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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자본주의와 노동 그리고 자기찾기

싸이, 젊은이들, 미래의 먹을 것.

by 격암(강국진) 2012. 10. 2.

점심을 먹을때의 일입니다. 요즘 싸이열풍이 미국과 유럽에서 부는 것에 대해 많은 해외교포들이 감동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아내가 합니다. 일본에서 겨울소나타로 배용준 바람이 불고 중국문화권과 아랍권에서 대장금 열풍이 있었던 일을 떠올리게 하는 대단한 일입니다. 한편으로는 다른 생각도 납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 죽겠다는 소리가 많고 한국의 자영업자들이 죽겠다는 말도 많습니다. 대선이 코앞이니 한국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도 많습니다. 이런  것들을 같이 떠올리며 아내의 이야기를 듣자니 전에 몇번이고 마음속을 맴돌았던 이야기가 다시금 입에 떠오릅니다. 한국은 죽을 길과 살 길의 양갈래 앞에 서있습니다. 정말 잘 선택해야 합니다. 


일본의 실패


요즘 한류라는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만 사실 일본문화 열풍은 훨씬 이전에 훨씬 더 대단한 규모로 세계를 흔들었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잃어버린 세월 운운하고 있으며 소니가 삼성에게 뒤진 것도 옛날이고 평생고용의 문화도 무너졌으며 심지어 토요타도 추락할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아직도 대단한 일본이지만 추세로 보면 쇄락하고만 있는 것이죠. 


한류던 일류던 문화적 영향의 진수는 노래하나 드라마 하나 애니 하나에 담겨있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 한류는 그 진수가 시작도 되지 않았고 그것은 무한한 발전가능성을 약속함과 동시에 한류가 제대로 시작도 못하고 꺼질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문화의 핵심은 정신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문화의 핵심은 무사도나 선불교 같은 정신문화인것입니다. 외국이 일본의 무사도와 선불교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배우고 심지어 그것을 존경하는 단계에 이를 때 그것이 바로 일본문화열풍의 정점인 것입니다. 


일본의 성공과 실패는 모두 이 문화의 뿌리와 관련이 있습니다. 현대의 일본을 만든 역사적 사건은 무엇인가. 바로 일본천황을 신격화수준까지 끌어올린 사무라이들이 일으킨 혁명인 메이지 유신입니다. 메이지 유신의 정신이 흩어져있던 일본을 하나로 뭉치게 했고 그것이 일본은 세계 넘버원이라고 자부할때까지 끌어올린적도 있었습니다만 이날이때까지 일본은 그 혁명을 극복하고 거기서 더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60년대에 일본에도 사회개혁의 바람이 불었습니다만 그것이 불발로 그치고 그이후 따지고 보면 메이지시대에 근원을 둔 세력이 만든 메이지 질서가 여전히 일본을 이끌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무사도와 메이지 유신은 일본성공과 실패 모두의 원인입니다. 바로 그 아름다워 보이는 무사도가 세계적 보편성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 일본을 세계적 문화의 주류로 올라설수 없게 만든 것입니다. 무사도가 뭐건 간에 메이지의 질서란 결국 끝에 가면 천황숭배라는 정신으로 끝나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가 아니고 상명하복입니다. 그런데 외국인들에게 어떻게 그것이 보편화될수가 있겠습니까. 일본은 미국과의 전쟁에 패배한 후 표면적으로 미국적 질서를 받아들였지만 깊은 내면에서 자기가 이룩한 혁명이 아니라 강요된 혁명이었기 때문에 미국적 질서란 결국 일본에 뿌리박지 못합니다. 그래서 여전히 할아버지가 국회의원이었으면 손자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는 그런 나라로 남아있는 것입니다. 


즉 문화의 본질은 정신이며 그 정신이 보편성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일본은 쇄락할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일본사회가 세계로 뻣어가는데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일본에게 식민지가 되어 창씨개명을 당하고 황국신민이 될 것을 강요당했던 한국은 그것을 가장 잘 경험했지요. 


인문학적 권위로서의 한국


한류라고 해서 싸이의 노래가 세계적 히트를 친다던가 우리 영화나 드라마가 세계에서 인기를 얻는 것에 우리는 크게 감동합니다. 물론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세계가 한국에 관심을 가지면 그 관심은 결국 우리문화의 정수와 뿌리에까지 뻣어갑니다. 처음에는 표면만 보지만 점점 더 그 뿌리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또 그 뿌리가 세계에 제대로 퍼질수 있으면 그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한류열풍입니다. 그 뿌리란 바로 정신인 것입니다. 


그게 뭔가, 한국은 왜 대단한가를 이렇게 말해 봅시다. 현대의 일본은 메이지 유신이 만들었다고 나는 말했습니다. 그럼 현대의 한국은 뭐가 만들었습니까. 그렇습니다. 바로 87년 6월 혁명을 포함한 80년대의 민주화운동이 만든 겁니다. 한국의 대통령중에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문화적 보편성을 가진 대통령은 두명이 있을 뿐입니다. 바로 김대중과 노무현입니다. 그 이외의 대통령은 우리나라안에서는 평이 갈리는 정도지만 외국에서는 전혀 평가받을 보편성을 상실하고 있습니다. 


이야기가 앞서나가므로 이 이야기는 결론부에서 몇마디 더하기로 하고 진정한 한류열풍이 뭔지, 그게 사회 경제적으로 어떻게 우리에게 희망이 되는지를 더 이야기해보도록 합시다. 진정한 한류열풍이란 한국사회가 합리적인 삶의 방식을 가진 공동체로서 존중받는 것입니다. 


팍스아메리카나의 핵심은 링컨에서 케네디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자유사상에 대한 존경심입니다. 그게 미국문화의 뿌리고 그게 미국 문화가 세계에 자신의 보편성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입니다. 그게 미국이 세계적 패권국가가 될수 있었던 근원입니다. 달러가 세계의 통화로 쓰일수 있다는 것은 단순히 미국의 군사력에서만 나오는게 아니라 그 이전에 미국적 문화에 대한 존경심, 그 보편성과 합리성에 대한 인정에 기반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미국은 그로 인해 헤아릴수 없는 혜택을 받아왔지요. 


한국사회가 일본이나 중국과 다를수 있다는 것은 우리는 다수의 참여를 가지고 민주정부를 만들어 냈다는 역사적 사실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한국이 세계적 존경을 받고 인정을 받을수 있는 뿌리인 것입니다. 그뿌리가 본격적으로 자라서 몸통을 만들고 열매를 맺으면 노래나 영화뿐만 아니라 인문학적 권위로서 한국이 기능하는데까지 나가게 됩니다. 세계가 한국불교에 관심을 가지고 한국의 가족문화에 관심을 가지면 한국이 권위가 되는 것이죠. 한국의 소설가 한국의 철학자가 사람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데 그게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어 그 사람이 칸트가 되고 러셀이되고 화이트헤드가 되면 한국이 인문학적 권위로 서게 되는 것입니다. 하버드 대학교수가 쓴 정의론을 우리가 읽는게 아니라 인간의 사는 방식에 대해 우리나라 지식인이 쓴 책을 외국이 읽고 배우는 것, 그게 한류가 갈수 있는 정점입니다. 이쯤되면 빌보드차트 운운하는 것은 어린애 장난에 불과합니다.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단순히 기분만 좋은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당연하게도 경제적으로 큰 의미를 가지고 젊은 이들이 일자리를 구하는 것과도 큰 관련이 있습니다. 지금 미국문화가 서양문화가 세계적 열풍상태이기 때문에 미국인들은 외국으로 나가서도 편하게 삽니다. 영어를 하는게 큰 혜택이고 큰 관광수입을 올리며 여러가지 상황에서 미국적인 것이 곧 보편적인 것으로 통합니다. 


우리는 이미 자동차만들고 반도체 만들어서 살수 있는 공장국가를 졸업해야 하는 단계에 도달했습니다. 그런 것들도 물론 해야죠. 그러나 전국민중의 몇퍼센트가 현대나 삼성에서 일하겠습니까. 삼성이나 현대가 부자되면 돈이 흘러넘쳐 전국민이 잘산다구요? 상당수 주주가 외국인들인 그 회사들이 이익을 전부 한국사회에 보내기나 한답니까? 대부분의 국민들이 수준높은 생활을 할수 있는 것은 그들이 서비스산업, 문화산업에 종사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한국인은 한국문화에 목을 걸게 되는 것이죠. 그게 안되면 청년실업문제는 절대해결안되고 심각해만 질것이며 경제문제도 계속 심각해 질수 밖에 없습니다. 


애플이 아이패드 직접 안만듭니다. 나이키가 신발 직접 안만듭니다. 부가가치가 높은 직업에 종사하려면 기계화가 가능하거나 어느나라사람이나 다할수 있는 공장노동자가 되는게 아니라 문화적 예술적 인문학적 가치와 연결된 직업을 가져야 합니다. 한국문화의 보편타당성이 세계에 인정을 받는 것은 한국인들에게 돈과 직업을 줍니다. 뒷방에서 지지미 만들던 할머니가 세계적 음식 명사가 되는 것이고 한국의 판타지 작가가 해리포터의 작가처럼 부자가 되는 것이며 모짜르트 생가나 아인쉬타인 생가에 관광가고 세느강을 구경하고 뉴욕의 음식을 비싼 돈을 주고 먹듯이 한국적인 것이 팔려나가게 되는 것입니다. 한류가 한국의 미래와 경제에 절대적인 영향을 가질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누가 미래를 막아버리는 가


지금 대선국면에서 박정희 정신을 되살린다는 둥, 인혁당 사건은 해석이 갈린다는 둥 하는 소리를 하는 국민들과 정치세력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말한 측면에서 그런 세력을 보면 그들은 한국의 미래를 스스로 닫아 걸어버리는 것이라고 밖에는 말할수 없습니다. 박정희의 공과가 어떠하건 박정희는 완성되지 못한 개혁을 상징하는 인물이 아니라 지나가버린 과거를 상징하는 인물에 지나지 않습니다.  반공정신과 굴뚝경제 그리고 독재와 구데타를 상징하는 인물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세계적 보편성의 눈으로 보면 박정희와 김일성은 잘 구별되지도 않습니다. 그런대도 여전히 어떤 사람들은 한국이 반공이나 하고 공장이나 지으면 한국이 잘살게 될것처럼 말합니다. 우리는 이제 이밥에 고깃국 먹으면 행복해 하는 극빈국가의 국민이 아닌데 말입니다. 


선거란 한국인들이 한국의 미래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그들이 박정희를 선택한다는 게 뭐를 의미하는 것일까요. 그게 특히 젊은이들에게 뭘 의미하는 것일까요.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사업하면서 일자리 창출 운운하자 일자리도 종류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젊은이들에게 어떤 직업을 주려고 하는가라는 비판이 있었지요. 


지난 5년도 바로 그 박정희 정치세력의 세월이었습니다. 그들이 한것이 무엇인가. 게임 셧다운제나 인터넷 검렬 같은 것을 합니다. 책들을 금지시킵니다. 지식인들을 침묵시킵니다. 한국에서 보편성을 주장할만한 정신을 질식시킵니다.  이들의 문화에 대한 안목을 보면 관광산업이라고 하면 종종 차이나 타운 만들기나 카지노 만들기 같은 것을 이야기 합니다. 오페라하우스 만들고 디즈니랜드 만드는 것에 집중합니다.  정신이 뭔지, 우리가 팔수 있는게 뭔지도 생각이 없는 것입니다. 차이나 타운은 중국사람 일자리는 만들어 주겠고 라스베가스 흉내내면 라스베가스에 익숙한 미국사람들에게 일자리가 만들어 지겠지요. 


이런 것들은 그저 단순히 배부른 사람들의 정치적 논쟁같은게 아닙니다. 한국의 많은 보통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이 먹고사는 것에 관련된 문제입니다. 한국의 성장에 대한 것입니다. 북한과 평화로운 관계만 유지할수 있어도 한국이 가지는 몸값은 엄청나게 증가할 것입니다. 지금은 위기상황의 볼모로 몸값이 깍이고 있기 떄문입니다. 반값등록금도 중요한 문제고 부동산정책도 중요한 문제입니다만 이것은 그것 이상으로 중대한 문제입니다. 


일본의 메이지 유신은 일본의 부흥을 이끈 혁명이었지만 일본의 위기의 산물이기도 합니다. 외부에서 일본의 문을 열라는 압력이 있자 그때까지만 해도 각종 번으로 갈라져있던 일본이 뭉치지 않으면 죽겠다고 해서 막부라는 구세대 질서를 끝내고 새 시대를 연것입니다.


한국도 보면 지금 그런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미 삼성이나 포철 주식의 절반이상이 외국인의 것입니다. 금융도 개방되어 외국인들이 소유주인 은행에 우리는 엄청난 돈을 빌리고 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우리가 정체성 논쟁에 휘말려 있는 동안 밀물듯이 밀려와 사회적 정체성문제를 더더욱 어려운 것으로 만드는 추세입니다. 


이런 시대에 답은 쇄국도 아니고 개국도 아닙니다. 민족정신으로 뭉쳐서 외국인 몰아내자가 답일수 없고 외국인 노동자 천만명쯤 들여오면 한국의 경제문제 해결된다는 소리도 바보같은 소리입니다. 답은 한국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정체성이 서면 주인된 입장에서 많은 손님이 몰려와도 감당할수 있습니다. 문을 걸어잠글필요도 없고 겁을 먹을 필요도 없습니다. 


그런데 만약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박정희다라고 답이 나온다면 제 생각에 한국은 몰락의 길로 접어드는 것입니다. 거기에는 합리성이나 보편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문을 열면 손님이 주인되어 물건을 다 훔쳐갈것이고 그게 두려우면 북한처럼 문을 걸어잠그고 무슨 종교집단처럼 안에서 썩어갈것입니다. 한국은 죽을 길과 살 길의 갈림길에 있습니다. 문이 닫혀서 선택의 여지가 없어지는 때도 얼마지나지 않아 올것입니다. 싸이 열풍을 보면서 더더욱 그런 생각을 합니다. 세계는 더더욱 빨리 한국에게 물을 것입니다. 그래서 너의 본질은 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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