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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IT 한국을 죽였나.

by 격암(강국진) 2012. 1. 23.

1999년 무렵 유럽이나 미국에 가서 외국인들을 불쌍히 여기던 생각이 난다. 지금 20대초반의 학생들은 어쩌면 한국이 그렇게 한창때가 있었다는 것을 알기에는 너무 어렸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한국에서는 고속인터넷이 되던시대인데도 미국에서는 전화모뎀을 쓴 인터넷을 하고 유럽은 아예 이멜을 보내지 못하는 곳이 많아서 외신기자들이 불평하던 때가 있었다.


우리가 요즘 감탄하는 애플의 기계,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것들도 돌아보면 한국에는 그 뿌리가 다있었다. 전세계에서 엠피쓰리를 처음만든 나라가 한국이며 외국사람들이 한국의 pmp를 보고 한국인들을 부러워하고 자신이 한국에서 태어나지못해 억울하다는 이야기를 할때도 있었다. 지식검색, 온라인게임, 아이러브스쿨이며 미니홈피들안에는 이미 미국이 나중에야 세계적 기업으로 키워낸 아이디어들의 씨가 다 있었다. 그것도 훨씬 전에. 인터넷에서 아바타같은 아이템을 팔아서 수익구조를 만들어 낼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도 한국이었다.  


노무현대통령이 당선되는 2002년만해도 한국은 세계 최초의 인터넷 대통령을 만들어 낸 나라였고 말하자면 세계 최첨단 기계가 테스트되는 신세계였다. 세계전체의 와이파이 핫스팟의 반이나 3분의 1이 한국에 있노라는 말이 나올정도의 때도 있었다. 


이런 한국이 이제는 분위기가 전혀 달라졌다. 인터넷은 완연히 포털중심의 세계로 재편되었다. 인터넷 신문들은 포털에 종속되고 모든 IT의 미래에 대한 장미빛 약속은 깨어졌다. DMB 방송같은 것도 외국에 뒤졌고 와이브로는 결국 말만 계속되고 투자만 하다가 이제와 다른 서비스로 대체되려고 한다. 우리는 애플의 기계를 보고 부러워하며 트위터와 유튜브와 페이스북따위를 쓰면서 인터넷 후진국의 위치를 절감한다. 


대형 보안사고가 심심치 않게 터지는 나라인데도 보안을 위해서라면서 만든 인터넷 결제시스템은 복잡하기 짝이 없어서 인터넷 상거래에 큰 장애가 되고 있고 전자책 시장도 만들어 지지 않는다. 남들은 다 쓰는 애플의 게임도 심의때문에 쓰지 못하고 한국은 그저 거대 포털과 거대 통신사들의 독과점속에서 죽어가는 것같은 모습이다. 10년정도만에 한국은 왜 이렇게 추락했을까.


망 중립성 논쟁


이야기를 약간 돌려서 망중립성 논쟁이란 걸 이야기해 보자. 우리가 고속도로를 생각해 보자. 우리는 고속도로를 타고 어딘가에 갈때 도로비를 낸다. 도로를 타고 강릉에 간다면 강릉에게 너희때문에 고속도로가 붐비니 강릉시가 도로비를 내야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티브이 방송을 생각해 보자. 우리가 티브이를 보면 티브이 시청료를 낸다. 도로비처럼 많이 보고 적게 보는가에 따라 시청료가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인기 드라마를 만들어 사람들이 많이 본다고 해서 그  드라마를 만든 사람에게 가서 너희 때문에 사람들이 티브이를 많이 보니 너네가 돈을 내라고 한다던가 하지 않는다. 


인터넷은 물론 고속도로와 티브이 방송과는 다르다. 그러나 전혀 다르다고만은 할수 없는 가운데 인터넷은 위에서 말한 경우와 다르다. 그 다른게 옳은가 그른가하고 논쟁하는게 망중립성 논쟁이다. 


사람들이 카카오톡을 많이 쓴다고 하자. 그럼 인터넷 망을 건설한 통신사업자는 카카오톡 사업자에게 가서 말한다. 너희때문에 인터넷이 느려지니 카카오톡 서비스를 그만두던지 돈을 내라. 


이 논쟁은 단순히 누가 돈을 버는가보다도 더 깊숙한 문제를 던진다. 그게 어떤 문제인가를 생각해 보기 위해 고속도로를 인터넷처럼 깐다고 생각해 보자. 즉 도로비를 지역 시청에서 내라고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전국의 균등한 발전은 깨어지고 말것이다. 


즉 도로를 깔거나 도로비를 낼수 있는 돈을 가진 도시에만 고속도로가 깔린다. 고속도로가 있으니 그 도시는 더더욱 발전한다. 그러므로 더더욱 부자가 된다. 이래서 결국 부자 도시는 더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도시는 더더욱 가난뱅이가 되는 악순환에 빠져드는 것이다.


인터넷은 정보가 흐르는 고속도로다. 여기에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보고 다른 사람에게 네 컨텐츠를 보게 하고 싶으면 돈을 내라라는 식으로 세상이 흘러가면 공익적 컨텐츠는 억눌러 질것이며 가난한 사람들의 목소리는 억눌러 질것이다. 결국 부익부 빈익빈현상을 만들어 내게 되는 것이다.


티브이 수신료는 얼마를 보던 정액이다. 티브이 많이 본다고 돈 더 많이 내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경우는 광고의 형식으로 시청자가 돈을 낸다. 즉 광고를 봄으로 해서 그 컨텐츠에 돈을 내는 것이다. 이런 방식도 일정부분 문제가 있다. 언론의 타락을 말할때 늘 나오는 것처럼 거대광고주의 지배를 받게 된다. 나꼼수는 거대한 대중적 인기를 이끌어 냈다. 하지만 거기에 광고가 붙을까? 삼성이 돈을 낼까? 반대로 친여당적 친재벌적 방송에는 광고의 형식으로 협찬이 마구들어갈것이다. 이것이 또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만들어 내지 않을까?


인터넷 종량제와 인터넷의 공익성


인터넷은 수도나 고속도로나 전기처럼 공익성을 가진다는 것은 이해하기 쉬운 일이다, 그리고 인터넷은 쓴만큼 내는 완전 종량제가 아니더라도 부분적으로라도 종량제를 도입하여 합리적으로 인터넷의 소비자가 비용을 내라고 하는 것이 공익에 도움이 된다. 정 안된다면 국민세금의 형식으로라도 거기에 보조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국민은 막대한 통신비를 내고 인터넷 종량제는 거대한 반대 여론에 직면해 있으며 한국의 인터넷 환경은 날로 안좋아지는 현실은 어디서부터 꼬인 것일까.


사람들이 인터넷 종량제에 반대하는 것은 뻔한 이유가 있다. 통신사들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요금체계를 바꾸려면 인터넷 요금이란게 시장의 경쟁에 의해 합리적으로 조정되거나 통신사들이 공익을 위해 악날한 태도를 취하지 않을거라는 믿음이 있어야 하는데 한국에는 그둘다가 없다. 우리는 심심찮게 아이들이 핸드폰가지고 인터넷을 하다가 몇백만원의 요금이 나왔어요라는 기사들을 들어왔다. 통신사들이 고객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거기서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은 뻔하다. 오히려 핸드폰의 구조상 실수로 인터넷을 사용하게 해서 그걸로 돈벌려고 하는거 아닐까 하는 의구심만 생길정도 였다. 


작년에 KT의 민영화 과정에 대한 기사가 하나 나왔다. 바로 '마케팅중독의 KT, 짝퉁 민영화의 그늘'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30111209172601) 이다. 여기에 보면 공익적 기능을 가지기 때문에 수도나 전기처럼 민영화하면 안될것같은 통신사업이 어떻게 민영화되었는가 하는 역사가 나온다. 


한국통신 (KT의 옛이름)은 본래 1981년에 공기업으로 출발했다. 그리고 아이엠에프를 일으킨 김영삼정권때 본격적으로 민영화가 추진된다. 명목상의 이유는 경쟁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아이엠에프가 터지고 나라가 빈사상태에 빠지자 나라는 돈되는 걸 모두 팔아야 했고 그걸 인수하는 것은 외국인들일수 밖에 없었다.  결국 한국통신은 완전 민영화되고 해외자본이 지분의 49%를 차지한다. 거기에 KT 자사주의 의결권과 배당권행사권이 배제되기까지 했으니 국가 기간산업인 통신사업이 외국계 사업의 손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것이 2002년이다. KT는 50%의 이익을 배당하고 2009년에는 무려 94.2%가 주주에게 배당되었다고 한다. 


이때가 노무현 정권이 막 들어서고 화려한 스타였던 삼성출신의 진대제가 정통부장관으로 와이브로를 선전하고 DMB이야기도 하면서 한국의 인터넷 미래를 선전하던 때다. 과거 씨티폰이라는 서비스가 있었다. 바로 망한 투자, 중복투자의 대명사로 말해지는 서비스인데 이런 중복투자를 막고자한다면서 거대통신사들과 재벌들이 한국의 인터넷 미래를 논한다. 결국 와이브로 사업권은 거대통신사에게 갔지만 그들은 사업권만 따고 사업은 하지 않으면서 과거 서비스로 돈을 계속번다. 


결국 돌아보면 모든 문제의 뿌리에는 민영화가 있었다. 요즘도 공항을 판다, 철도를 판다는 말이 많으며 의료도 경쟁사업으로 만들고 심지어 수도사업도 실질적으로 민영화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다 못팔아서 야단이다. 그런 말의 배후를 보면 항상 김영상정부가 말했던 경쟁력강화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공익적 의미를 가지고 있고 부익부 빈익빈을 만들어 내는 정보고속도로인 통신사업에 대해 제대로 논의를 하지 못해게 된 것은 민영화때문이다. 정부가 공익을 위해 인터넷 요금체계를 바꾼다거나 공익적인 요소가 있으므로 세금으로 통신비보조를 한다고 한다면 한국인들은 지금처럼 비싼 통신비를 내지 않고도 살수 있었을 것이다. 사실 핸드폰이나 인터넷없이는 요즘 살수가 없다. 가장 가난한 사람들도 필요한게 통신이다. 그런데 통신비는 사방에 중복으로 엄청나게 비싸게 나간다. 그러면서 한국의 인터넷 환경과 IT잠재력은 마구 떨어진다. 이게 다 민영화의 결과다. 한국 IT의 미래는 민영화가 죽인것이다. 


맺는 말


한국에서 시장 경쟁운운하는 것은 정말 우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시장경쟁을 하는 것은 다 망해가는 자영업자정도다. 그들은 단일업종에서 무수한 사람들이 서비스경쟁을 하기 때문이다. 치킨집이나 빵집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거대사업이 한국에서 민영화 된다고 시장경쟁을 한다는 이야기는 도무지 알수 없는 이야기다. 심지어 치킨집이나 빵집도 체인화되고 거대화되면서 얼마지나지 않아 독과점 상태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은게 한국이다. 


정보고속도로의 공익적 성격은 앞으로 더욱 더 심각해지지 약해지지 않는다. 다른 민영화는 중지하고 통신사업의 민영화 피해는 막을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것이다. 10년후 좋아지는게 없고 다른 민영화가 계속되어 결국 살기위해 기본적으로 내야하는 돈들이 엄청난 그런 나라에 사는 악몽이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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