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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의 정동영지지를 보며

by 격암(강국진) 2012. 6. 18.

우석훈이 정동영지지를 선언했다고 한다. 트윗터에 올라온 글을 보니 이번 대선에서 정동영을 지지하고 문재인이나 안철수를 지지하지 않은 이유는 한마디로 이미지만 있을 뿐 뭘하겠다는 건지 알수 없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http://news.mt.co.kr/mtview.php?no=2012061710380781212). 지지하는 것이야 각자의 소신대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이유로 정동영을 지지하는 것에 대해 나 나름의 의견을 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우선 미리 말해두고 싶다. 나는 문재인이나 안철수를 지지한다. 두분이 다 나온다면 둘이 알아서 잘 단일화했으면 좋겠고 둘이 충돌한다면 지금으로서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뭘하는 지 알겠다는 학자의 문제


내가 이 이야기를 주목한 이유는 어쩌면 계속 반복되는 한국정치에서의 이야기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사람을 볼것인가 말을 볼것인가의 문제다. 그리고 공부좀 많이 하셨다는 분들이나 자칭 좌파라고 말하는 분들은 어쩌면 그렇게도 한결같이 말에 중심을 둔다. 즉 뭘 약속하는가를 보겠다는 것이다. 


사실 정치가가 공약을 하고 그 공약을 보고 선거가 치뤄지고 그 공약을 지키는 것은 거의 상식처럼 들린다. 그러니까 뭔가를 공약하고 그 공약이 마음에 들어서 누군가를 뽑겠다는 말은 지극히 상식적인 것같다. 그러나 이것이 정말 상식이요 절대적 진리라면 지금 야권에서 문재인과 안철수가 가장 지지율이 높은데 다수의 국민들은 몰상식하고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말밖에는 안된다. 정말 그럴까. 


이 문제는 은근히 강력하게 야권에 존재하면서 야권을 분열시키는 문제다. 진중권도 최근에 대중과 충돌을 겪고는 했는데 이문제에도 이부분이 상당히 걸려있다고 생각된다. 물론 트위터에서 맞습니다 우석훈을 외치는 많은 사람들에게서도 같은 부분이 보인다.


말을 믿는가 행동을 믿는가


그들의 특징은 한마디로 말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스울 정도로 행동에는 눈이 멀어있다. 예를 들어 이명박 대통령이라고 할지라도 당신은 이러저러한 정책을 지지하시는 군요 그러면 내가 그렇게 해주겠습니다라고 약속하면 지지할것같은 모양새다. 


그러나 세상경험좀 있는 사람들은 이런 것을 비웃는 사람도 있다. 말이란 아무 소용없다는 것이다. 왜냐면 말이란 꼭 지킬지 알수 없으며 말에는 구멍이 많아서 나중에 얼마든지 다르게 해석할수 있다. 사실 정치가가  배우는 버릇 첫번째가 많이 약속한것같으면서 실제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말을 하는 것이다. 


이명박대통령을 보라. 평생 가진것을 생각하고 그 이력을 생각하면 좀 심하다 싶을 정도 뭐하나 배푼것이 없으며 다 가지고도 위장전입에 의료보험 절세에 그런 일을 저질렀다. 그 사람이 학생등록금 내려주겠다고 하면 내려가던가? 물가 잡겠다고 하면 물가 잡히고 서민을 위하겠다고 하면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펴던가? 대통령사저문제같은거 안일으키던가?


청와대에 가기전에 이러저러하게 하겠다고 약속하고 실제로 그것을 스스로 믿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문제는 아무제한조건도 없는 상황에서 그걸 행하는 것이 아니라 수없이 많이 존재하는 강압속에서 그가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것이 문제다. 그러면 결국 사람은 자기가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는 철학대로 살기 마련이다. 


문재인과 안철수가 대중적 신뢰를 얻는 이유


문재인과 안철수가 지금 대중적 신뢰를 얻는 이유가 그것이다. 사실 정치인은 심지어 이명박이나 나경원, 오세훈, 전여옥등 모든 내가 안좋아하는 사람들을 포함해서 내 옆집에서 이웃으로 산다면 알고보면 다 좋은 사람일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인에 대한 신뢰는 그러니까 대면접촉으로 만나서 아 이사람 대단하네 좋은 사람이네 하는 식으로 생기면 오히려 방해가 된다. 어디까지나 그사람이 어떻게 살았는가를 수십년간 일관된 삶의 괘적이 뭐였는가를 크게 크게 봐야 한다. 


문재인과 안철수가 지금 대중적 인기를 얻는 이유 중 하나는 역설적이게도 둘다 정치를 안하겠다고 고사에 고사를 거듭하다가 끌려온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직업으로서 정치인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는 것을 확실하게 인생길로 보여주고 있다. 문재인만 해도 정치가가 되려고 했다면 폼나는 자리에 가서 경력을 쌓을 기회가 얼마나 많았겠는가. 안철수가 혼자서 잘먹고 잘살려고 했거나 이름좀 날려서 정치권으로 들어오려고 했다면 진작에 그렇게 했을것이고 무엇보다 서울시장 선거같은데서 양보도 안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그 자신의 인생괘적에서 실력은 물론 뛰어난 공공의식을 보여주고 휴머니즘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그들은 쉬운길로는 살지 않았고 그렇기에 그들의 철학에 대해 믿음을 가질수 있는 것이다. 


정동영이 어떤 사람인지 알겠다고?


나는 굳이 정동영을 여기서 깍아내리고자 하고 싶지는 않다. 개인적으로 만나면 훌룡할 사람일거라고 생각하며 대권이 아니라 작은 자리라면 능력있게 처리할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글의 주제상 한두마디 안할수는 없다. 


과연 정동영이 시대적 대세인 국민소통이나 투명성이라는 주제와 어울리는 사람일까? 과연 정동영이 진짜로 무섭고 어려운 곳에 가서 결단을 내릴수 있는 사람일까? 정동영이 있던 열린우리당이 국민소통을 하는 정당이었고 투명성을 보여준 정당이었던가? 노무현 정권때 누구나 거론하는 차세대 주자로서 정권에서 좋은 자리 준다고 하면 꽤차는데는 빨랐다. 그러나 정국이 엉망이 되어가도 다수가 기대했던 지도력따위는 정동영에게서 하나도 나오는 것을 본적이 없다. 정동영이 모든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히 말이 안된다. 그러나 모든 악은 책임을 질 생각이 없으면서 앞에 나서고 높은 자리에 올라서는데에서 생기는 것이다. 정동영은 지난정권에서 많은 곳에서 얼굴마담으로 좋은 자리에 나섰으되 주도적으로 뭔가 기억에 남을 만한것을 남긴게 하나도 없다. 


우석훈은 자신은 정동영이 어떤 사람인지 알겠지만 문재인이나 안철수는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이미지만있다고 한다. 그런데 진짜 어떤 사람인지 알수 없는 것은 내경우에는 정동영이다. 예를 들어 정동영은 정치에 뜻이 있던 건가 아니면 방송계에 뜻이 있던 건가. 문재인이나 안철수, 박원순의 경우는 정말 사람들이 강권하여 정치판에 끌려오다시피 한것이라고 보인다. 정동영도 물론 강권하는 사람이 있기는 했겠으나 그것이 정말 다수의 국민이라고 말할만큼이 되는가? 


정동영이 FTA에 대해 최근 뭐라고 했건 나는 거의 관심이 없다. 왜냐면 정동영은 그간 오랜동안 그것에 대해 행동을 취할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문재인은 FTA는 무조건 잘못이라고 하지 않으며 어디까지나 참여정권의 공과를 승계하는 입장을취한다. 문재인은 자신이 원하건 원하지 않건 과거 참여정권을 긍정적으로 재평가하고 그정권이 높게 평가한 가치를 재추구한다는 정체성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FTA 추구도 아니다. 사실 노무현대통령도 소고기협상같은거 하면서 국익에 안되면 안한다고 버텼는데 이명박정권에 들어와서 다 풀어준것이 아닌가. 하건 안하건 어떻게 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정동영은 뭔가. 그가 FTA에 절대반대했던가 아니면 찬성했던가 아니면 과거 정권의 일부로서 책임지는 자세를 취했는가. 입으로 책상에서 반대하거나 찬성하거나 그런 주장이 과연 외세의 압력에 부딛혔을때 어느정도로 강력하게 행동으로 발휘될것인가. 더구나 그가 경제정책을 가치의 중심으로 두고 살아온 경제통인가? 


열린우리당이 탄핵후폭풍으로 다수당이 된후에 제일먼저한일이 의원총회문을 잠그고 자기들끼리만 쑥덕댄것이다. 국민참여당이 열린우리당에 들어가면서 투명성과 개방성문제, 전자정당문제로 약속을 받았지만 뭐하나 제대로 이뤄진 것이 없다. 


사람은 만능일수 없다. 그러니 소통의 달인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주장이 있을수 있다. 나는 도무지 정동영이란 사람의 삶을 크게 뒤에서 보았을때 거기에서 아무런 일관된 철학을 느낄수가 없다. 겨우겨우 찾아낸다고 해봐야 군사독재정권과 싸우던 민주화운동의 정체성이 보일뿐인데 그것이야말로 지금은 낡은 이야기다. 새로운 비전이 아니다. 


최근 가장 대중의 사랑을 받는 정치인인 박원순을 보라. 그는 뭘 하겠다는 약속보다 뭘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지금 이렇게 저렇게 복안이 다있다라고 말하기 보다는 현장에가서 관련된 사람과 소통하고 방법을 찾아내겠다고 말한다. 박원순은 회색주의자로 종종 비판받아오곤 했다. 바로 말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너는 이쪽이냐 저쪽이냐 이건지 저건지 약속해라 하는 식의 기준에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박원순도 언젠가 대통령을 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런데 박원순이 정책적으로 얼마나 그렇게 분명하던가. 


맺는 말


슬슬 대선의 바람이 분다. 아직은 검증이 제대로 시작도 되지 않았으니 너무 서둘러 절대 이거여야만해같은 소리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가 난 저사람이 소녀시대를 좋아하니까 대통령으로 뽑아주고 싶어라고 말한다면 그것도 정당한 이유로 받아들여줄수는 없을 것이다. 정동영은 누구인지 확실하게 알겠다는 우석훈의 평은 내게는 참으로 뜬금없이 들린다. 그게 좋은 대통령을 뽑는데 도움이 될것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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