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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은 없다.

by 격암(강국진) 2012. 4. 12.

19대 총선이 끝났습니다. 그 결과는 개인적으로 실망스럽게도 정권심판하고는 거리가 먼 것이 되었고 야권의 참패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결과가 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여러가지 사람들은 여러가지 이유를 댈것입니다. 국민이 수준이 안된다는 주장도 있을 것이고 한명숙 때문이다, 안철수 때문이다, 아니다 소위 친노때문이다. 탄핵 원죄의 민주당이라는 이름 때문이다, 유시민과 이정희때문이다, 나꼼수와 김용민 때문이다등 여러가지 뭐뭐 때문이라다라는 주장이 있을 것입니다. 그 모든 이론들이 제각기 일말의 진실성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생각하기에는 현 야권의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그것은 현재 한국에는 대안으로서의 야권이라는게 없다는 것입니다. 선거판이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야권통합의 이야기는 많았습니다. 통합의 노력과 결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대안으로서의 야권이 있다는게 뭔지에 대해 너무 안일한 태도를 취한것이 아닌가 합니다. 


정치는 책임이다. 


정치는 국민주권을 맡기는 것입니다. 뭔가를 빌려줄때는 믿을만한 사람에게 옳은 소리하는 사람에게 빌려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라고 말할텐데요. 사실 이사람이나 저사람이나 정도차이일뿐 전반적인 수준에서는 신용도가 어차피 낮다면 중요한 것은 담보입니다. 뭔가를 담보로 내놓을 사람이 아니면 뭔가 빌려주기 어려운 것이죠. 


정치는 책임입니다. 잘하건 못하건 그 결과를 나중에 책임질 주체가 있어야 그게 두려워서 조금은 긴장하겠지라고 한다는 말입니다. 이번 총선에 나온 사람들은 모두가 내가 곧 나자신의 책임의 주체라고 주장하고 싶겠지만 현실은 그렇게 만만치 않습니다. 국민들도 압니다. 우리나라 정치 개인플레이 하는건 아직 멀었다는 거. 여권이건 야권이건 결국 정도의 차이일뿐 패거리 논리에 따라 집단 거수기 역할 하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거 그게 적어도 이제까지의 현실입니다. 그래서 결국 총선이라지만 선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당의 이름이지요. 어느 당의 공천을 받았는가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무소속으로 나오면 상대도 안해줄 사람도 새누리당 추천받으면 당선되는 것은 그것때문이고 공천가지고 여고 야고 싸움나는 것도 그것때문입니다. 


이 부분에서 왜 이번 선거에서 야권통합의 논의가 안일한 것이었는지 하는 결론부분으로 직행해 봅시다. 소위 야권에서는 마치 그들끼리 내부 경선해서 하나의 브랜드를 가지고 나오기만 하면 국민들이 그 집단을 대안이자 책임의 주체로 받아줄것처럼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논리는 아주 단순했습니다. 정권심판을 위해 우리는 무조건 뭉쳐야 한다. 뭉치기만 하면 이긴다. 그러니까 우리끼리 내부적 노선싸움벌이지 말고 MB심판 이름하에 그냥 뭉치자. 


이렇게 뭉친게 뭉친거라고 생각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엉성한 집단은 사실 책임의 주체가 없습니다. 거기에 어떤 문화적 정치사상적 노선의 뚜렷함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박근혜같은 얼굴마담이 새누리당처럼 있어서 그사람을 중심으로 질서가 이룩되어진 모습을 보이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반정부라는 반MB라는 사실 이외에는 다른 통합의 뼈대가 될 아무것도 없이 모여만 있습니다. 


이렇게 가정해 봅시다. 이번 총선에서 야권이 큰 승리를 거두었다면 과연 그 야권은 하나의 정치집단으로서 한국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어가는데 한 목소리를 낼수 있을까요? 나는 개인적으로 그 야권이 현재의 이명박 정권보다 훌룡할것이라는 것을 의심하지는 않습니다만 그들은 고작 이명박 정권보다 훌룡할뿐 또 매우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일거라는 생각도 합니다. 


저의 기억에는 그리고 국민들의 기억에는 열린우리당의 무능력함이 똑똑히 남아 있습니다. 청와대와 국회를 반 한나라당 계열이 모두 차지한 유일무이한 상황이었지만 열린우리당은 국회에서 매우 무능한 모습을 보였지요. 자기들끼리 싸우느라 바빴고 열린우리당 당원인지 한나라당 당원인지 알수 없는 주장을 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지금 큰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높은 등록금값의 뿌리인 사학법개정에 대해서도, 국가보안법폐지에 대해서도 열린우리당은 무력했습니다. 그 열린우리당은 지금의 야권보다는 훨씬 더 선명한 집단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랬습니다. 과연 지금처럼 통합된 것도 진정 책임질 주체로서 통합이라고 할수 있을까요. 


야권의 괴상한 풍경


지금 우리나라는 괴상한 풍경속에 있습니다. 현재의 정부가 매우 낮은 지지율을 보이는 가운데 차기 대선후보로 가장 인기있는 사람은 안철수와 문재인 정도입니다. 그런데 안철수는 정치를 할까말까 하는 상황이며 문재인은 결국 정치참여를 결심했지만 거의 마찬가지 상황입니다. 즉 스스로 먼저 나서서 내가 정권 잡아서 세상을 바꿔볼까 하는데 나를 도와주십시요라는 적극성을 보이는게 아니라 정말 사람이 없으면 내가 하겠다라는 것이며 그나마도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이 총선에 나왔습니다. 이번 총선을 의미없는 것으로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마치 대선에는 안나가겠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그림입니다. 안하겠다는 사람들에게 국민이 매달려야 하는 상황이 바로 괴상한 풍경의 첫번째입니다. 


괴상한 풍경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결국 현재 야권에서 국민적 지지를 받는 사람의 수는 안철수 문재인 박원순 등 몇몇 사람에 지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이 사람들 정도만이 책임질 주체로서의 얼굴마담역할을 할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인기가 식은 유시민은 말할것도 없거니와 그밖의 어떤 야권 인물도 내 얼굴을 보고 우리 야권을 지지해 주십시요. 내가 책임지겠습니다라고 말할 분위기가 아닙니다. 국민으로 부터의 믿음이 있으니까 그 믿음을 담보로 내놓고 지지를 호소할수 있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은 말하자면 담보로 내놓을 것도 없다는 말입니다. 물론 정치적 상황은 바뀌기도 하는 것이니 또 누가 어떤 바람을 일으킬 가능성이 0이라고 할수는 없지만 대선이 얼마나 남았는가, 최근의 흐름이 어떠했는가를 보면 이제와 새로운 인물이 떠오를 가능성은 별로 크지 않다고 해야 할것입니다. 


두번째로 괴상한 풍경이란 현재의 야권을 재편하고 그 질서를 잡아가는데 있어서 위에서 거론하는 사람들은 무관하거나 방계에 불과한 것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극단적으로 말해 지금의 야권이 문재인당입니까 아니면 안철수당입니까. 그들이 강력한 공천권을 휘두르고 내가 책임지겠다고 나섰습니까? 권한과 의무는 같이 가는 것입니다. 지금같으면 안철수는 말할것도 없고 문재인도 민주적으로 했는데 내가 왜 책임지나 이런 말을 할수 있을것같은 그런 판입니다. 그건 그나름대로의 가치와 정의가 있는 것이겠지만 정치적 책임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문제가 있습니다. 도대체 이 공천의 책임을 질 사람이 정치적 중심에 있지도 않은데 왜 국민이 주권을 빌려주어야 할까요. 정말 중요한 질문은 책임의 주체는 누구인가 하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정치와 선거는 결과지 원인이 아니다. 


저는 정치와 선거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을 믿지 않습니다. 그것들은 다만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절차이며 세상이 바뀐 결과이지 세상을 바꾸는 원인이 아닙니다. 세상은 오직 사람들의 믿음, 인식이 바뀔때만 바뀝니다. 이번 선거는 아직 세상은 그리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세상이 그리 크게 바뀌지 않은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나 정치와 선거가 세상을 바꾼다는 생각에 메몰된 것도 사실 한 이유입니다. 먼저 사람이 바뀌어야 합니다. 과연 올바른 삶, 가치있는 삶이란 어떤 것인지, 우리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고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단순히 현정부가 싫어, 나는 반 이명박이야라고 말하는 것보다 훨씬 근본적이고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명박의 반대로서가 아니라 이명박과 상관없이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이고 가치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끝에서 사람들이 서로 공존할수 있는 문화적 질서가 어떤 것인지 고민하는 모습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진정한 대안으로서의 야권이 될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것은 너무 당연한거아냐. 지금은 반 이명박 전선을 만들어서 이기는게 무엇보다 중요해라는 말에 메몰되어 뭉치자 뭉치자라는 구호에만 빠지면 진정한 변화는 오히려 그것때문에 오지 않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이외수가 새누리당 후보를 추천했고 안철수가 당보다는 사람을 보라는 말을 했으며 박원순도 사실 그런 태도를 전에 취한적이 있는것으로 압니다. 그것때문에 그들을 원망하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 반이명박이 곧 대안적 삶의 태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이명박만큼이나 후진적인 삶일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고민이 필요한 것입니다. 문제는 반MB가 아니라 가치있는 삶입니다. 가치있는 삶을 추구하면 그래서 그부분에서 공감대가 생기면 반이명박 반박근혜 반새누리당 반조중동은 저절로 됩니다. 반면에 반이명박 반새누리당에 메몰되면 가치있는 삶이 실종됩니다. 그러면 진정한 변화는 오지 않는 것입니다. 중요한 건 누굴 비판하고 누굴 증오하는 일이 아니라 어떻게 우리의 삶을 가치있게 살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하면 양질의 삶이 한국에서 펼쳐질수 있을것인가에 대한 고민이고 되새김입니다. 알지 못하기 쉽고 알아도 자꾸 잊기 쉬운 것이 이것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런것을 빼고 또 무슨 좁쌀같은 정치공학적인 이야기로 이번 선거는 이거때문이니 저거때문이니해봐야 결국 시간이 지나면 다 허망한 이야기일뿐입니다. 한번 이겨도 한번 집니다. 진정한 변화는 국민적 문화의 변환이고 국민의 믿음과 신뢰의 변화입니다. 논쟁으로 이기는게 아니라 믿음을 얻을수 있도록 하는게 중요합니다. 


맺는말


그럼 언제나 잘나가는 새누리당은 내가 말한 모든걸 가지고 있는가. 이런 질문이 있을수 있습니다. 아니지요. 그러나 새는 새가 사는 방식이 있고 개는 개가 사는 방식이 있습니다. 정계는 물론 재계와 학계, 언론계를 장악한 사람들이 모인 새누리당은 자신들이 가진 것을 바탕으로 하는 신뢰가 있습니다. 형님예산이라도 끌어오지 않습니까. 


거듭말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새누리당이 잘하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새누리당 잘 못합니다. 새누리당도 인기없습니다. 문제는 그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세력도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며 현재 대안이라는게 있기나 한지의 상태라는게 문제인 것이죠. 반이명박 전선에서 물러나서 근본적인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자기들이 사는 모습을 돌아보는 것에서 시작해야 할것입니다. 그래야 진짜 대안으로서의 야권이라는게 구체화 될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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