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1
몇년전의 일이다. 한 중국인 학생이 나에게 한국여자는 전부 성형한다는 이야기를 해서 점수를 잃었다. 그가 그걸 말하는 태도를 보니 근거없는 자기민족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거나 아니면 그냥 아예 생각이 없는 사람같아서 별로 더 상대하고 싶지 않아졌다.
사건 2
최근에는 종종 인터넷 라디오를 통해 한국 라디오 방송을 듣는다. 그런데 방송을 들으면 매우 언짢은 일이 있다. 성형외과의 광고가 엄청나게 나오는 것이다. 그중에는 내게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가 아닌가 싶게 만드는 광고도 있다.
개그콘서트 사마귀유치원에서는 뭐뭐하고 싶습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아주 쉬워요. 뭐 이렇게 말하는 코너가 있지 않은가. 국회의원되는거 쉽다고 했다고 엉터리 같은 국회의원이 고소했다는 그 프로 말이다. 그런데 광고도 그런 식이다. 코 성형 걱정되신다고요? 걱정하지마세요. 부라부라. 아 듣기 싫다. 하지만 광고는 일종의 세뇌다. 이런 방송을 듣고 세뇌되는 사람도 엄청 많지 않을까?
사건 3
얼마전에 박사과정에 있는 여학생과 아내가 성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이야기를 해보니 그 아가씨 말하길 성형은 누구나 하고 싶어하며 자기도 하고 싶다. 턱도 깍고 싶은데 부모님이 반대하신다. 사실 몇십년전부터 성형은 누구나 다하던거 아니냐는 말을 하더란다. 박사 학위가진다고 반드시 지식인인지 모르겠으나 공부좀 했다는 박사과정 여학생이 이정도라면 정말 성형하는게 무슨 신발 갈아신는 것처럼 보편화 된 세상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당신은 성형을 찬성하십니까?
나는 절대적인 규칙에는 찬성하지 않는다. 결국 성형을 하는가 안하는가는 개인의 선택이며 어떤 경우에는 분명 성형을 권하고 싶은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극소수다. 또 어느정도나 하는가에 따라 크게 다르다. 점을 뽑는 것도 따지자면 성형이니까. 그런데 요즘은 엄청난 수술도 자주 이야기 된다. 나는 성형이란게 이렇게 일반화되어 있는것이 좀 무섭다. 이것이 현대 한국에서의 사람들의 정신을 대표하는 것같아서 그렇다.
예를 들어 김태희나 손예진같은 여배우는 한국의 대표미인인데 누가 공짜로 아프지도 않고 그렇게 만들어 준다면 그렇게 변하는 것을 선택하는게 당연한 일일까? 그렇지 않다. 그건 절대 당연한 일이 아니다.
나도 돈이 많은게 좋고 미녀를 좋아하며 더 얼굴이 잘생기고 몸짱이었으면 좋겠고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 누리는 유명세나 권력이 때로 부러울 때가 있다.
그러나 내가 내가 아닌 누군가가 될수 있다는 생각. 그것도 껍데기를 바꿔서 그렇게 될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건 인생을 막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못생긴 사람의 설움
난 그다지 잘생긴 편이 못된다. 사실 못생겼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대머리도 아니고 키도 177은 되니까 아주 작지도 않다. 바닥의 밑에는 더 바닥이 있는 법이니 어떤 사람들은 내가 성형 뭐하러 하냐고 하면 내가 당신만큼만 되도 그런 말안한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더구나 나는 남자다. 사실 남자는 여자만큼 성형수술을 많이 하는 것같지는 않다. 예쁜 여자와 못생긴 여자가 받는 대우의 차이가 얼마나 극명한지 아는가. 당신은 겪어보질 못해서 그런 이야기를 한다. 예쁜 여자가 되면 완전히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다고 나에게 이야기할법도 하다.
나는 위선적인 말은 안하겠다. 나도 남자로서 외모에 끌리고 소주광고같은데 나오는 예쁜 여자들의 포스터에 아무래도 눈한번 더 가게 되는 일이 있다. 더구나 나보다 더 확실히 외모만 보는 남자들도 수두룩하게 안다. 사실 우리 집사람도 키크고 날씬하고 예쁘다. 내가 뚱뚱하고 얼굴은 곰보인 여자와 결혼해 살면서 외모가 전부가 아니라고 주장해야 설득력이 있겠지만 나는 외모가 안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사실 그렇기는 커녕 여자의 외모는 지나치리만큼 효과적인게 오히려 문제인거 같다. 나는 공대를 나왔는데 공대에는 여자가 드물다. 이화여대를 다니던 여학생들이 포항공대를 가르켜 한말이 있다. 공주제조기라는 것이다. 남녀 성비가 7대1이었고 주변에 달리 여학생이 다니는 학교도 없으며 전교생이 기숙사에서 사는 포항공대에서는 대부분의 여학생들이 친위대와 팬을 줄줄이 끌고 다녔다. 단 한명의 여학생만 있던 기계과는 그 여학생의 생일이 무슨 국경일이라고 된 듯이 소란을 피워서 아무리 공대라지만 너무하다는 핀잔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니 솔직히 인정하자. 공자님이나 예수님이나 부처님만 있는 세상도 아닌 현실 한국에서 얼굴 예쁜 여자가 주목받는거 사실이며 대접받는 것도 사실이다. 외모를 무시할수는 없다.
아이스크림과 된장국
그러나 예쁜 용모를 가진 사람의 인생은 예쁜 용모를 가진 사람의 인생이 되는 것이고 못생긴 얼굴을 가진 사람은 못생긴 얼굴을 가진 사람의 인생을 사는 것이지 어느 쪽이 반드시 더 좋은 인생을 사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무슨 얼굴이 괴물수준이 아닌 극단적인 경우라면 말이다.
나는 재능이 있지만 얼굴이 예쁘다는 이유로 그 재능이 망가지는 것같은 경우도 종종 본다. 남자들은 예쁜 여자에게 너무 관심이 많다. 그래서 이것저것 도와주는 일이 많은데 그렇게 살면 어느새 그런 도움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된다. 그런데 진짜로 어떤 직업에서 경쟁에 뛰어들면 남자 여자 성별도 나이 많고 적은 것도 상관없어진다. 과학잡지에 논문쓰는데 거기에 나이나 성별써서 평가받을것같은가? 한마디로 예쁜 여자들은 너무 쉬운 길에 대한 유혹이 심하다. 그때문에 심지어는 선입견에 의한 차별도 있다.
전문가의 세상이 아니라도 마찬가지다. 예쁜 젊은 아가씨들 중에는 철없는 아가씨들이 많다. 당장은 어떨지 모르나 결국 그 아가씨들은 종종 일종의 헛똑똑이가 된다. 자기것만 챙기는 이기적인 삶을 사는것같지만 실은 챙겨야할 본질적인 것을 챙기지 않기 때문에 나중에 곤란해 질수 있다. 언제까지 예쁜 걸로만 귀여운 걸로만 통할 것인가.
내가 말하는 것은 예쁜게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좀 더 객관적으로 말했을때 말하자면 예쁜 얼굴을 가진 사람의 삶이 바닷물에서 사는 것같다면 못생긴 얼굴을 가진 사람의 삶은 민물에서 사는 것같이 '다르다'는 것이고 그 다르다는 점때문에 다른 사회적 압력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성형수술은 말하자면 민물고기를 바다로 던져넣는 것이다. 최소한 두가지 문제가 발생하는데 첫째는 그 적응기의 혼란이 고기를 죽일수 있다. 당신은 싫컨 좋컨 그얼굴을 가지고 그에 따르는 사회환경에 적응해서 이제까지 살아온 것이다. 당신은 말하자면 인기없는 것에 적응한 민물고기다. 갑자기 바뀐 얼굴로 그에 따른 사회적 변화를 겪으면 그게 반드시 좋지만은 않다. 벼락부자가 되거나 벼락스타가 되었다가 인생이 망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우리는 듣지 않는가? 수술에 성공한 당신은 그 수술이 성공적이라서 문제가 될수 있다. 당신은 못생겼기 때문에 남자들의 진짜 모습을 보고 살수 있었는지 모른다. 잘생겨진 당신은 엉터리같은 남자의 거짓모습에 유혹되어 넘어갈지도 모른다. 이상한 생각으로 엉터리같은 짓을 할수 있다. 동남아 관광가서 권위주의적 태도를 보여서 한국망신 시키는 몇몇 중년 한국남자들처럼 친구들이 매우 재수없어하는 인간이 될수도 있다.
또하나는 바다에 가보고 싶어했지만 바다생활에 정착하고 나면 생각만큼 그 바다생활이 대단히 즐겁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행복이란 어차피 적응의 문제다. 부자도 권력자도 부자이고 권력자이기 때문에 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일단 거기에 적응해서 살다보면 그쪽도 그리 자유만 넘치고 행복만 넘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될수 있다.
다그런건 아니지만 엄청난 부자들이 자기 자식들에게 돈을 많이 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게 자식보다 사회를 더 사랑해서 그런 것일까? 나는 그것도 적응과 능력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래부터 위로 올라간 자신은 그 위에서 버티고 살면서 행복할수조차 있지만 부모잘만나서 감당이 안될 돈과 권력을 그냥 물려받는 경우는 주변의 유혹과 압력때문에 행복하기 어렵고 심지어 위험하기 조차 할수 있다. 로또복권당첨된 사람의 3분의 1이 정신이상이 된다는 말이 있다.
그래도 역시 예쁜 쪽이 더 좋지 않겠는가라는 말에 동의한다. 다만 이말역시 적응의 문제다. 한마디로 성형수술은 당신이 당신이 아닌 어떤 다른 존재로 점프하는 것이다. 당신이 적응을 잘하고 현명하게 대처한다면 성형수술은 당신이 더 행복하게 사는데 도움을 줄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현실에 매우 드물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이스크림과 된장국은 서로 다른 것이다. 이왕에 된장국으로 태어났는데 된장국이 아이스크림으로 변하기를 시도하면 중간에 실패하거나 변해보니 생각보다 좋지도 않다는 생각을 하기도 쉽다.
얼굴이 예쁜게 안중요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사람들이 그거에 너무 민감한게 문제다. 바다에 뛰어들고 보는 것이 과연 현명한 짓일까.
맺는말
20살인 사람은 자기가 언제까지나 20살이라고 생각하겠지만 30이 되고 40이 되는 것도 순식간이고 요즘은 그러고도 반백년은 더 사는것이 보통이다. 20살때 예쁘게 성형수술한게 30이 되고 40이 되면 얼마나 남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40이 되면 사람은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도 있듯이 세월이 결국 그 사람의 분위기를 만든다. 일찌감치 연습보다 스테로이드제 같은데 의존한 사람이 큰 운동선수가 될수 없듯이 일찌감치 성형수술같은 것에 의존한 사람은 40살이 되었을때 자기얼굴에 만족하기 어려울수도 있다. 나는 성형수술했다는 사람은 대부분 40정도의 나이가 되면 오히려 어색하고 흉한 얼굴을 가지게 되는 것을 보게 된다.
지지리 가난한 사람은 로또복권한번 맞아보는게 소원일지 모르나 그 소원을 하늘이 들어줘 로또복권맞으면 뜻밖에 자신의 인생은 망가지고 말수 있다. 인생은 안그래도 불확실성으로 가득차 있다. 코세우고 턱뼈깍고 하는 것은 자신을 주사위 놀음에 던지는 것이다. 불확실성은 더 증대한다. 그래서 인기좋던 여배우가 성형수술하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해할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요즘 로또 아니면 인생에 탈출구가 없다고 해서 도박에 가까운 위험한 방법에 목매다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한국에서 성형수술이 이렇게 흔해진것은 인생 뭐있나 로또에 걸자는 심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다. 로또에 자주 걸다보면 필연코 망한다. 도박은 안하는 것이 제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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