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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생활에 대하여

마음의 습관

by 격암(강국진) 2010. 11. 28.

2010.11.28.

 

살다보면 부질없는 짓인줄 알면서도 순간 순간 마음이 가버리는 것을 느끼는 일이 있다. 일단 그런일이 일어나고 나면 곰곰히 생각해보고 부질없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기억해 내고는 하지만 그래도 비교적 혼자 조용히 살아가는 생활속에서도 그런 일이 있으니 사람들과 부대끼며 시끄럽게 되면 내 마음을 내가 알런지, 어리석은 일을 내가 하지 않을런지는 알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 부질없는 일의 대표적인 두가지 일이 있으니 하나는 예쁜 여자에게 눈이 가는 것이요 또하는 승부와 명성에 눈이 가는 것이다. 사실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나에게 예쁜 여자란 정말 부질없는 것이다. 나는 남자가 예쁜여자에게 눈을 주거나 하는 일에 죄의식을 느껴야 한다던가 나쁘다던가 하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심지어 결혼한 사람이 자기 배우자가 아닌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고 해도 그것을 무조건 욕하고 싶지는 않다. 사랑이란 불가항력적으로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런게 아니라 습관에 의해 상대를 여자로 인식하는 경우다. 나는 정말 저 여자를 사랑하고 있는가를 곰곰히 생각해 보면 그런게 없다. 그저 습관일 뿐이다. 여기서 말하는 습관이 어떠한 것인가를 말하려면 승부와 명성에 눈이 가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 좋겠다. 

 

웃기는 남자의 이야기를 하나해보자. 이 남자는 길을 가다가 무슨 승부가 벌어진다는 말을 들으면 그게 뭔지도 모르고 끼어든다. 그리고 기필코 그걸 이기려고 안달복달한다. 그러다가 지고 나면 낙담한다. 이렇게 써놓고 보면 이 남자는 당연히 바보다. 왜 그 승부를 이겨야 하는지, 그걸 이기면 나에게 무슨일이 생기는지를 생각지도 않고 승부에 끼어들어 힘과 시간을 낭비한다. 그렇게 해서 이겨도 별 득이 없거니와 사실 이기기도 힘들다. 좀더 그 승부를 잘 이해하고 자신의 전부를 바쳐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즉흥적으로 덤벼들어서 이기기 힘들다는 것은 뻔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지고나면 이젠 졌다고 낙담까지 한다. 이기고 나면 굉장히 좋을 것같지만 실은 이기고 나도 별로 좋지가 않다. 이기고 나면 허무할 뿐이다. 애초에 내가 목을 맬 승부가 아니었기 때문이며 사람들이 이거 굉장히 좋은거라고 해서 상상했던 그런 좋은 일은 승리 후에도 오지 않기 때문이다. 상상과는 전혀 다르다. 

 

그런데 내가 보기엔 내가 그럴뿐 아니라 이 세상 사람들 상당수가 이런 남자와 그다지 다르지 않다. 승부를 노리는 것에 습관이 들어있다. 명성을 바라는것에 습관이 들어있으며 아리땁고 인기있는 여자를 차지하려는 것에 습관이 들어있다. 

 

왜일까. 바로 그런 교육을 오랜동안 받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에서 대학을 졸업할때까지 대개의 경우 시험이라면 무조건 다 잘봐야 한다. 거기엔 못봐도 좋은 시험이란 없다.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에게 둘러쌓여서 오래 살다보면 좋고 나쁜것이 완전히 객관성을 띄게 된다. 이렇게 되면 세상사람들이 좋다는 것은 의심할바 없이 내게도 좋은 것이 된다. 세상이 좋은 것이라고 시끄럽게 떠들면 그런 일에 전혀 관심없던 사람이 갑자기 그런 일이 금방 근사해 보인다. 그렇게 되지 못하는 자신이 작아보이고 부끄러워 보인다. 

 

그러나 이런 사람은 대개 정말 괜찮은 일을 할 수 없다. 오늘은 요리사가 되야지하고 생각하고 내일은 물리학자 그 다음날은 경찰 하는 식으로 날마다 자신의 희망사항과 목표가 달라지는 남자가 있다면 이런 남자가 과연 어떤 일에 대해 정말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있을까? 세계적 위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대개는 아주 오랜간 무명기를 거친다. 심지어 죽을 때까지 무명이었는데 유작으로 남긴 것이 유명해지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람들이 날마다 달마다 자신의 인생길을 회의하고 다른 길을 기웃거렸다면, 남들도 다가는 길, 남들이 이런 저런 길이라고 이름붙인 길을 갔다면 그렇게 살 수 없었을 것이다. 

 

사랑도 그렇다. 사랑은 결코 남녀가 만나서 결혼으로 끝나는 행위가 아니며 형이상학적인 철학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평생에 걸쳐서 둘이서 완성해 나가는 인간관계다. 사랑을 느끼는 사람과 연인이 되었다면 그 사람과의 사랑을 쌓아나가는 쪽이 좋다. 그것은 물론 과거에 나와 엮일 수도 있었던 어떤 다른 사람과의 인생, 어떤 다른 사람과의 사랑과는 다른 것일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저렇게 한눈판다고 뭐가 되는게 아니다. 그건 사랑이라고 이름붙이기 부끄러운 그냥 육체적 자극에 불과하며 결국 순식간에 허무해질 뿐이다. 

 

명성과 자리도 그렇다. 그것이 자연스레 나에게 와서 나의 삶을 파괴하지 않는 경우 나는 그런게 나에게 오는줄도 모르고 그것을 가지게 될것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나는 그것들을 얻기위해 버리지 말아야 하는 것을 버렸거나 거짓말을 했거나 나를 나아닌 것으로 바꾸거나 했다는 이야기로 결국 그것은 나를 파괴하고 만다. 그렇게 되면 그건 나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노벨상이나 하버드  MIT의 종신교수자리라고 한들 그것이 그렇게 되면 나를 행복하게 만들 리가 없으며 모든 것이 무로 돌아가는 죽음에 다달았을 때는 위선적으로 살았던 것을 후회하게 될뿐일 것이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남들이 좋다고 하기에 그걸 가지고 그걸 유지하기위해 평생을 뛴 것인가 하고 말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습관에 빠져있다. 그래서 길을 가다가 줄이 있으면 일단 서고 본다. 승부가 벌어지고 나면 일단 이기고 볼일이다. 그래서 삶이 불안하고 피곤하다. 내 삶만 살아도 세상엔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 습관에서 벗어나고 그 습관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쉬운 해법은 고독하게 사는 것이다. 타인들은 자신들이 무슨 영향을 남에게 펼치는가도 모르고 온갖 일들을 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삶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래서 다 고독하다. 그들이 정치인으로 온갖 사람을 만나고 있어도 고독하며 때때로 완전히 혼자있는 시간을 통해서 자기를 침투한 부질없는 악습을 씻어내려고 한다. 

 

장자는 터무니없이 큰 것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노자는 도를 도라하면 도가 아니라는 비절대성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는 -다른 많은 좋은 의미를 제외하고 라도- 우리가 좁디좁은 생활의 함정속으로 빠지는 것을 막아주기 위함일 것이다. 코앞만 보고 있으면 코앞만 보인다. 전체를 잊지말아야 바보같은 남자가 되지 않는다. 무한히 존재하는 세상을 잊고 나면 바보같은 남자가 된다. 나는 아직 마음의 습관을 다 씻지 못해서 날마다 글을 쓴다. 나를 지키는 공간이라고 이름붙인 글들을 쓰는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할것을 잊지 않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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