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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언론에 대한 글

오늘날의 법과 언론이 국민을 위한다고 할 수 있는가.

by 격암(강국진) 2012. 1. 5.

2012.1.5

법과 언론은 정의와 진실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한 국가의 법과 언론은 사회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즉 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믿고 협동할 수 있도록 원칙이 지켜지고 있다는 것을 담보하기 위한 것으로 법과 언론이 무너지면 불신이 높아지고 이상한 음모론도 다 가능성있게 보이게 된다.

 

언뜻보면 달라보이지 않는 이 둘이 현실적으로는 똑같은 것이 될 수 없는 이유는 세상에는 무한히 많은 문맥과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단순해 보이는 사건도 주변상황을 파헤치는 것에 따라 끝없이 주변상황에 대한 사실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핑게없는 범죄자가 있을까? 그걸 모두 사법부와 언론이 다 다룰 수는 없다. 인력을 배분하고 사건을 어디까지 파헤칠것인가는 선택의 문제다. 언론도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사실을 모두 보도하는 기관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니까 기계적으로 정의를 논하고 진실을 논하는 것으로 진짜 정의와 진짜 진실이 들어나는 것은 아니며 그 사회의 구성원들이 공감하는 상식이 큰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 상식중의 하나는 이 보도나 판결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하는 것이다. 민주국가에서 그것은 당연히 주권을 가진 국민들이어야 하겠지만 이런 원칙을 애매해서 해석의 자유가 많으며 그래서 가소로운 정의와 진실에 대한 공방이 벌어질 때가 많다. 예를 들어 여기 재벌총수가 탈세를 하는 상황이 있고 길거리 노점상이 탈세를 하는 상황이 있다고 하자. 액수나 사회적 파장을 생각했을 때 재벌총수의 비리는 수사하지 않고 길거리 노점상만 열심히 조사해서 비리를 찾아내고 있다면 전체적인 맥락에서 누구도 그것을 정의가 이뤄지고 있는 일이라 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들은 확실히 겨우 먹고 사는 노점상의 탈세보다는 액수가 엄청난 재벌총수의 탈세에 더 관심을 가질것이고 국민의 관심사에 종사하는 것이 법과 언론이라면 응당 재벌의 탈세에 인력과 시간을 더 써야 할것이다. 그런데 현실이 정말 이런가? 

 

최근 BBK 수사에 대해 담당검사였던 사람이 인터뷰를 하는 것을 보고 나는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하나는 BBK수사가 국민적 의혹을 잠재우지 못했는데도 검사는 수사는 제대로 이뤄졌다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그 수사가 진실을 찾아냈다고 하더라도 즉 BBK에 대해 이명박대통령이 사법적 책임을 질게 없다고 하더라도 국민적 의혹을 잠재우지 못했다면 수사는 제대로 된게 아니다. 남은 질문은 넘쳐나는데 검사는 더 질문할게 없다고 단언한다. 이게 현실이다. 

 

돌아보면 지난 세월 많은 일들로 사회적 파문이 일었다. 황우석파동, 디워파동, 천안함파동, 미네르바파동등 끝이 없다. 이러한 일들의 배경에는 오늘날의 법과 언론이 국민을 위해 종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존재한다. 즉 국민들간의 직접적 소통수단인 인터넷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법과 언론이 국민들의 관심사를 반영하지 않기때문에 파동이 일어나는 것이다. 합리적 의심과 질문이 남아있는데 사법부와 언론은 더 질문할 것이 없다고 하니까 파동이 이는 것이다. 

 

예전에 아프칸선교사건때도 당시 소말리아에 피납된 다른 한국인들이 있었다는 지적이 있었다. 즉 피납되기는 마찬가지이며 오히려 아프칸선교의 피납자들은 국가가 하지 말라고 하는 일을 하면서까지 하다가 일이 그렇게 된것인데 사회적 조명을 더 많이 받는 것이 형평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방송에서 아프칸 선교사건을 보도하고 그에 관련된 정의와 진실을 보도 하는 것은 그 자체가 선택이다. 그런데 왜 소말리아에서 피납된 사람들은 보도하지 않고 아프칸선교자들만 보도하는가. 이 선택이 과연 국민적 관심사를 반영한것인가하는 문제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법과 언론의 무능함은 그들의 무능을 권위로 감추려는 태도에서도 나오는 것같다. 기자나 검사가 일반인들이 납득할 수 밖에 없는 능력으로 진실을 파헤친다면 적어도 사회적으로 큰 소동이 생길 파문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다지 능력이 뛰어나지 않다. 다만 권위로 자신의 무능을 감출 뿐이다. 인터넷이 등장한 후에는 인터넷 진실검증단이 훨씬 더 자세하게 사건을 구성해 내는것을 우리는 거듭하여 목격한다. 이것은 그들의 무능을 더더욱 극적으로 명확하게 보이게 만든다. 

 

덕분에 세상에는 불신이 아주 크다. 그도 그럴것이 집권당 국회의원의 비서들이 수억씩 돈을 받고 선관위 홈페이지를 사이버테러하기도 한다. 그런데 집권당은 여전한 것이다. 한명숙은 무죄판결 받은 재판을 끝없이 하고 있다. 지금의 법과 언론도 정의와 진실을 파고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국민적 관심사에 기반한 것은 아닌것 같다. 그들은 집권당이나 부유층이 관심을 가지는 일에만 열심히 봉사하는 느낌이다. 

 

법과 언론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는 기능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공화국은 그래야 유지가 되니까 그런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법과 언론은 마치 고장난 화재경보기처럼 취급받아서 위기 신호를 보내도 국민들이 믿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계속 헛짓만 한다면 사법부의 판단과 언론의 보도에 대한 신뢰는 날로 줄어만 갈 것이다. 그것은 한국 사회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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