을 문학과 나란히 놓으면서 조금 너무 강조하고 있는 것같기도 하다. 과학과 과학하기를 구분한다면 과학자체는 분명 문학과 다르다. 그리고 이 과학과 문학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모든 일반인들에게 자명한 일은 아닐 것이다. 서로간의 같은 점을 말하는 만큼 그 차이점도 잘 말해두는 쪽이 과학의 해독을 피하기 위해 보다 바람직하지 않을까. 


나는 이 책을 학문, 과학, 윤리, 인간의 정체성등에 대해 여러가지 좋은 생각을 하고 배울수 있는 책으로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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