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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과학자의 시선

가만히 서있는게 왜 걷는것보다 어려울까

by 격암(강국진) 2011. 6. 28.

2011.6.28

대학시절 일반물리 시간에 일의 양에 대한 수업을 받을때였다. 일이란 물리학적으로 힘에 이동거리를 곱한 양으로 정의 된다. 다시 말해 전혀 마찰이 없어서 톡 건드리면 끝도 없이 움직이는 경우는 일한게 없는 것이고 그렇지 않고 일정한 힘 F로 끌어서 L만큼 이동시켰다면 일은 F*L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질문이 생겼다. 팔을 들고 있거나 역기를 들고 있으면 그냥 가만히 있는데 왜 일을 한것 같을까? 팔을 들고 있으면 왜 팔이 아플까? 바보같은 질문일지 모르지만 생각해 보면 아주 바보같지는 않다. 왜냐면 이 경우 힘이 들어가고는 있지만 이동거리가 0이기 때문에 일이 0인것 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팔을 들고 있는거나 팔을 편안히 내리고 있는거나 이동거리가 0인 경우 즉 가만히 있는 것인데 왜 일을 하는 것같을까?

 

이것은 우리가 우리의 몸과 근육을 강철뼈대에 철사같은 것으로 이뤄져 있다고 생각하면 설명할수가 없다. 만약 우리 근육이 철사같은 것이라면 실제로 팔을 들고 있는 것도 팔을 내리고 있는 것 만큼 편안해야 하며 이것은 팔을 들어서 어딘가에 묶고 있는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가 팔을 들고 있을때 우리 팔은 철사같은 것으로 당겨져 있는게 아니다. 그보다는 끊임없이 번갈아 가면서 작은 근육들이 한번씩 당겨주는 상태에 가깝다. 음 말하자면 배드민턴 공을 하늘로 쳐서 떨어질때마다 다시 쳐올리는 것처럼 우리 팔도 하늘로 던져져서는 근육들이 그 팔이 떨어지지 않게 쳐올리는 거랄까. 우리 팔은 물론 배드민턴 공처럼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지는 않는다. 그만큼 근육의 힘조절이 훌륭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한히 훌륭한것은 아니다. 우리는 우리가 가만히 있다는 것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우리의 팔다리는 사실 가만히 있는 적이 없으며 미세하게 진동하는 상태에 있다. 대개 1초에 열번정도의 주기를 가지고 근육들은 흔들리고 있다. 우리는 보통 우리가 팔을 아무 순간에나 움직일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가 않다. 우리의 움직임은 이 10HZ의 진동에 맞춰서 시작된다. 

 

예를 들어 이 진동이 10분에 한번일 정도로 느리다고 해보자. 그리고 그 진폭이 아주 크다고 해보자. 그럼 우리가 가만히 있다고 할때 실제로 우리 팔은 천천히 10분에 한번씩 움직인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팔을 오른쪽으로 움직이자라고 생각해도 팔은 아무때나 그렇게 하는게 아니라 그런 진동주기의 특정부위에 도달했을때 동작을 시작한다. 우리가 이렇게 느려터지고 손떨림이 엽기적으로 강하다면 우리는 사진을 잘 찍지 못하는 수전증 환자정도가 아니라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할테지만 우리의 진동주기는 10HZ로 현실세계에서 충분히 빠르고 진폭도 작아서 세밀한 일도 할수가 있다. 

 

그런데 인간한계에 도전해 보면 그렇지가 않다. 피아니스트는 그래서 초당 열번이상 건반을 두들기는게 불가능하다. 아무리 연습을 해도 안된다. 우리가 매우 빨리 혀를 움직이면서 말을 하려고 해도 그것이 초당 10HZ이상의 변화를 요구하면 말을 할수가 없다. 

 

다시 가만히 있는 것으로 돌아가보자. 30분동안 걷는 것과 30분동안 가만히 서있는 것중 어느것이 더 힘들까? 답은 자세에 따라 다르다. 다리를 어깨넓이로 벌리고 좌우 균형을 맞추고 가만히 서있는거라면 서있는게 더 힘들다. 만약 팔을 펴서 가슴까지 올리고 항아리를 든 것같은 자세를 하고 무릅을 약간 굽힌 상태로 한다면 -소위 기마자세다- 가만히 서있는게 걷는것 보다 비할수 없이 힘들다. 

 

우리는 그저 서있으면 우리가 우리 몸을 근육을 이용해서 들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뼈가 있기 때문이다. 뼈는 단단하므로 만약 우리가 관절이 없다면 그래서 우리 몸이 온통뻣뻣한 하나의 뼈로 이뤄져 있다면 우리는 서있을 때도 의자에 앉아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편안함을 느낄 것이다. 우리가 몸의 중심을 이동시키면서 뼈들이 우리몸을 지탱하게 하면 우리는 의자에 앉아 있는 것같은 효과를 얻게 되고 그  결과 편안해 진다. 그래서 좌우 균형을 맞추고 가만히 서있는게 좌우로 흔들거리면서 한쪽발에 번갈아가며 무게를 싣는  것보다 더 힘들다. 

 

태권도나 복싱도 보면 싸울  때 기마자세를 취한다. 그 이유는 뻔한 것이다.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과 서있는 사람중 어느쪽이 빨리 옆으로 움직일  수 있을것인가. 기마자세 상황에서는 우리는 우리의 몸을 진짜로 근육으로 들고 서있는 상황이 되어 있기 때문에 재빨리 몸의 자세를 바꿀  수 있는 것이다. 태극권에서는 기마자세를 취하고 가만히 서있는 운동을 참장공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참장공을 하면 기를 느낀다는 둥, 신비한 치료능력을 얻는다는 둥하는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신비한 능력은 잘 모르겠으나 그 움직이지 않는 자세가 실은 거리를 걸어다니는 것보다 훨씬 근육을 단련시키고 어려운 자세인것은 맞다. 

 

얼마전에는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긴 사람은 일찍죽는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앉는자세 서있는 자세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내가 말한 것들과 이런 것들을 종합해서 결론을 내려본다면 이렇다. 그저 가만히 서있는 것도 큰 운동이다. 다만 자세를 좌우 균형되게 잡고 서있으면 그렇다. 그러니까 틈만 나면 벽에 기대거나 어딘가에 기대거나 앉거나 하지 않는 버릇을 들이고 때때로 기회가 될 때마다 자세를 똑바로 잡고 그저 서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많은 운동효과를 볼  수가 있다. 운동할 시간이 없다거나 헬스장에 가는 사치를 부릴수 없다는 사람은 그냥 서  있으면 된다. 그냥 서  있는게 너무 쉽다면 참장공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팔을 들고 무릅을 구부려서 더더욱 뼈로 지탱하고 서는 효과를 없애는 것이다. 

 

예전에 한 배우가 다이어트 비법을 소개해 달라고 하자 이렇게 말했던 것을 기억한다. 하루 24시간 1초도 긴장을 풀지 않는 것이라고. 이게 실질적으로는 자세를 똑바로 하고 되도록 주저앉거나 기대지 않는 다는 말이다. 이 차이가 하루하루에 소비하는 열량의 차이를 크게 만들기 때문에 앉아 있는 시간의 차이때문에 운동량이 크게 차이가 나게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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