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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글쓰기/영화 드라마 다큐

종자독점 세계를 지배하다를 보고

by 격암(강국진) 2012. 6. 12.

KBS가 이미 1년전에 방영한 것이긴 했지만 늦게라도 종자독점 세계를 지배하다라는 다큐를 봤습니다. (유튜브에 올려져 있더군요 http://www.youtube.com/watch?v=MfFyUd0b0IY  ) 보고난 소감을 몇마디 써볼까 합니다. 


독점의 세계사


세계의 역사를 보면 항상 독점구조를 만들려는 노력이 계속되어져 왔습니다. 농토가 생산의 유일한 수단이 될때 농토를 많이 가지는 것이 중요한게 아닙니다. 농토를 독점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죠. 그렇게 되면 농토를 가진 사람에게 과도한 소작료를 빼앗겨도 다른데 갈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산업시대가 열리면서 소득을 올리는 수단으로서 농토는 독점성을 잃어버립니다. 공장이나 회사는 작은 토지위에 세워져서 많은 사람에게 소득을 올려주니까요. 그래서 이번에는 사업을 할 자본이 독점됩니다. 산업혁명이 일어나던 시기, 영국에서 빈민이란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빈민이 아니라 소수의 기득권층을 제외한 모두가 빈민으로 여겨졌다고 합니다. 즉 세상에는 정말 자본가와 빈민의 양대진영이 있는 것이었지요. 산업을 독점하자 노동자 월급을 아무리 작게 줘도 노동자는 불평할수 없었습니다. 자기가 나가서 직접 공장을 세울수는 없으니까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자본이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축적되고 가난한 사람들도 교육받은 시대가 되자 이제 산업독점이 끝났습니다. 오늘날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세계최고의 부자들은 주식부자거나 부동산부자입니다. 이제 자본은 미래를 독점합니다. 어떤 회사나 부동산이 미래에 성장할 것이다라는 예측이 현대에 돈으로 환산되는 것이 주식시장이나 부동산 시장입니다. 


이제 돈을 버는 사람은 확연히 구분되는 것은 아니지만 직접 공장을 세우고 회사를 운영하여 상품을 파는 사람이 아니라 자본을 굴려서 미래의 가치를 현재로 끌어와 돈으로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허공에서 돈을 만들어 내고 부자가 되는데 물론 그들이 부자가 되어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만큼 다른 사람들은 가난해 집니다. 개미들이 주식시장에 꾀여서 돈을 가져다 바치고 세상의 물가는 올라갑니다. 


한국에서도 도심의 상가는 이제 평당 억소리가 나게 비쌉니다. 그러니 당연히 임대세도 비싸지요. 임대세가 비싸니까 물건을 비싸게 팔던가 아니면 장사를 못합니다. 사람들은 직장이 있는 도시에 살기 위해서 비싼 주택에 살아야 하고 결국 비싼 임대료를 내거나 집을 사기위해 융자낸 돈을 갚고 이자를 내기위해 뼈빠지게 일해야 합니다. 


이런 것들은 가까이서 볼때와 멀리서 볼때 그림이 달라보입니다. 멀리서 보면 결국 다시 부동산을 독점한 사람들, 자본을 독점한 사람들이 보통 사람들을 고되게 일하게 만드는 구도인 것입니다. 융자내서 아파트를 사고 도시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바로 현대의 농노입니다. 


새로운 독점들


그런데 독점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부동산 붕괴나 주식시장 붕괴가 보여주듯 파탄이 주기적으로 오고 인터넷 같은 기술이 상황을 바꿉니다. 예를 들어 무선통신 즉 티브이, 핸드폰, 인터넷등은 시골과 도시의 문화적 격차를 훨씬 줄였습니다. 제주도의 전원주택에 살면서 재택근무로 먹고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물론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농노상태의 예속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입니다. 


시골에 가면 직접 텃밭을 일구건 그러는 사람에게 얻어먹던 생활비를 줄일수 있습니다. 부동산도 아직 쌉니다. 도시인의 생활이 적어도 부분적으로 농노와 같은 생활이라고 할때 개인적으로 혹은 집단으로 자급자족에 가까운 삶을 도시를 탈출해서 하는 것은, 예를 들어 공동체운동은 농노생활을 청산하려고 하는 시도입니다. 인터넷 쇼핑몰은 부동산세를 안냅니다. 강남 한복판에 있어야 장사가 잘되는 것도 아닙니다. 


독점이 무너지자 새로운 독점을 구성하려는 시도를 합니다. 이제까지의 독점이 모두 생산수단의 독점이었듯이 마찬가지로 이번의 독점도 그런 것입니다. 


예를 들어 교육독점입니다. 자격증이있어야 직업을 얻고 직업이 있어야 돈을 법니다. 그렇게 하기 위한 대학졸업장의 가격은 날로 비싸집니다. 돈이 없다고 하자 그들은 당연히 돈을 빌려주겠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지금 한국이 그러는 것보다 더 일찍 대학교육비를 융자내서 나중에 갚는 일이 생겼는데 어찌보면 학생을 돕는 것같지만 실제로는 이 관행이 생기면서 대학등록금이 비싸지는 속력이 훨씬 빨라졌다고 합니다. 학생들은 은행이 빌려준다고 하니까 비싸지는 등록금을 빚을 내서 냅니다. 그리고 한발 한발 무서운 빚의 함정에 빠져들어서 농노가 되는 길을 갑니다. 


오늘날 부모들은 자식들을 교육시키기 위해서 많은 돈을 냅니다. 대학만 비싼게 아니니까요. 그리고 바로 그 돈을 벌기 위해서 노예의 길을 갑니다. 물론 저항도 합니다. 결혼을 안하고 애를 안낳는 것입니다. 


또다른 독점은 의료독점입니다. 더더더 큰 시스템을 만들고 선진화 합리화 운운하면서 결국 항상 결론은 의료비가 하늘로 올라가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배워야 살수 있듯이 누구나 병원신세를 지게되고 특히 노년층이 많아지는 요즘 의료비는 생존의 문제가 됩니다. 결국 누가 의료행위를 할수 있는가, 어떤 약을 누가 만들수 있으며 누가 얼마에 받고 팔수 있는가를 독점하는 것은 부동산독점이 신통치 않은 시대에 좋은 이야기가 됩니다. 


사실 의료독점이건 교육독점이건 그것들은 정보독점의 예들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미래의 생산수단이란 결국 정보니까 정보를 독점하려고 하는 것이죠. 정보독점이라하면 통신산업이나 컴퓨터 산업을 생각하게 될텐데요. 그것도 물론 맞습니다. 요즘은 누구나 핸드폰이 있어야 합니다. 핸드폰없는 사람은 마치 신발없는 사람과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날로 비싸지는 통신료를 냅니다. 한국은 엄청나게 빠른 통신환경을 자랑했으나 그 통신환경은 급격하게 망가집니다. 바로 통신산업을 민영화하면서 벌어지게 된 일입니다. 


애플은 다른 의미의 독점을 보여줍니다. 그들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고 표준을 지배합니다. 이 생태계를 지키는 것도 물론 상당부분 지적재산권입니다. 애플이 아직 칭찬받는 이유는 애플의 경우는 전에 없던 생태계를 창조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즉 서로 연결되어져 있지 않던 것들을 연결해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고 그래서 전보다는 더 이익이 되게 만드는 면이 분명 있습니다. 


그러나 지적재산권을 사용해서 생태계를 만드는 시도는 훨씬 더 잔혹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문제의 몬산토인것입니다. 


식량독점


몬산토와 같은 종자회사는 수십년전부터 종자들을 수집해서는 그것을 유전자변형시키고 그걸 다시 특허를 냅니다. 그리고 그들은 종자회사와 농민, 판매원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비자로 이뤄지는 농업 혹은 식량생태계를 재구성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만들어 가는 생태계에서 농민과 소비자는 자유롭지 않습니다. 


농민들은 몬산토의 종자를 사서 수확을 하면 거기서 나온 종자를 다시 파종해서는 안됩니다. 해마다 몬산토의 종자를 다시 사야하며 그렇지 않으면 소송에 걸리게 됩니다. 오늘날의 농업은 집안의 텃밭에서 자기 먹을 것을 기르는 것이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대량생산해서 그걸 시장에 팔아야 먹고 삽니다. 그러니까 그것을 사주는 판매처가 농민들에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몬산토나 듀퐁같은 종자회사들이 판매를 하는 회사와 협약을 맺어서 특정 농민이 특정회사의 종자만을 쓰게 한다고 합니다. 만약 다른 회사의 종자를 쓰면 사주질 않으니까 농민들은 이제 몬산토 같은 회사에 매이게 됩니다. 


일단 독점구도가 완성되면 종자회사들은 전통적인 종자들을 시장에서 멸종시키고 값은 한정없이 올립니다. 유전자 조작 종자를 쓰는 인도의 경우 종자의 값이 그 이전에는 5루피였는데 3200루피까지 올랐다고 합니다. 물론 식량값도 올라갑니다. 소비자도 다른 식량을 살 방법이 없습니다.


농업 생태계라는 것은 수천년전부터 있던 것입니다. 종자는 수많은 농민들에 의해 개량되었고 20세기가 되기전까지 내 땅에서 난 곡물에서 나온 종자나 내것이 아니라는 주장은 미친 소리였습니다. 사실 몬산토는 전세계에서 지적재산권료를 내고 종자를 수집한 것이 아닙니다. 몬산토가 많은 한국의 콩종자를 수집했다고 해서 지금 한국에 막대한 지적재산권료를 내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유전자조작을 약간한후에 그 종자가 세상을 지배하게 하려고 합니다. 


이건 마치 거대한 산맥앞에서서 거기에 정자하나 지어놓고는 여기 정자있으니까 좋지? 이 산에 들어가지마 이산은 내꺼야. 이건 정자로 개량한 산맥이야. 내가 등록해놨어라고 주장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이미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이런 새로운 생태계는 비참한 실패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생태계가 단순화되자 그것은 갑자기 창궐하는 전염병에 더 치명적으로 노출됩니다. 다양성이 존재하는 시스템은 완전히 망하지 않지만 기계처럼 설계된 농업생태계는 계산에 맞지 않는 일이 벌어지면 대참사가 벌어지는 것입니다. 물론 그렇게 되도 종자를 파는 몬산토같은 회사는 위험하지 않습니다. 농민과 소비자가 위험해지는 것이죠. 


그러나 독점 생태계를 만들려는 노력은 계속됩니다. 미국에서는 텃밭을 개인이 일구는 것을 불법으로 하는 법도 있다고 합니다. 한미FTA가 시작되면서 우리나라도 그렇게 될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미국의 현실은 우리가 아는 것과는 많이 다릅니다. 우리가 아는 미국은 없다라는 책에는 미국의 현실이 나오는데 시중에 나오는 식량을 믿을수가 없어서 사람들이 직접 닭을 키운다고 합니다. 그런데 LA같은 곳에서는 이제 닭을 한마리이상 키울수 없다는 법도 만든다고 하더군요. 이 모든 것은 사람들을 독점된 생태계안으로 가두려고 하는 시도를 하는 것이란 인상을 줍니다. 바로 그 독점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정신없이 일하는 사람들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맺는 말


그것이 특정인의 머리속에서 나왔건 그저 돈을 더 벌려는 개개인의 욕망이 합쳐져서 그렇게 되는 것이든 세상은 자꾸 독점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렇게 해야 돈을 잘벌고 쉽게 살게 되기 때문입니다. 몬산토의 과학자들은 더 좋은 종자를 만들어 세계의 식량생산에 이바지 한다 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들은 종자값을 내다가 파산하여 자살하는 인도의 농민들에 대해서는 잘 모를것입니다. 다만 장사가 잘된다는 종자회사 사장의 말에 우리가 해냈다면서 기뻐만 할지 모르죠. 


그런데 누군가가 뭔가를 엄청나게 성공했다는 것은 분명 누군가 다른 사람의 피땀이 착취되고 있다는 것일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한인간의 노동이 수천만명의 노동만큼 가치있다고 주장될수가 있을까요. 그러나 현대에서는 돈으로 평가되었을때 일상적으로 이렇다고 평가됩니다. 그리고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에는 대개 독점 좋은 말로는 진입장벽의 존재라는 것으로 표현되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시장의 법칙이 그렇다면서 뻔히 보이는 모순은 무시됩니다. 

 

다시 코를 박고 생각하지 않고 멀리서 시스템을 바라보면 이 모든 것들이 참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대학교는 일부 사람들이 가고 자가용이란 일부사람만 타는 것이었던 시대도 그다지 오래전이 아닙니다. 이제 모두가 대학은 물론 대학원도 가고 집에 차가 몇대나 있는 경우도 많으며 핸드폰은 식구수대로 가집니다. 이게 사치가 아닌 시대가 되었다는게 중요합니다. 오히려 그렇게 살지 않으면 살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위한 비용을 내기 위해 온갖 인간드라마가 현대에 펼쳐집니다. 너도 나도 쉽게 사는 방법을 찾는데 결국 그것은 독점의 자리로 가기 위한 노력이며 그 노력이 다른 사람을 비참하게 만듭니다. 현대인은 바구니에 넣어진 게들처럼 서로를 잡아당겨서 아무도 탈출하게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공의식과 공동체 정신이 절실한 이유입니다. 민영화로 경쟁구도를 만든다던가, 무슨 합리화 최적화 자유화 같은 이야기가 무서운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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