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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글쓰기/책 이야기

박원순의 마을에서 희망을 만나다를 읽고

by 격암(강국진) 2012. 9. 30.

한국 사회가 살만한 곳이 되려면 여러가지가 필요하지만 점점 더 국가적 규모의 것을 보는 것보다는 작은 마을 단위의, 작은 공동체 단위의 사람들이 스스로 자기를 보는 일이 필요해 지고 있다. 문제는 항상 어떻게 할수 있는가 하는 점이며 앞으로 한발 나가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현재 어디에 서있는가 하는 점이다. 


마을에서 희망을 만나다는 박원순이 희망제작소의 상임이사로 있으면서 전국의 각종 공동체를 방문하고 인터뷰한것을 모은 것이다. 이 책은 박원순 스스로의 목소리가 들어가 있다기 보다는 각 공동체나 사업장의 사람들이 하는 말들을 그대로 수록하고 전달하며 한국 사람들이 지금 어떻게 살고 있나라는 것에 대한 하나의 보고서를 제출하는 자료집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  책은 단양 한드미 마을에서 임실 치즈마을 그리고 원주 협동조합에 이르기까지 21개 단체들을  소개하고  있다.





나는 이 책들을 읽으면서 각 항목 하나 하나가 일종의 하나의 사상적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읽었다. 사상이라고 하니까 거창하지만 결국 우리는 이러이러한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는 것이 좀 강한 어조를 가지고, 체계를 가지게 되면 그렇게도 부를수 있다고 생각한다. 알게 모르게 그런 이미지를 가지게 된데에는 각 단체들이 자기 내부에서 그리고 외부 사람에게 자신들을 설명하고 구심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나온 자연스런 현상이 아닐까 한다. 


한국의 주류문화라고 할까, 대개의 사람이 사는 방식이라고 할까 하는 것은 이 책속에서 소개하는 사람들의 것과는다르다. 통상은 훨씬 더 대기업 중심의, 국가중심의, 물질중심의 사고를 하고 있는 것이 보통이며 너무나 그런 것이 일상적이라서 자신들의 시선도 가능한 여러개의 시선중의 하나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당연히 그런 것으로 생각하는 일이 많다.


ㄱ러므로 예를 들어 소규모로 포도주를 만든다던가 두부를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 가능할 때 한국사회의 먹거리가 다양해 질수 있다라는 어려움따위는 별로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한지 문화같은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가지는 대상에 대해, 삼성같은 그룹이 손대지 않을 거대화하지 않는 사업에 대해 그런거 팔아서는 큰 돈 못버니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쉽다. 또한 국민의 문제는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는 국가와 국민이라는 규모에서만 사고하고 우리 마을의 문제는 우리가 기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라는 적극적인 사고가 망각되는 일도 많다. 그러는 가운데 국가전체에서 다양성이 소멸되고 결국 정부욕이나 하고 정부를 비판하면서 자기 자신은 손을 놓고 기다리기만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 주류적 문화속에서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늘상 회의론과 비판에 시달린다. 빨갱이 소리도 들을 때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소수자의 길을 걷기로 한 사람들은 늘상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고 설득을 위한 논리를 가다듬게 되는 일이 자연히 생길 것이다. 


그들의 목소리에서 나는 크게 두부류의 강조점을 찾았다. 하나는 내 바깥에서 문제를 찾는 방식이고 또 하나는 내 안에서 문제를찾는 방식이다. 나의 바깥이라고 하는 것은 다르게 말하면 인간의 바깥쪽이라고 할수도 있는데 이런 목소리는 흔히 세상을 바꾼다거나, 세상이 잘못되어 있으니 그것과 싸운다거나 하는 목소리가 많다. 뭔가를 알리고 싶어한다. 예를 들어 농업이 한국 사회의 근간이라는 것을 설득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덕분에 투쟁도 많이하고, 돈을 남기기 보다는 뭔가 한국사회에 남을 변화를 이룩하고 싶어한다. 


나의 안에서 문제를 찾는 방식이란 기본적으로 우리가 이러저러한 문제가 있는데 이걸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하는 것이다. 우리라는 중심부와 세상이라는 바깥은 어차피 어딘가에서 만나고 세상문제를 무시할수 없는 것은 당연하지만 보다 세상을 바꾸는 쪽보다는 우리의 삶을 빠르게 개선하는 쪽으로 중심이 잡혀있다. 


이러한 구분은 물론 흑백처럼 가를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많은 운동이 전자의 경향이 짙었고 이제 그 중심이 점점 후자로 바뀌어 가고 있으며 그래야만 하는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물론 후자의 경향이 너무 짙어질때 그것은 사회에서 독립되어 폐쇄적인 단체가 되버릴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전자의 경향은 한마디로 사회개혁가나 운동가의 입장으로 나를 희생해서라도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식의 태도가 너무 강하다. 즉 나의 행복이 알게모르게 무시되어 결국 내 역량이상으로 세상을 바꿔보겠다고 돌아다니다가 개인적 행복, 가족의 행복은 오히려 줄어들기 쉽상이다. 정신차려보면 후계자가 없다. 농민운동을 하는데 젊은이들은 다 그 운동같은 것을 하지 않고 도시로 떠나있다. 그들은 거기에서 행복의 길은 별로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후자의 길은 우리가 먼저 행복하면, 그렇게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면 사람들이 그걸 스스로 보고 배울것이라는 태도다. 임실의 치즈마을은 전국에서 모범이 될만한 공동체다. 이 공동체의 시작은 외국인 신부인 지정환신부와 심상봉 목사의 힘이었다고 한다. 그들이 사회에 무관심했던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자기와 자기가족의 삶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인것처럼 보인다. FTA를 막고 민주주의를 지키고 하는 그런 거대한 규모의 일에 무관심하지는 않지만 자기의 사업을 찾고, 그 사업을 잘 운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할때 즉 내가 올바로 돌아가는 작은 마을을 보여줄때 실상 세상은 더 빨리 바뀌게 되는 것이 아닐까. 


무엇보다 오늘날의 젊은이들과 중장년층에게 어떤 이념적이고 거대한 관념적인 사회적 변혁을 꿈꾸는 일을 말할때는 그 이상으로 구체적으로 당장 풀한포기 사과나무하나 어떻게 다루는가, 천리 먼길바깥에 있을 행복따위보다는 지금 당장 코앞에 있는 문제는 어떻게 할까 하는 구체적 행동의 사례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일찍 박원순은 자신의 다른책에서 헌물건을 쓰는철학을 알아서 헌물건을 쓰게 된다거나 기부의 철학을 알고 기부를 하기 보다는 헌물건을 쓰다보면 헌물건의 철학을 알게 되며 기부를 하다보면 기부의 철학을 알게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결국 모든 것이 궁극적으로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것이라면 인간이 이념의 성취를 위한 도구가 되기보다는 일단 조금씩이라도 행복하게 살아가는 일들을 실천하고 그 실천속에서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게 바람직 할것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정말 중요한 것이지만 거의 잊혀지거나 제대로 강조될수 없었던 것이 있지 않나하고 나는 느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의 중요성이다. 나는 인간중심주의 그런 걸 말하려는게 아니다. 결국 무슨 사업을 하건 사람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남이 자전거를 모는 것을 보고 내가 그대로 핸들을 돌려도 내 자전거는 넘어진다. 책을 읽으면서 생길수 있는 한가지 착각은 우리가 성공한 사례를 하나의 모델로 삼아 우리고장에서 그대로 하면 일정한 성과를 거둘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너무 강하게 가지는 것이다. 그것이야 말로 남이 자전거를 타는 것을 보고 나도 핸들을 그대로 돌리면 내자전거도  앞으로 잘 나갈거라고 생각하는 태도다.


성공의 핵심에는 메뉴얼로 만들수 없는 가치에 대한 안목과 균형에 대한 감각이 있다. 문화적 안목, 공동체의 결속에 대한 안목, 사람들의 필요를 꽤뚫어보는 통찰력같은것이 없으면 일은 제대로 되어가기 힘들다. 똑같은 사업도 어떤 사람들이 추진하는가에 따라 결과는 판이하게 다를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것은 남을 보고 베끼려는 태도와 상충되는 것이라서 남의 성공담을 듣고 그걸 배우려는 태도가 오히려 이런 것을 억누르게 될수도 있다. 남의 성공담이란 실상 완전히 운이 좋은 경우였거나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특정인물의 무한하고 보이지 않는 희생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이와같은 것은 리더의 중요성, 교육의중요성따위를 통해 책에서 어느정도 언급되고 있기는 하지만 어느정도 포기되고 어느정도 얼머부려지거나 무시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이런 방면에 생각을 많이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여기 누가 있는가, 우리는 어떤 사람들인가 하는 면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고 어떤 시스템이나 모델을 보고 우리도 하면된다고 너무 쉽게만 생각할수 있고 아마도 실패할것이다. 사람들의 작은 금기나 습성 하나 바꾸는 것도 엄청나게 어렵다. 거의 평생을 알고 지내고 당신에 대해 깊은 신뢰를 가지고 있을 가족의 생활문화를 조금 바꾸는 일도 엄청나게 어렵다. 대안문화운동의 핵심에는 사람들을 바꾸는 문제가 있고 그 문제의 너머에는 내가 사람들을 바꿀수 있는 깊이가 있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현장에서 작은 일들과 부딪히면서 지금 현재 서있는 곳에서 앞으로 나가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어떤 표면적 성공과 실패 이상으로 결국 인간적 깊이와 성숙이 문화운동의 장기적 성패를 결정할것이다. 앞의 것이야 그저 작은 일 부지런히 실천하라는 것이니 마음의 부담이 덜하지만 후자의 것은 어떻게 보면 우리가 성인군자가 되기전에는 결국 안된다는 말처럼 들려서 부담이 되기 쉽다.


사실 대안문화를 만드는일이 간단할 리가 없다. 총론만 있고 각론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 있는 총론들도 별 도움 안되는 총론만 있다. 그 결과 책에서 소개하는 각각의 사례들은 하나의 사상이지만 모두 어느정도 독단적인, 부족한 각론이 되고 있다는 느낌도 받는다. 전북의 이마트에서는 전북에서 나는 쌀만 팔게 한다는 것이 당연한 명제일까? FTA에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할지라도 한국이 문을 닫아걸고 모든 수입을 중단하고 한국사람은 한국에서 나는 것만 먹고 써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역공동체는 두개의 불가능해 보이는 현실을 동시에 극복해야 한다. 하나는 공동체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고 두번째는 그러면서도 더 큰 지역공동체나 국가공동체, 나아가 세계공동체와 공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끼리 서로 돕고 잘살아보자가 생각보다 그리 간단하지 않은 이유다. 나를 지키되 세상과 섞일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그냥 어떤 독단적인 명제를 선언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결국 깨인 인간들, 대안문화의 핵이 되어줄 인간들이 필요하다. 책에서 소개하는 여러 단체들은 의식적으로건 무의식적으로건 이런 핵이 되려고 노력하는 분들이지만 물론 책에서 소개하는 것만으로는 옥석을 가리기 어렵다. 책에 나오지 않는 분들이 더 중요한 일들을 하고 있을 수 있다. 아무쪼록 삶에 대해 더 폭넓은 시각을 가진 문화가 만들어 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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