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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교육에 대하여

학원교육, 쪽집게교육에 분노하다.

by 격암(강국진) 2010. 12. 13.

이건 한국의 학원이야기는 아니지만 입시대비용학원이 많은 한국의 현실에서 똑같이 생각해 볼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막내는 수학학원에 다닌다. 일본은 중학교때부터 사립입시를 쳐서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입시문제가 정규학교에서 가르치는 것보다 훨씬 어렵기 때문에 입시준비를 하는 사람들은 학원에 다니곤 한다. 6학년인 큰딸이 이 학원에 1년안되게 다니다가 말았다. 이런저런 환경을 경험해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했고 별로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되었다. 그런데 그러다가보니 1주일에 한번이지만 막내는 3학년인데 학원에 다니게 되었고 누나는 그만두었는데 막내는 그냥 다니게 되었던 것이다. 그만 다니라고 하니까 다니고 싶다고 한다. 하고 싶으면 하라고 놔두었다. 


난 입시공부를 그다지 좋게 평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현실에서 입시시험을 잘보려고 공부하고 입시대비용으로 공부하는 것 전부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이 똑같이 살필요도 없고 시험도 잘보면 나름대로 얻어지는 것이 있다. 그러나 역시 문제는 정도 문제다. 


내가 이글을 통해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 중의 한가지는 교과서야 말로 가장 잘만들어진 교재라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초등학교 교과과정이 완벽하다든지 모든 아이에게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가적 역량이라는 것을 우습게 봐서는 안된다. 교과서라는 것은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이 교육, 철학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연구하여 이렇게 배우면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이 된다고 해서 만드는 것으로 뛰어난 사람들이 총동원되어 개량되어 만들어 지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쪽집게 선생님의 비밀 노트라던가 뛰어난 입시학원의 교재는 뭔가 더 뛰어난 걸 가지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학교교육으로는 충분치 않고 학원에 가야 더뛰어난 것을 배운다고 착각한다. 


이런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것은 두가지로 하나는 학원에서는 학교에서 안배우는 것을 가르쳐주며 학원을 다니지 않고 전국수석을 하는 아이도 가끔 보이지만 역시 공부잘하는 학생의 대부분은 학원을 다니더라는 현실이다. 


그런데 이런 현실을 곰곰히 생각해 보질 않는다. 첫째로 그들은 어려운 문제를 푸는 학생이 뛰어난 학생이라고 생각한다. 이건 당연한 일일까? 시험문제라는 건 적어도 어느정도는 변별력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사실 쓸데없이 비꼬아서 풀기어렵게 만든 문제가 적어도 어느정도는 나오기 마련이다. 시험용공부라는 건 어찌보면 비꼬아놓은 문제를 잘푸는 기술을 배우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어를 보자. 현실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 어려운 영어단어나 어떤 문법문제를 잘안다면 그것은 어려운 시험문제를 푸는 데는 도움이 된다. 그런데 그것은 반드시 그 아이가 쉽고 많이 쓰는 표현, 단어를 잘 습득했다는 뜻은 아니다. 


수학도 마찬가지다. 사실 선생님이나 출제자도 천재가 아니다. 그러니 문제유형을 벗어나기 힘들고 시험용공부란 여러문제유형중 어려운 문제들을 어떻게 푸는가를 배우는 것이다. 어려운 문제를 스스로의 힘으로 풀면서 이건 어떻게 하는걸까를 고민하는데 시간을 보내는 것은 그자체로 나쁘지 않다. 나쁜것은 입시용교육이란 그렇게 하는게 아니라 여러 문제유형을 주고 왜는 따지지 않고 그걸 그냥 외우게 한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본래 이렇게 푸는 것이다라는 식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나는 시험을 잘보고 싶어하는 욕망, 그걸 대비해서 소위 '꼼수'를 배우려는 욕망을 부정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꼼수만 배우고 있으면 정말 실력이 증가하는가 하는 것이다. 입시직전에 꼼수를 좀 배우고 문제유형별로 풀기공부하고 하는 것이야 그렇다고 쳐도 -현실에서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게 당면과제라면 어쩔수 없는 면이 있다- 그걸 아주 아주 오랬동안 하면 아이는 바보가 된다는 것이다. 왜냐면 엉터리 교육이니까 그렇다. 사실은 정규교육의 교과서대로 천천히 오랜동안 배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것에 가깝다. 입시교육은 꼼수고 엉터리다. 


입시학원의 스타강사는 실은 혹세무민하는 엉터리 점장이에 가깝다. 엉터리 점장이가 인생에 대해 뭘알겠는가.  입시학원의 스타강사는 교육이 뭔지 모른다. 


나의 이런 비판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사람이 많을줄로 안다. 어쨌건 학원다니는 아이중에 성적좋은 아이가 많고 하니까 말이다. 그것은 몇가지 방식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학원 안다니는 것이 무조건 좋은 교육이라는 것은 아니다. 그건 마치 불량식품 먹는게 좋지 않다고 했더니 굶어죽은 아이를 보고 저 아이는 왜죽냐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학원에 안다니는 것으로 좋은 교육의 필요충분조건 만족되지는 않는다. 


두번째는 좋은 교육을 받는다는 것을 뭘로 평가할까? 시험성적으로? 시험용꼼수 교육을 받는 아이들을 비판하는데 평가의 기분이 시험성적이 되면 그것도 문제가 있다. 아 복잡한건 싫어 나는 시험성적이면 충분해 더 많은 걸 학원에서 바라지도 않아. 라고 말할사람도 있을터인데 약간만 기다리기 바란다. 이야기가 복잡해서 한번에 다 말할수가 없다. 


내가 특히 우려하는 것은 학원에는 다니지만 성적은 오르지 않는 아이들이다. 학원에 다니는데 성적도 좋은 아이는 별로 걱정할것이 없으며 나는 오히려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아이들은 학원에 다녀도 된다. 잘 듣기바란다. 학원에 다녀서 성적이 좋은게 아니고 성적이 좋은 아이는 학원에 다녀도 좋다는 것이다. 


도대체 무슨말인지 모르겠다고? 앞에서도 말했듯이 입시용학원교육, 시험대비용 학원교육이란 삐틀어진 꼼수교육이다. 균형이 망가진 교육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실은 이 세상에 완벽한 교육은 없다. 예를 들어 학교교육만 해도 결국 평균적인 아이들 능력에다가 그 수준을 맞춘것일수 밖에 없다. 뛰어난 아이들은 그보다 더 어려운 응용을 배우면 더 좋은데 그렇게 하면 평균적인 학생들에게는 해가 된다. 


그러므로 재능이 있거나 그방면에 어쩌다 이해가 깊어서 학교수준을 능가하는 학생들 즉 이미 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학원교육을 받는게 나름의 도움이 될수도 있다. 이것도 정도 문제다. 너무 꼬아놓은 문제만 보면 아닐수도 있지만 아뭏튼 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그렇다. 


그러나 학교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은 학생들은 학교공부를 열심히 할 시간을 학원에 빼앗기고 꼬아놓은 문제풀이만 배우고 개념형성보다는 당장의 시험성적에만 연연하는 공부를 하면 할수록 바보가 되기 쉽다. 따라서 학원을 다니는데 성적이 오르지 않는 아이들은 실은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기고 엉터리 교육을 받아서 점점더 수렁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실은 부모들은 이런것을 어느정도는 다 알고 있다. 그러나 정확히 알지는 못하는데 그들은 나같이 수학교육을 잘받은 사람이 아니라서 그렇다. 그냥 막연히 전문가인 학원 선생님이 잘가르치겠지라고 생각한다. 두번째로 중요한 것은 그들은 대개 자식을 과대평가하고 너무 일찍 입시에 조바심을 낸다. 


그래서 어려운 문제로 고민하는 아이에게 넌할수있다고만 외치면서 더더어려운 학원자료를 풀것을 말한다. 그리고 요즘은 아주 일찍 입시공부를 시작시킨다. 시험보기 1년전쯤에 입시교육을 하는게 아니라 아예 초등학교 들어가자마자 부터 교육의 목적은 입시라고 정해진것처럼 학원을 보낸다. 그 아이가 그런 교육에서도 그 정수를 뽑아낼 재능이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렇지가 못하다. 그들은 부적절한 교육을 받고 있는 것인데 내가 보기엔 요즘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바로 이 부적절한 교육을 받고 있는 것같다. 그냥 모르는건 외우는 교육이다. 


내가 분노하는 부분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입시현장에 있는 학원선생들은 분명 이런 것을 느낄것이라는 점이다. 모르면 바보고 알면 범죄자다. 그러나 학원은 어쨋건 더 많은 학생을 받아야 돈을 번다. 아이들 성적이 당장 오르는게 중요하다. 그들이 하는 짓은 장래는 어찌되건 스테로이드제 같은 것을 주사받고 체육을 해서 성적을 내는 짓이나 마찬가지다. 그안에서 아이들의 재능과 장래는 파괴되고 만다. 그런데 더 돈을 벌기위해서 그들은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속이고 있다. 


입시용교육과 방과후 학원교육은 특별한 재능이 있는 아이거나 입시직전에 필요하고 가치가 있는 것이지 광범위하게 행해져서 마치 정규교육처럼 너나 할것없이 할일이 아니다. 밑져야 본전이 아니라 백해무익한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사교육시장은 크게 축소되어야 한다. 사교육시장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양심있다고 누가 말하는가. 필요없는 약을 선전해서 잔뜩먹이는 엉터리 약장사처럼 엉터리 사교육자들이 아이들을 시들게 한다. 


물론 여기에는 학부모들의 무지이상의 죄도 있다. 많은 학부모들은 학원을 실은 일종의 탁아소로 쓴다. 아이와 호흡하고 아이를 교육시킨다는 부모의 역할은 쉽지 않고 부모들은 자기시간을 가지고 싶다. 그러니 돈을 주고 아이를 입시학원으로 돌린다. 마치 그 학원이 무슨 세계적 명문으로 교육이 뭔지를 고민한 학교인것처럼 그렇게 하면 교육이 되는 것처럼. 부모는 학원선생에게 교육을 미루고 학원선생은 돈버는 일이 목적이라 어느 한편쪽으로 양심이 마비되거나 시각이 막혀있다. 


생각해 보면 다 뻔한 것이다. 군자대로행이라고 했던가. 이 세상에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지름길이란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다 지름길만 찾는다. 그 지름길은 비극을 낳는다. 좀 엉뚱한 이야기지만 부동산 투기같은 것도 그렇다. 언젠가 부터 은행에 한 몇억 돈을 빌리는게 당연한 것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집이란 가장 보편적인 복권비슷하게 되었다. 


그런 분위기에 맞추는 것일까. 교육도 로또가 된다. 지름길을 찾는다. 아이를 천재로 만들어 큰인물이 되게할 한방을 찾는다. 그 욕망을 이용하는 것이 악덕 사교육자들이다. 그리고 그 어른들의 무지와 나태와 비양심 안에서 시드는 것이 대부분의 어린 아이들이다. 도대체 뭘하자는 건가. 아이를 천재로 만들어줄 절대적이고 확실한 방법같은 건 없다. 씨앗에서 싹이나서 자랄 나무가 나중에 뭐가 될지는 알수 없다. 우리가 할수 있는 건 날마다 그 싹과 대화하고 물을 주고 약간 돕는 것뿐이다. 크는건 본질적으로 자기 자신의 힘이다. 욕심난다고 거기다가 싸구려 약장사가 파는 비장의 비료따위 왕창 퍼붓다가는 클 싹도 크지 못하거나 죽어버린다. 그건 범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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