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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자본주의와 노동 그리고 자기찾기

대공황, 생태계 그리고 미래 예측

by 격암(강국진) 2012. 6. 21.

요즘 세계대공황이 오고있다는 말이 많습니다. 그런 참에 에릭 홉스봄의 극단의 시대에서 세계 대공황에 대한 부분을 읽어봤습니다. 대공황은 1929년에서부터 시작된 전세계적인 경제 침체로 세계1차대전과 2차대전의 사이 있었던 일입니다. 


대공황이 왜있었는가는 여러설이 있고 영원히 이것이 확실한 답이다라고 하는 최종적 답은 나올수 없을것으로 생각합니다만 책을 읽다보면서 경기순환의 문제 그리고 생태계의 문제따위가 다시 생각나는 것을 멈출수 없었습니다. 


마천루의 저주


많은 분들이 알고 있듯이 세계 최고층의 빌딩을 세우면 경제불황이 시작된다고 해서 마천루의 저주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마천루의 저주를 이해하는 방법은 경기가 봄 여름 가을 겨울 오듯이 순환한다고 할때 가장 경기가 좋은 여름이면 사람들이 미래에 너무 낙관적이게 되고 그래서 마천루를 짓기 시작한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커다란 이 빌딩이 완성될 무렵이면 경기가 가라앉아서 대단한 빌딩이 완성될 무렵쯤에는 경기가 안좋아진다는 마천루의 저주라는 말이 생겼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대공황때는 어땠을까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바로 1930년에 완공됩니다. (911으로 유명한 세계 무역센터 쌍동이 건물은 1972년에 완공되었는데 이때가 바로 소위 골든에이지의 끝이자 오일쇼크로 세계가 다시 경제난을 겪기 시작할 무렵이었습니다.) 미국은 대공황이 시작될 무렵 가장 자신감에 넘쳐있었던 것입니다. 미국은 세계 1차대전을 거치면서 세계 제1의 산업국가이자 채권국가가 됩니다. 세계대전으로 유럽에서 엄청난 사람이 죽어나갈때 유럽은 많은 돈을 빚내서 전쟁이라는 도박의 판돈으로 걸었습니다. 그래서 전쟁이 이겼지만 패전국가가 된 독일이 가지고 있는 돈으로는 영국이나 프랑스같은 여러 승전국가가 미국에 진 돈을 다 갚을수가 없을 정도로 빚이 엄청났습니다. 


미국으로서는 일단 엄청난 상품을 소모해 주는 시장이 열리고 있었기 때문에 경제가 끝없이 성장할수 있었으며 빚으로 받더라도 돈은 자꾸 들어와 장부상에서 쌓였습니다. 그러니까 자신들의 경제적 미래에 대해 장미빛 전망이 넘쳤고 자유주의에 대해 무한한 신뢰를 보였습니다. 즉 모든 것은 자유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해결해 줄것이며 미국은 끝없이 성장할것이라는 자신감에 넘쳤던것입니다.


그런데 이 예측은 소비가 줄면서 빚나갑니다. 유럽은 당연히 모든 빚을 갚을수도 없었고 세계대전때 처럼 미친듯이 돈을 소모하지도 않았으며, 그럴돈도 없었습니다. 생산은 과잉되었고 물건이 팔리질 않으니까 공장이 멈춰섭니다. 사람들이 가난해지자 소비는 더욱줄어들었습니다. 이것은 미국만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미국으로 여러가지 자원을 수출하던 국가들도 미국이 불경기에 빠지자 덩달아 불경기에 들어갔습니다. 악순환이 계속되어 역사상 세계대공황이라고 불리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여담입니다만 이때 주목할만한 일로 자유주의가 몰락하는 일이 생깁니다. 케인즈는 자유시장을 부정하고 정부의 개입을 주장했으며 미국처럼 잘나가는 때가 없어서 공산혁명이 일어났던 나라들은 대공황같은게 없었습니다. 과도한 기대가 없었으니 망할것도 없었습니다. 부동산거품이 없었으니 꺼질것도 없었달까요. 그러니까 대공황시대쯤에는 공산진영이 워낙잘나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미국이 비틀거릴때 공산국가들은 빠르게 발전하는 것으로 보여서 미국의 경제학자들이 견학을 가서 계획경제에 대해 배우고 찬사를 보내고 했다고 합니다. 


오늘날의 세계


대공황이야기를 뒤로 하고 오늘날의 세계를 봅니다. 첫째, 세계는 온통 중국산제품으로 덮여있습니다. 둘째 잘사는 선진국은 어딜 가나 엄청난 빚을 지고 있습니다. 지난 몇십년간 세계는 단순하게 말하면 중국이 물건을 만들고 나머지 나라들은 빚내서 흥청망청거렸다라는 것으로 요약될수 있을지 모릅니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경제를 발전시킬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선진국은 값싼 중국산 물건을 기반으로 물가를 안정시켰습니다. 선진국이 생산한게 없다고 말하는 것은 과장입니다만 그들은 생산기반을 빠르게 잠식당했고 부동산투기나 돈놀이로, 서비스업으로만 버티면서도 엄청난 국가부채를 쌓아올렸습니다. 즉 좀 버는게 있었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이 썼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제 누구나 세계 어느 선진국도 모두 빚더미에 올라선 꼴이라는 것을 부정할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 빚이 너무나도 엄청나서 이자를 0으로 만들지 않으면 나라가 이자때문에 파산할 지경입니다. 일본이 좋은 예입니다. 엄청난 국가부채 0금리 그리고 중국산 수입의 확대와 함께 이뤄진 안정적 물가, 이것이 일본입니다. 그리고 빚이 많고 중국에 의존하기는 미국도 유럽도 마찬가지입니다. 


2008년에 미국에서 부동산거품이 꺼지자 많은 나라들이 중국을 쳐다봅니다. 흥청망청 쓰던 손님이 파산지경이니 중국이 돈을 풀지 않으면 다 같이 망할 지경이었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잘나가다가 세계 대공황의 시발점이 되었듯이 중국도 세계소비가 급랭하면 제일먼저 무너질 것입니다. 2012년 유럽위기가 닥치자 다시 사람들은 중국을 보지만 중국도 능력이 제한되어져있으며 자기 부동산 거품도 붕괴할까봐 두려워합니다. 


생태계의 문제


여기서 이야기를 잠깐 돌려서 전에 이야기한적이 있는 라면집과 방송국이야기를 다시 해야겠습니다. 방송에서 맛집이라고 방송이 나가면 한국도 그렇지만 일본도 손님이 해일처럼 몰려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런 경우 그 맛집은 크게 부흥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손님과 라면집으로 이뤄진 생태계의 파괴라고 말하는데요. 우리가 라면집을 그저 라면을 만드는 곳 그리고 손님은 그걸 구매하는 사람으로 각각 판단할때는 어느 음식점이나 손님이 그 가게를 먹여살린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의미를 과소평가하게 되는 면이 있습니다. 


라면집 주인은 몇명의 손님이 오고 그 손님에게 얼마의 돈과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면 얼마를 남길수 있다는 계산이 당연히 필요합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일종의 가게문화가 절대적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예를 들어 민폐를 부리는 손님이 있다고 합시다. 시끄럽게 하거나 지나치게 자리를 오래차지하거나 주정을 부린다거나 하는 손님이 있는 것입니다. 작게는 화장실을 더럽게 쓰거나 먹은 식기를 스스로 치워주거나 하는 모든 것이 그 가게안에 존재하는 관습이요 문화입니다. 그에 따라 유지비와 인건비도 차이나고 무엇보다 직업에 대한 만족감도 차이가 나게 됩니다. 


그 가게문화에 잘적응하고 손님과 가게주인이 만족스런 상태에서 유지되는 상태가 유지가능한 생태계입니다. 즉 뜨내기 손님이 아니라 단골손님이 좀 값이 비싸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서비스에 만족하면서 계속 찾아준다던가 하는 식으로 가게를 유지시키는 것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맛집광고로 손님이 해일밀려오듯 오면 이 문화, 이 생태계가 깨지기 쉽습니다. 그리고 물론 단골손님은 자리를 찾을수가 없으니 다른 곳으로 떠나버립니다. 한번 망가진 생태계는 쉽게 복원이 되지 않으며 광고로 늘어난 뜨내기 손님들은 또 다른 맛집 광고가 나오면 우 몰려나가기 쉽기 때문에 맛집광고가 맛집을 망하게 하는 결과를 만들수도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소비자와 생산자가 긴밀하게 소통하고 서로의 사정을 주목하는 관계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생태계이며 이것이 깨질때 종종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가 피해를 입습니다. 


대공황과 생태계


지금 그리스가 유럽연합을 떠나는가 마는가 하는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사람들은 돈많은 독일이 돈줄을 풀어야 한다고 하지만 그 문제는 근본적으로 경제적으로는 하나인데 정치적으로는 각각이라는 모순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정부가 어떻게 돈을 쓰는가는 그리스와 독일이 각자 정치인을 뽑아 각자 결정하면서 문제가 생겨서 우리가 돈이 떨어지면 다 죽으니 나를 살려다오하는 셈이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유럽연합의 국가들이 진정한 생태계를 이루지 못하고 있으면서 책임을 서로 져야할 만큼 개방을 해버린 것입니다. 


이것은 유럽의 문제뿐만 아니라 세계의 문제이기도 할것입니다. 이제 세계는 하나의 경제권으로 뭉쳐져 있습니다. 그러나 세계가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중국사람들은 중국산 물건을 신나게 만들면서 자신들이 세계 정치나 세계 경제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재작년보다 작년에 물건이 1.5배 더 팔렸고 작년보다 올해 1.5배 더팔리면 50% 판매 성장은 계속될것이다라는 식으로 생각하기 쉬웠을 것입니다. 


즉 세계인들이 각자를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의 일부로 생각하는게 아니라 자신의 덩치따위는 무시할만한 거대한 시장이 있어서 내가 2배 3배 성장해도 그 시장자체가 바뀌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천연자원을 무한한 것으로 생각하면서 개발을 거듭해온 인간의 자세와 꼭같은 것입니다. 거기서 인간은 인간이 지구속에 포함된 거대 생태계의 일부라고 생각하는게 아니라 자연은 무한하고 그걸 영원히 수탈하면서 살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것이지요. 


그러나 인간의 욕망이 부풀어 오르는 만큼 새로운 시장이 개척되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기술의 발전이 점점 더 효율성을 증가시켜서 채산성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커진 자신감과 욕망이 미래에 대한 잘못된 예측을 만들어 냅니다. 


각자가 따로 노니까 즉 하나의 공동체의식이 없으니까 더더욱 그렇습니다. 결국 오해가, 잘못된 예측이 발생합니다. 부도난 수표, 휴지가 될 종이를 던져도 돈번다면서 좋아하고 공장을 늘립니다. 문제가 생기면 서로가 서로를 욕하고 탓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오해와 대립이 절정에 달할때 마천루의 저주가 돌아와서 공황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지금 중국에 엄청나게 지어놓은 고층빌딩이 보여주듯이 말입니다. 


맺는 말


한국의 부동산 거품은 한국의 빠른 경제성장과 해방이후 생겨난 베이비붐세대가 많은 소비를 창출한 일이 만들어 낸 잘못된 미래예측의 결과입니다. 이제 아이를 낳지 않아서 인구구조가 역삼각형이 되었습니다. 젊은이들이 돈이 없고 한국도 빠르게 성장할수 있던 개발도상국시대를 마감했습니다. 그러니까 뭐든지 마구 성장할것이며 물건을 사두면 비싸질것이라는 상식이 무너지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경제적 윤택함이 한국에 자유주의바람을 일으켜 민주화를 이룩하는 것은 좋았지만 동시에 가족과 지역공동체같은 전통적 공동체나 공동체 정신, 윤리의식따위를 더더욱 많이 붕괴시키기도 했습니다. 다 영원히 닭장같은 아파트에서 서로 이웃 볼필요없이 각자 살것처럼, 그렇게 살수 있는 것처럼 생각한 것이죠. 진보란 당연히 더많은 자유를 의미하는 것처럼 착각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러나 경기가 나빠지면 어떻게 됩니까. 자영업자가 늘어나고 대기업이나 거대체인이 그 자영업자를 잡아먹습니다. 자영업자는 이제 어떤 공동체의 일원으로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것도 아니니 더더욱 그런 공격에 무력하게 노출되어 있습니다. 애초에 거대한 먹잇감이 있다면 거대자본이 그런 시장에 나타나지도 않을 것입니다. 자본이 배가 고파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모두가 그저 개인이 된 사회에서 노인들은 버려져서 자살하고 아이들은 키워주는 사람이 없어서 일찌감치부터 빚쟁이가 됩니다. 고삐풀린 자본은 사방을 무차별로 습격하는데 그들을 지켜줄 생태계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요즘 박원순시장이 지역공동체 부활을 위해 노력한다고 합니다. 많은 것을 지출하지 않고 어느정도 자급자족을 하는 크고 작은 공동체가 생길때 그것들이 행복도를 올려주며 무엇보다 우리에게 다가올 빠르게 성장하지 않는 시대에 적합한 생활방식을 제공해 줄것입니다. 


그러나 깨어진 생태계, 깨어진 공동체의 부활이 그렇게 간단한 일은 물론 아닙니다. 옛것 그대로 복원할수도 없습니다. 시대가 바뀌고 사람도 다르니까요. 그래도 그런 것을 이해하는 일이 시급할 것입니다. 이미 장마철이 가깝습니다. 긴 장마가 시작되었을때 비피할 곳이 없다면 삶은 무척이나 괴로운 것이 될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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