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가 날치기로 통과되는, 한국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국가간 조약을 날치기로 통과시키는 그날이 지나고 새아침이 되었습니다. 어제부터 광화문에 나가서 시위를 하시는 분들의 소식, 분노를 표하는 여기저기의 게시판 포스팅들이 올라오고 다음뷰는 유명블로거들의 FTA날치기 통과에 대한 비판글들로 채워집니다.
저는 FTA 그 자체보다 더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인적교체입니다. 문화적 교체입니다. 그럼 어디서 어디로의 교체인가. 한나라당에서 민주당으로의 교체가 아닙니다. 박원순이나 안철수처럼 진짜 능력있고 철학이 있는 분들이 하나의 네트웍으로 떠야 합니다. 그 두분만이 아니라 이제까지 묵묵히 자기일을 하겠다고 조용히 계시던 분들이 일어나야 합니다. 그래서 미움이 아니라 비전의 통합이 있지 않으면 안됩니다.
분노와 미움은 답이 안된다.
유명블로거 아이엠피터는 최근에 검찰개혁에 대한 포스팅을 하나했습니다. 노무현의 어리석음과 정치검찰의 복수 (http://impeter.tistory.com/1666)라는 글입니다. 그의 요지는 검찰이 스스로 바뀔것이라고 생각한 노무현이 어리석었으며 강제로 힘에 의해서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혁명이라도 일어나서 뭐든지 할수 있는 힘이 있다고 해봅시다. 그럼 누가 사법부를 맡아야 할까요? 어떻게 하면 답이 될까요. 일단 인위적으로 위에서 소수의 사람이 찍어서 사법부를 개혁한다면 그 자체가 나쁜 선례가 됩니다. 더 나쁜 것은 절대 사람이 없다라고 할수야 없겠지만 그렇게 찍어서 사법부를 개혁하는 황당한 상황을 전제해도 사람도 없다는 것입니다. 즉 개혁과 혁신의 핵심은 결국 인적교체인데 교체할 인간이 없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오해하면 안되는 것은 저는 작금의 모든 법조인들을 다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데 있습니다. 제가 말하는 것은 이런 것입니다. 이슬람교가 국교이어왔던 나라에서 그 종교의 폐해가 커서 종교개혁을 이룩하려고 한다고 해봅시다. 그런데 거기서 비이슬람 종교를 가진 사람을 찾으니까 아무도 없는 것입니다.
분노와 미움은 흔히 특정 인물, 특정정당이 세상의 악을 만들어 낸다고 지목합니다. 말하자면 한나라당이나 이명박이나 정치검찰이나 특정 인물에게 복수하고 그것을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진정한 혁명이란 이런게 아닙니다.
이런 식의 분노와 미움은 어떤 의미에서 현재의 체재와 상식을 옹호하는 것입니다. 노예가 극악한 현실을 개선하려고 하면서 나쁜 주인을 비판하고 좋은 주인으로 교체하자고 하는 것입니다. 개혁을 주장하면서 나쁜주인을 비판할때 보면 세상을 바꾸려고 하는 것같지만 문제의 원인이 특정주인의 나쁜 심성에 있다고 파악하는 한 이것은 진정한 개혁이 아닙니다. 진정한 개혁은 노예와 주인이 있는 노예제도 자체를 인식하고 그것을 부인하는 것입니다. 좋은 주인을 찾는게 아니라 노예도 주인도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개혁입니다.
결국 진정한 개혁은 정신적 문화적 개혁이며 여기서 중요한 것은 특정한 인물이 옳은 소리를 한다 안한다의 논리 이전에 깨어있는 시민들의 문화와 연대입니다. 문화와 연대라는 것은 단지 깨어있는 시민들이 협력하자 같은게 아닙니다. 내몸의 세포와 나는 다른 차원의 것으로 존재합니다. 문화는 박물관이나 철학책속에 있을때 문화가 아닙니다. 깨어있는 시민들이 새롭게 살아가는 방식을 나누고 실천하고 그문화를 확산시켜가는 방식만으로 진정한 개혁은 일어날수 있습니다. 이것은 기성의 정치를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를 사랑하는 것이며, 나쁜 세력들을 자르고 죽이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에게 좋은 문화를 전파하고 합치는 것입니다.
개혁은 마치 새로운 종교가 선교를 하는것처럼 되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이 새로운 문화와정신적인 비전이 없는 상태에서 아무리 기성종교를 비판해도 그것은 그 기성종교안에서의 비판이 되고 맙니다. 결국 그 기성종교 자체의 내부적 모순으로 일어나는 비극은 끝나지 않는 것입니다. 가슴속에 남에게 전하고 싶은 자기 메세지는 없고 남에 대한 비판과 미움의 전파만 있다면 그것으로는 좋은 세상이 오지 않는 것입니다.
한심한 한국의 현실
교육이든 정치든 경제든 사회 모든 분야에 있어서 한국은 무슨 로또판이 되어있다는 느낌입니다. 모든 것이 예측할수 없는 로또판이 되었다는 것은 사회가 정상적인 활동을 못하기 때문입니다. 개인들이 사회를 이루며 사는 것은 연대를 통해서 불확실한 환경을 예측가능한 것으로 바꾸기 위해서입니다. 예측가능하기 때문에 신발만드는 사람은 신발만 꾸준히 만들고, 과학자는 연구만 꾸준히 하고, 가수는 노래만 잘해도 한 세상 살수 있는 것이죠. 만들어도 시장이 설지 안설지 모르면 신발을 못만들고 만들어도 망합니다. 연구해도 세상이 혼란스러우면 과학자의 연구가 가지는 의미는 매우 허망해 보입니다. 노래실력과 인기가 상관없는 로또라면 가수가 노래를 사랑하고 그것에 전념할수 없을 것입니다.
대학이 대학이 아닌 느낌입니다. 4대강같은 것을 찬성하는 교수들이 줄줄이 나오고 FTA 날치기 통과를 옹호하는 교수도 나옵니다. 제가 상식의 문제에 대해 글을 쓴적이 있습니다만 (SBS 앵커발언과 상식의 문제 http://blog.daum.net/irepublic/7888187) 상식을 넘어가는 주장을 하는 것은 대화의 규칙이 전혀 달라집니다. 기독교인들끼리 종교를 토론하는 것과 기독교인과 불교인이 종교토론을 하는 것은 대화의 기본전제가 전혀 다르며 실질적으로는 대개의 경우 토론이 불가능합니다. 지금 우리나라가 그렇습니다.
언론이 언론이 아닙니다. 오죽하면 4명이서 인터넷에서 동영상파일 올리는 나꼼수가 한국에서 가장 좋은 언론처럼 느껴지겠습니까. 물론 모든 사람들이 나꼼수를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그것도 틀안의 비판입니다. 말하자면 이쪽은 권위주의를 비판하는데 그쪽은 권위주의적 현실을 긍정해 놓고 비판을 하니까 비판이 별로 의미가 없습니다. 이쪽은 유행가 부르는데 클래식음악하는 사람이 그쪽잣대로 노래가 기네 짧네 하는거나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 기성의 틀자체인데 말입니다.
연일 판결에 의혹을 주는 사법부, 초중고 교육은 어디로 달려가는지 알수가 없고, 라디오에서는 성형광고가 가득하고, SSM같은게 소상인들 죽인다고 야단입니다. 수조에서 수천억을 들인 개발이 강원도며 인천이며 부산이며 서울에서 모두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들이부어야 할 세금이 천문학적입니다.
얼마전에는 수백억들여서 서울시장이 투표를 하자고 해서 투표도 했지요. 학생급식가지고 서울시민이 전원투표를 합니다. 말이좋아 서울시지 거의 한국의 절반인데 FTA같은 것은 날치기로 통과시키고 학생급식은 전원투표로 결정짓는 괴상한 현실이 한국의 현실입니다. 학생급식이 나라망하게 한다는 주장은 믿기 어렵지만 FTA가 나라를 망하게 할수도 있다는 주장은 훨씬 더 생생한데 말입니다.
이래도 세상은 안바뀔 것인가.
저는 세상에 숨어있거나 뒤에 있는 훌룡한 분들이 있다고 믿습니다. 안철수와 박원순도 유명한 분이시면서도 동시에 뒤에계셨던 분들입니다. 정치같은거 절대 안하겠다고 하시며 살아오신분들입니다. 이번에 서울시장되신 박원순도 대통령에서 총리, 장관등 그야말로 후보군에 호명되신것만 치면 안해본게 없을 정도로 정치권에서 불렀고 때로 사적인 채널을 통해 아주 심각하게 비판하면서 그렇게 한적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도 정치 안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정치를 하시기 시작하셨죠. 그건 뒤집어 말하면 얼마나 이명박정권하의 이 세상이 위급하고 한심한가를 보여주는 일입니다.
세상이 진짜로 바뀌는 것은 숨어있고 뒤에 있는 분들이 앞에 나서서 문화적 임계점을 넘길때 입니다. 지금 서울대 법대나오고 하버드나오서 코메디언 고소하는 강용석같은 사람들을 두고 보기 어려워서 '상식'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문화를 뿌리 박게 하려고 사람들이 나설때 세상은 바뀔것입니다. 지금 앞에 나선 분들은 사실 충분한 것과 거리가 멉니다.
그분들이 나서서 새로운 음악들, 새로운 책들, 새로운 코메디들을 선보이고 사람은 응당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상식을 보여줘야 세상은 바뀝니다. 안철수의 기부같은 것을 보여줘야 세상이 바뀝니다. 박원순의 낮은 데로 향하는 시장의 행보를 보여줘야 세상은 바뀝니다. 심지어 나꼼수도 이명박정부에 대한 비판이 핵심이 아닙니다. 쫄지말고 권위주의에 눌리지 말고 사는 모습을 전파하는 것이 진정한 핵심입니다. 누굴 미워해서, 어떤 특정인들을 비판해서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유쾌발랄한 문화에는 그런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사실 세상에 나서기는 힘듭니다. 사람마음이 참 통하기 어려워서 그렇습니다. 보기에 안타깝고 어리석어 보여도 그 안에 뛰어들면 시시비비의 혼란속에서 멱살이나 잡히기 쉽습니다. 좋은사람은 감수성이 뛰어나고 남에게 피해를 입히기 싫어합니다. 그말은 그만큼 상처입기도 쉽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안철수와 박원순이 나왔듯이, 결국 세상은 확 뒤집어져야만 합니다. 그러자면 사람들이 나와야 합니다. 사람이 사는 올바른 길을 말하고 실천하고 보여줘야 합니다. 너무 늦으면 영영 한국이라는 그릇은 깨어지고 수리불가능하게 될것입니다.
물론 지금은 FTA문제를 어떻게 할것인가, 다음 총선이며 대선은 어떻게 이길것인가 같은 문제가 커보이겠지만 사실 심지어 그런 것도 표면의 문제에 지나지 않습니다. 깨어있는 시민들이 나서서 만드는 문화가 바로 한국의 혼입니다. 그 혼이 존재한다는 것이 결국 거짓이라면 어떻하든 한국은 망할 것입니다. 그 혼이 존재한다면 어떻하든 한국은 살아날 것입니다.
시간은 언제까지 있는게 아니라는 것을 이명박 정부는 보여주었고 특히 이번 FTA 날치기 사건이 보여주었습니다. 국가간의 조약은 넓은 공감대가 없으면 못하는 것이지 날치기로 통과될것이 아닙니다.
FTA 날치기 사건의 다음날. 저는 묻습니다. 이래도 세상은 안바뀔것인가. 이래도 근본적인 개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인가. 한국의 혼이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좋은 미래가 꼭 가까운 미래에 오리라 믿습니다.
'주제별 글모음 > 세상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꼼수가 채운 광장과 시국단상 (0) | 2011.12.01 |
---|---|
종편방송에 대한 단상 (0) | 2011.11.30 |
이명박 정권은 왜 FTA에 목을 맬까. (0) | 2011.11.22 |
내글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들 (0) | 2011.11.21 |
당신은 성형수술을 찬성하십니까? (0) | 2011.11.1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