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제별 글모음/세상보기

나는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하기

by 격암(강국진) 2011. 9. 15.

나는 한국사람들이 아침체조를 하듯 아침마다 모두 나는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연습을 하면 세상이 아주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아침마다 한 열번정도 나는 모르겠습니다라고 외치는 것이다. 


모르는 사람들의 난리.


사실 안다는 것과 모른다는 것은 무자르듯 흑백으로 나눌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연륜이 있고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나 윗직급에 있는 사람들이 아는게 없기야 하겠는가. 문제는 대부분의 경우 답은 모른다는 것이다. 답만 빼고 많이 안다. 그래서 실제로는 모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통령을 비롯해서 국회의원들, 회사의 사장들이며 임원들, 교장선생님과 무슨 회장님들. 대학총장들, 대학 교수들, 선생님들, 부모님들, 선배들, 직장상사며 형 오빠들. 그들이 뭘 아는줄 아는가? 아는 사람도 간혹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은 실상 하나도 모른다. 


과장인것 같다고? 직장상사가 후배에게 이러니 저러니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상상해 보자. 그 사람이 그 프로젝트가 정말 어떻게 되야하는지 알고 있을까? 그 사람이 정말 회사 어떻게 다녀야 하는지 알고 있을까? 모른다. 그가 아는 것도 몇개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 몇개를 제외하면 모른다. 삼성전자같은 회사도 10년쯤 뒤에는 어찌되어있을지 모른다. 그 사람말을 믿고 열심히 복종하면 그사람이 당신의 앞길을 책임져 줄수 있을것 같은가? 자기 인생도 책임 못진다. 그게 요즘 세상이다. 


대부분은 사실 솔직히 곰곰히 생각하면 자기가 아는 것은 한두가지고 정말 거의 아무것도 모른다. 말하자면 답빼고 나머지를 좀 안다. 그러니까 줄줄이 이야기는 할수 있다. 말하자면 케익에 설탕은 몇스푼넣어야 하나요라고 물으면 프랑스의 수도는 파리고 파리바케트는 길거너편에 있고 우체통은 빨강색이다하는 식으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거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것이 당면한 문제의 답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아는가? 솔직히 모른다. 다만 깊은 관련이 있는 척, 아는척 할뿐이고 안다고 믿고 싶은 것뿐이다. 


많은 청소년과 청년들이 윗세대에게 인생의 지혜를 배우고 싶어한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배우고 싶어한다. 그 사람들에게 해줄수 있는 좀더 나이든 세대의 최대의 답은 한줄로 말하면 나도 모른다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들면 알게 될거라는 착각에서 벗어나라고 말해줘야 한다. 그러면 쓸데없는 것을 잔뜩 배우느라 젊음을 전부 소모해 버리지 않을 것이다. 


모른다. 모른다. 그런데도 세상은 층층이 구별의 선을 그어서 아는척 하느라 바쁘다. 결국 세상은 상당부분 밑에서 좌충우돌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으면 답이 발견되고 위에서 아는 척하는 사람들은 방해나 하지 않으면 다행이요 일이 다되면 괜히 내탓이라고 잘난척이나 하기 마련이다. 


다모르지는 않는다. 


물론 모르는것에도 정도가 있다. 뭘 모르는지 아는 무지와 뭘 모르는지도 모르는 무지는 천양지차다. 나이든 사람중에는 경험을 통해 지혜를 얻어 아는 건 없지만 이거저거는 아니라는 것, 뭘 모르는지는 좀 알겠다는 것은 있을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물론 답을 아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나는 특히 초등학생들 한테도 민주적이기만 부모같은 건 별로라고 생각한다. 철저한 독재를 펼쳐야 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아이들에게는 좀 권위를 보여줄 필요가 있고 아이들은 참고 기다리는 것을 배울 필요가 있다. 아뭏튼 경험이 없으니까. 


세상에 모르는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니다. 세상에는 물론 가끔이지만 뛰어난 사람도 있고 사안에 따라서는 답을 아는 사람도 있다. 


문제는 다들 아는척하는 가운데 배가 산으로 간다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아는 사람은 하나정도인데 백명이 다들 나도 안다고 아는 척을 하면 진짜로 아는 사람의 의견이 채택될 확률이 거의 없다. 더구나 반드시 직급이나 나이로 따져서 윗사람이 알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여기 전체 문제중의 10%정도만 답을 아는 사람들이 모여있다고 생각해 보자. 이사람들은 백문제중의 열문제만 답을 알며 답을 아는 문제들이 서로 틀린다. 그럼 이사람들이 모여서 내릴수 있는 최대의 점수는 무엇일까. 사람이 충분히만 있으면 모든 문제에 대해 그중에는 답을 아는 사람이 있다. 그러니까 여러명이 모이면 백점을 맞는 것이 가능하다. 


그런데 바보같이 하는 경우는 어떨까. 모두가 모르는 것을 아는척하는 것이다. 천명이 모여서 다 아는 척을 해버리면 진짜 답을 알고 있는 것은 10%뿐이므로 진짜 답이 뒤로 밀린다. 이걸 피라미드 형으로 위계를 만들어 윗사람은 답을 알고 있다라는 식으로 운영해도 마찬가지다. 


거품이 만들어 내는 지옥


결국 정답으로 가는 핵심은 이것이다. 솔직히 모르는 건 나는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내가 말하는 것은 우리 다 솔직해 지자는 것이다.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하지 않는 사람이 너무 많다. 마치 자리가 자신이 안다는 것을 보장해 준다는 듯, 너도 나도 이런 저런 직함달고서 하급 직원들 앞에서 후배 앞에서, 학생들 앞에서 아는척 하려고 한다. 교수들은 대학원생앞에서 전지전능하고 대학원생은 학부생앞에서 전지전능하고 학부 2학년생이면 대학 신입생에게 인생이 뭔줄 아냐며 인생의 정답을 설교하고 뭐 그런 식이 되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물론 이렇게 아는척하는 것은 그래야 더 경쟁에 이기기 쉽기 때문이다.권위가 서기 때문이다.  최대한 아는척하는게 미덕인줄 아는 세상이다. 자기 피알의 시대운운하면서 말이다. 모두가 자기의 모습에 바람을 넣어서 풍선처럼 만들면 사회전체로 보면 지옥이 된다. 진짜 답같은 건 이제 농담이다. 어차피 답은 아무도 모른다. 실은 아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사람들은 번번히 무시되니까 결국은 권력을 잡고 다시 아랫사람 뺑뺑이 열심히 돌려서 시행착오로 답을 알아내는 것밖에 없다. 결국 힘없는 사람은 죽어난다. 선장이 어디로 가는지도모르고 휘둘러대는것에 시달리니까 그렇다. 사실 답을 아는 사람이 있는 데 무시되니까 그렇다. 


휘두르는 사람도 힘들다. 아는 척 하려니까 힘들잖은가. 질문들어오면 힘들고, 추궁이 들어올까봐 죽도록 무섭잖은가. 물론 아는 척해서 유지하는 체면이나 권력이 좀 달콤한 것도 있지만 솔직히 모르는데 태연히 아는척 하고 살려니까 힘들어 죽겠잖은가. 또 위계는 층층이라 이번에는 나보다 높은 사람이 아무것도 모르는 데 휘두르는 것에 당해야 한다. 휘두르는 사람도 알지도 못하면서 까닥이는 손가락따라 아랫사람들이 죽자고 뛰어다니는데 결과가 안나오면 입안 바싹 마르고 목뒤가 땡겨온다. 그러다가 어떻게든 일이 되면 그제서야 그럴줄알았다면서 태연한척 하는거 힘들잖은가. 


그러는 가운데 사람들 특히 목소리 높일수 없는 아랫직급의 사람이나 젊은이는 점점 더 바보가 되어간다. 임금님이 벌거벗은게 분명히 보이는데 다들 임금님이 옷을 입었다고 야단이다. 이 젊은이는 내가 눈이 잘못된게 틀림없다면서 멀쩡한 자기눈을 찌를 것이다. 전체적으로 답을 아는 사람은 점점 줄어간다! 다들 좀더 바보가 되어가니까. 


맺는말


도대체 어떤 정신나간 사람이 이런 세상이 '정상'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자기 피알의 시대라고 말하거나 경쟁에 무조건 이기고 봐야 한다거나 하면서 위에서 말한 지옥을 현실화 시키는 사람의 마음은 인간은 어차피 솔직하지 못하다, 인간은 어차피 믿을수 없다는 생각에 가득차 있는 것같다. 


확실히 인간은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인간은 바보도 아니기 때문에 협동이란 걸 할수 있고 그래서 지금 원숭이 보다 잘살고 있다. 한국에서 나는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조금씩만 더 솔직해 진다면 아마 그 솔직해 지는 만큼 다들 더 편해질것이다. 한국의 노동시간은 OECD최대수준이지만 생산성은 그렇지 않다. 왜 이럴까. 나는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하지 않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가 아닐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