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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생활에 대하여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 연설에서 가르쳐 주고 간 것

by 격암(강국진) 2011. 2. 21.

2011.2.21

 

스티브잡스의 스탠포드 연설은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준 연설이었다. 이걸 번역해서 올린 분이 있기에 오랜만에 다시 그 내용을 읽게 되었다. (http://www.facebook.com/notes/gwangpali/seutibeu-jabseuui-seutaenpodeu-jol-eobsig-yeonseol/192037510817423) 동영상 링크도 있으니 아직 보지 못한 분들은 한번 보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연설내용을 세가지로 요약하면 이렇다. 

첫째, 점을 연결하기. 

둘째, 사랑과 상실에 대하여

세째, 죽음에 대하여. 

 

그 내용은 그렇지만 한가지로 요약되는 것이기도 하다. 그것은 항상 자신의 느낌을 믿고 그것에 따라 살라는 이야기다. 점을 연결하기라는 부분에서 말하는 것은 이렇다. 과거를 돌아보면 우리가 했던 일들이 이런 저런 인과관계를 가지고 얽혀있지만 우리는 실은 삶이 어떻게 풀려갈지 모른다. 우리는 미래를 보면서 점을 연결하고 선을 그어서는 안된다. 단지 하나 하나의 점이 연결될 것을 '믿어야' 한다.

 

어떻게 믿는가. 어떻게 자기자신이 되는가. 자기 자신이 된다는 것은 중요하다. 그렇지만 먼저 자기 자신이 뭔지를 느끼고 생각해야 한다. 자신의 영감을 믿으려면 자신이 제대로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사랑과 상실에 대하여 그리고 죽음에 대하여 스티브잡스가 이야기하면서 말하는 것이다. 

 

우리가 가진 것에 집착하면 그 가진것이 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재산에 집착하면 그 재산이 나라고 느끼고 지위에 집착하면 그 지위가 나라고 느낀다. 그래서 우리가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것, 우리가 아는 것에서 한걸음 물러설 필요가 있다. 이 말이 반드시 가진 것을 모두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실은 많은 사람들은 가진 것을 잃고 나서야 그것들이 자기 자신은 아님을 깨닫게 된다. 

 

스티브잡스는 신화적으로 성공한 애플의 경영자이지만 한때 그 회사에서 쫒겨난 적이 있다. 그가 좌절하지 않고 더 큰 성공을 거둔 것은 적어도 일정부분 스티브잡스는 애플이 자기 자신은 아니라는 것을 믿고 살았기 때문이다. 우린 쉽게 좌절하지 말라고 한다. 그렇지만 어떻게 좌절하지 않을까. 잃어버린 것 보다 더 큰 것을 빨리 벌어들일 수 있다고 믿어서가 아니다. 실은 성공을 믿기는 쉽지 않다. 어떤 때는 불가능하다. 다리가 절단된 마라톤 선수가 다시 일어나 마라톤 우승을 하거라고 믿을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이 세상 모든 것은 나와 연결되어져 있는 것이지만 동시에 그저 나를 거쳐지나가는 손님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태도다. 그것들은 '내 것'이 아니고 '내'가 아니다. 스티브잡스는 성공에서 실패로 떨어진 후 다시 자기자신으로 창조적인 시기를 맞이했다고 말한다. 돈 이상으로 세상의 비웃음이 괴로웠겠지만 쓰라린 과거가 자신을 잡아먹지 않게 하는데 성공했다. 

 

어떤 때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것이 우리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게 되는가. 그것은 바로 우리가 죽을 때다. 우리는 죽음앞에서 많은 것이 실은 '내'가 아니라 그저 내가 가지고 있는 것, 그저 나를 지나가는 것, 그저 내게 붙어있었던 것이라는 것을 자각한다. 스티브잡스는 6년전에 시한부인생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 스티브잡스는 그것을 자신이 가장 죽음에 가까이 다가간 때라고 말한다. 

 

스티브잡스는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뭘 할 것인가를 생각하며 매일 아침을 맞이한다고 한다. 그것은 그만큼 '나'로서 느끼고 판단하기 위한 것이다. 도대체 나에게 진짜로 중요한 것은 뭔가를 잊지 않기 위한 것이다. 지금 내가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진짜 나로서 던지기 위한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온갖 것으로 혼돈되어 나에게 중요하지 않은 일을 하기 때문이다.  

 

연설은 한마디 경구로 끝이 난다. 배고픈 상태에 머물러라. 바보인 상태에 머물러라 (stay hungry, stay foolish). 이걸 더 많은 야심을 가져라. 미친듯이 도전하라 뭐 이렇게 해석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내가 보는 그 뜻은 이렇다. 

 

나에게서 내가 아닌 것을 떼어내는 것, 그리고 세상전체를 올바로 느낄 수 있는 깨어있는 감각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둔감한 배부른 돼지가 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뭘 하는가. 바로 배고픈 상태에 머무르는 것이다. 그래야 민감해 지니까. 

 

세상에 섞여서 남들과 비슷하게 살지 않는 사람들은 99.999% 바보라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그들이 성공하고나면 이제 그들은 성인이나 성자처럼 추앙받는다. 예수도 부처도 세상기준으로 성자가 아니라면 바보다. 진리는 처음에는 초라한 것, 비루한 것으로 비하되다가 나중에는 극도로 숭배당한다. 이것은 둘 다 진리가 평범한 사람과는 상관없다는 메세지다. 바뀌지 않으려는 세상의 비극이 이렇다. 바보로 남는다는 것은 자신으로 남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지 말라는 것이다. 남이 자신을 바보로 부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스티브잡스의 사망소식이 들리기 전에 쓴 글입니다. 이제 이 글의 제목은 스티브잡스가 가르쳐주고 간 것이라고 해야 마땅하겠습니다. 스티브잡스의 죽음에 조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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