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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방송에 대한 단상

by 격암(강국진) 2011. 11. 30.

최근 큰 사회적 논란이 되는 것중의 하나가 12월 1일에 시작한다는 종편방송에 대한 것이다. 이른바 조선, 중앙, 동아, 매경의 조중동매가 신문에서 방송으로 더 확대되어 넓혀진다는 것에 대해 트위터같은 곳에서는 말이 많다. 정부가 특혜를 준것이다는 주장도 많고, 이제 조중동식의 왜곡 기사가 공중파에도 넘칠거라는 말이 그것들이다. 


그러나 갑자기 공중파 방송의 수가 두배로 늘어나는 급격한 방송환경의 변화가 만들어 내는 부작용에 우려의 마음이 없지 않지만 나는 사실 종편방송이 시작되는 것을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좋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채널의 다각화


새로 시작되는 방송이 훌룡할거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다. 방송이 여러개인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은 물론이고 일본만 해도 우리나라보다 채널수가 훨씬 많다. 한국은 SBS정도가 민영일뿐 KBS와 MBC 모두가 실질적 공영방송이라 말하자면 관제방송이 넘치는 곳이라고 할수가 있다. 이런 상황은 21세기 한국사회의 복잡성과는 걸맞지 않아서 한국은 지난 몇년간 여러가지 방송파문을 가져왔다. 즉 어떤 특정 피디의 시각이나 행동이 책임질수 있는 수준이상으로 정보채널이 가지는 힘이 증대해 버린 것이다. 


그래서 인터넷에서는 돌아가면서 방송 3사를 천사와 악마로 묘사하기에 바뻤고 어리둥절한 상황을 연출했다. 황우석 파동같은 것이 벌어지면 이쪽 방송사가 악마가 되고 다른 방송사가 천사가 되며 그러다가 또 어떤 문제가 불거지면 천사와 악마는 뒤집어지고 요즘같이 친정부성향의 사장들이 MBC와 KBS를 장악하는 상황에서는 차라리 SBS가 좋은 방송이라고 말한다. 


답은 분명하다. 거대 독점방송 체제는 시대와 맞지 않는다. 그것은 자신들이 감당할수 없는 정보 처리를 감당하려고 한다. 때문에 사회적 비용을 치루게 하는 것이다.  


조중동매방송의 시작은 방송3사의 독과점 체제를 무너뜨릴 것이다라는 것은 분명하다. 지금 우리나라의 방송컨텐츠는 마치 태능선수촌 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즉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각자의 의사에 따라 만들기 보다는 컨텐츠를 배포하는 쪽이 압도적인 권력을 가진다. 드라마 만들어도 방송국 3곳에서 선택안해주면 방송이 안된다. 이것은 시청자와 컨텐츠 생산자 사이에서 배포자가 중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은 이 정보골라내기를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같다. 즉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잘 검렬하는 쪽이 올바른 방송문화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그말도 옳을수 있지만 그건 한국사회의 복잡성, 채널을 장악한 사람들의 능력, 그리고 현재의 가치관적인 혼란을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한 결과가 아닐까. 말하자면 그들은 올바른 독재자를 원한다. 자유를 주면 대중이 썩어버릴것이며 무기력하게 세뇌당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중동매가 국민을 세뇌한다고?


나는 조중동매가 국민을 세뇌하고 보수화할것이라는 주장에 그다지 찬동하지 않는다. 그것은 지나치게 방송이나 문화를 수동적 수용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한예가 일본과 한국간의 문화개방을 한일이다. 그때 사람들은 양이나 질로 보아 일본문화가 한국대중을 세뇌해 버릴것이라면서 반대했다. 그런데 어떤 일이 일어났던가.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사람들이 생각한것과는 반대의 일이 일어났다. 


일본에서는 한류가 번지고 한국에서 일본문화 콘텐츠가 미친듯이 퍼지는 일은 별로 없었다. 그리고 또하나, 한국에서 문화컨텐츠를 만드는 생산자가 일본사회에 종속되는 일이 벌어졌다. 즉 사람들이 생각한 것은 문화 컨텐츠의 소비자가 일본에 종속될것이고 그래서 대단하신 한국의 컨텐츠생산자들이 올바른 정신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굶을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현실에서 벌어지는 것은 한국의 문화 컨텐츠 소비자는 한국의 것을 계속 소비하고 오히려 컨텐츠 생산자가 일본에 끌려가기 시작한다.


왜냐면 생산자는 시장에 지배당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보다 일본에서 훨씬 더 많은 돈을 버니까 가수건 드라마건 일본에 배포하는것을 전제로 생각해서 만들어 진다. 그래서 한국대중보다 일본대중에 대한 고려를 하는 경우가 점점 더 늘어가는 것같다. 


물론 나는 조중동매가 방송국을 여는 일은 적어도 부분적으로 그들이 바뀌기 보다는 국민을 바꾸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시작하는 일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뚜껑을 열면 실제로 바뀌게 되는 것은 국민이 아니라 조중동매이거나 조중동매가 한번에 망해버리는 길이 될수 있다고 생각한다. 


신문이란 사실 느린 매체고 뭐랄까 애매한 데가 있는 매체다. 신문에서 제정신이 아닌 주장을 한다고 해도 신문은 방송보다 버티기 쉽다. 소수의 그런 주장을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고 자신들이 이세상의 주류라고 생각하는 것을 유지할수 있다.


반면에 공중파 방송은 다르다. 예를 들어 그들이 과연 박정희 드라마를 만들어 박정희 미화, 박정희 시대로의 귀환을 추구할수 있을까. 해보기바란다. 이명박을 띄운 방송도 옛날에 방송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신문과는 달리 라디오나 티브이 매체는 훨씬 더 벌거벗고 세상에 나가는것이다. 자기 일관성, 보편성, 논리, 문화적 힘등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그냥 자신의 치부만 공개하는 일이 될뿐이다.


나꼼수가 뜨니까 한나라당이나 친박정치인들은 그걸 우습게 안다. 그래서 자기들도 모여서 몇시간 잡담해서 올리면 나꼼수처럼 될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되던가? 세상사람들의 비웃음만 살 뿐이다. 오히려 자기들이 누군지 더 적나라하게 보여줘서 자살골만 넣는다. 그들은 애초에 자기 일관성, 보편성, 논리, 문화적 힘따위를 매우 폄하하는 면이 있다. 그래서 실패한다.


조중동매방송은 시작하자마자 기로에 설것이다. 둘중의 하나다. 남보기 부끄러운 모습으로 미치광이 쑈를 틀면서 한방에 죽어가던가 아니면 보편성을 달성하기 위해서 스스로가 변해가던가 하는 것이다. 즉 나는 대중이, 시청자가 승리할것이라고 생각한다. 세뇌나 호도는 오히려 지금처럼 방송채널의 수를 아주 작게 가지는 상황에서 더 잘 일어난다. KBS, MBC 보기 싫어도 방송선택권이 없으니까. 


미국의 보수방송인 폭스티브이 같은 것을 상상하는 분들이 있다고도 들었다. 그들은 미안한 일이지만 한국의 보수층이 가지는 지적인 수준을 과도평가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미국의 공화당이 아니다. 미국의 공화당지지자들이 광화문에 군복입고 모여서 데모하는 그런 분들하고 틀리다. 그들이 그런 정도가 된다면 세상은 훨씬 더 합리적으로 흘러갈 것이다. 음지에서 있던 분들이 공중파라는 양지로 나오는 순간 그들은 세상을 놀라게 하는게 아니라 스스로를 놀라게 할것이다. 자기가 누군지 잘 모르는 분들이 워낙 많다. 


맺는 말


나꼼수는 나가수에서 이름을 딴것이고 나가수는 슈스케에서 출발된 것이다. 슈스케가 뭔가. 케이블 방송이다. 이건 정보채널 장악력이 종편방송 시작이 아니더라도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제 방송3사가 한국 정보를 독점하는 일이 깨어지는 것이다. 그 깨어짐은 뒤집어 말하면 한국 사회라는 컨텐츠를 담기에 방송3사의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사람들은 슈스케나 나가수의 가수들에 열광한다. 왜인가. 방송3사가 그런 사람들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매번 걸그룹이나 댄스그룹만 랩가수만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규모가 비교도 안되는 케이블방송에서 기획을 해도 거기에 좋은 가수들이 모이는 것이다. 거대 방송사가 그들을 외면하기 때문에. 그리고 그것이 나아가 거대방송사도 바뀌게 만든다.


이제 정보채널의 중간자가 무너지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타락하고 저질 방송에 둘러쌓여서 망해버릴까.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논리가 정확히 민주주의에 반대하고 독재를 하거나 왕정을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논리라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정말 건강한 시민, 대중을 가지고 있다면 국소적으로 보았을때는 나쁜 것같은 일도 좋은일이 될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개국하는 종편방송사들을 좋아한다는 것이 아니다. 첫째로 결국은 어떤 형식이던 일어날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걸 억지로 막으면 막는대로 문제가 있고 그나름대로 사회적 비용이 따른다. 둘째로 결국 우리는 한국사람들을 믿고 나가야 할때가 있다는 것이다. 어떤 식이건 종편방송은 12월 첫째날 시작된다. 그 이후 세상에 좋은 변화가 따를 것을 믿는다. 한국사람들을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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