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제별 글모음/젊고 지친 사람들에게

우리는 왜 즉흥적으로 살지 못하는가

by 격암(강국진) 2013. 1. 29.

2013.1.19.

 

현대인들에게 스트레스란 큰 문제이며 그 스트레스의 주요한 원인중의 하나는 미래에 대한 걱정이다. 우리는 너무 많이 걱정하고 너무 많이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런 현실에 대한 널리 알려진 처방은 바로 즉흥적으로 살아가도록 노력해 보라는 것이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미래를 너무 생각하지 말라. 그저 즉흥적으로 그 순간에서 느껴지는대로 살아라. 우리는 이런 처방을 받고 경우에 따라 그런 조언에서 도움도 많이 받지만 대개 우리는 즉흥적으로 사는데 실패하고 만다. 왜 그럴까. 

 

성공에 대한 너무 많은 이론들

 

우리는 성공담이나 이렇게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이론들에 너무 많이 노출 되어 있다. 세상에는 성공하는 방법을 확실히 알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이렇게 되는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아뭏튼 결론적으로 우리는 엄청나게 많은 성공담에 둘러쌓여 살아간다. 이렇게 부자가 된 사람, 저렇게 편하게 사는 사람, 또 이러저러하게 명성을 얻은 사람. 미디어는 엄청난 성공을 거둔 사람들을 계속 소개하고 그런 컨텐츠가 인기 컨텐츠가 된다. 

 

미디어는 온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져다가 우리 귀에다가 들려준다. 거기에 미디어의 과장하는 속성도 있다. 즉 그들은 사실 보도 그 자체보다는 그 컨텐츠의 상업적 성공을 바라기 때문에 그 성공담을 과장하고 좋은 면이나 나쁜 면같은 한 측면만 부각시키고는 한다. 재벌가 누구는 재산이 이러저러하게 어마어마하다는 말은 쉽게 하지만 거기에다 대고 대개 사실은 이러저러해서 그게 좋지만은 않다는 이야기를 끼워 넣지는 않는다.  누구가 CF 출연료나 방송 출연료나 연봉계약에서 대박을 쳤다면 실은 세금으로 그 상당부분을 지출하더라도 되도록 그게 엄청난 성공이라고 과장한다. 공신력있는 미디어도 이러니까 입소문으로 그게 퍼지면 성공의 정도는 끝도 없이 과장되기 쉽다. 1억은 10억이되고 재벌이 된다. 

 

이렇게 성공담은 단순히 성공담이 아니라 종종 그 자체가 상업적 컨텐츠다. 이것을 기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왜냐면 성공담을 파는 한가지 방법은 책을 팔거나 방송 컨텐츠를 파는 것이지만 그런 성공담은 2차적으로 산업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명문대를 졸업해서 성공했다는 성공신화는 이제 명문대를 어떻게 들어가는지 알고 있다는 사람들의 사교육시장을 만들어 낸다. 몇번 찍어서 대박쳤다는 부동산 신화나 주식 신화는 이제 부동산 산업과 증권산업을 만들어 낸다. 

 

그들은 물론 여러 가지 방법으로 최대한 그들의 성공비결을 그럴듯하게 들리게 만들게 하고 되도록 자주 사람들의 귀에 그것이 들어가게 만든다. 여기에 동조한 사람들의 입소문까지 끼어들면 이제 세상에는 해도 해도 너무 많은 성공에 대한 이론들이 돌아다니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어머 아직도 그걸 모른단 말이예요?하며 단언하는 식의 말들에 파묻히고 불안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성공에 대한 이론은 우리를 대개 좌절하게 만든다. 만약 성형외과산업쪽에서 주장할법한 이론처럼 사람이 못생기면 성공은 불가능하다라고 한다면 우리중 모자란 외모를 가진 사람들은 즉각 좌절할 것이다. 수학보습학원에서 주장할법한 이론처럼 서울대 들어간 사람치고 초등학교때 이정도 수학못한 사람이 없다라는 이론이 맞다면 그정도 못하는 우리 아이는 이제 가망이 없는 것이다. 이론들은 대개 스트레스를 만든다. 안 믿겠다고 말하기는 쉽지만 주변 사람들이 너도 나도 '그건 맞아요 똘이엄마.'라고 말하는 식이라면 스트레스를 받게되는 것을 피하기 쉽지 않다.  

 

과연 성공에 대한 이론은 있을까

 

성공에 대한 이론들이 얼마나 그럴듯하게 들리던지 실제로는 그 대부분의 이론은 쓸데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요즘 금이 오른다던데 금을 사둬야 한다라는 말을 당신이 들었다고 하자. 문제는 그런 정보가 당신 귀에 들어올 정도면 그런 소식은 세상사람이 다 아는 정보라는 것이다. 개인적 상황에 따라 정도차는 있겠지만 그때문에 사실 금을 지금 이순간 사는게 옳은지 그른지를 확신할 방법은 거의 없다. 

 

대개의 성공이론은 이런 특성을 가진다. 부모가 자식을 의사로 만들면 그 자식이 잘될거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사실 아이가 의사가 될만큼 공부를 잘하게 될지 그러다가 그 과정에서 그냥 애하나 망칠지 알 수없다. 게다가 운좋게 의대 정원이 크게 는다던가 하는 식으로 의사가 되는 길이 크게 열려서 의사가 쉽게 된다면 이번에는 의사란 좋은 직업이다라는 신화가 깨질지도 모른다. 주식에 투자하건 땅에 투자하건 학벌에 투자하건 마찬가지 문제가 있다는 건 말할 필요가 없다. 

 

시골의사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박경철이 쓴 부자경제학이라는 책에서 이와 관련하여 의미있는 말이 나온 것을 기억한다. 박경철은 사실 진짜 부자들은 대개 모험적으로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들은 돈을 절약하고 가지고 있는 돈을 지키고 안전한 투자를 통해 천천히 돈을 불려나가지 일확천금을 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통계에 따르면 장기적 평균으로 보았을 때 가장 수익률 좋은 투자는 복리 저축이라고 한다. 부동산이나 주식을 통해 단기간에 부자가 되는 사람들이 나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말하자면 세상에는 로또맞은 사람이 있다는 거나 마찬가지고 평균적으로 보았을 때는 이야기가 다르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을 쫒아가려고 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들은 별다른 이유도 없이 자신은 평균과 무관하게 로또 맞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똑똑하니까 저금을 하는 것보다는 고스톱을 배워서 도박판에 끼는게 돈을 빨리 모으는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개 평균도 되지 못한다. 십수년후에 돌아보면 이리 저리 한눈 팔지 않고 그냥 차분히 살았으면 좋았겠다 싶은 후회를 남긴다. 

 

성공이란 반드시 돈에 대한 것만은 아니고 또한 부자가 어떻게 투자를 하는가에 대한 의견이 박경철의 의견만 있는 것은 아닐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우리의 귀에 들려오는 대부분의 성공에 대한 이론들은 쓸데없는 소리라는 것이다. 신문이나 방송은 아예 보지도 말고 듣지도 않는게 자신에게 좋다라고 믿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그것을 정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것은 '광고'이며 따라서 우리의 정보를 늘려주는게 아니라 우리의 불안과 무지를 늘려준다. 차라리 대부분의 성공에 대한 이런 저런 말들을 모두 무시하고 좀 더 긴 호흡으로 사는게 성공의 이론에 더 충실한 것이 된다. 

 

내적 결핍

 

성공이나 돈이나 유명세를 원하는 것은 어느 정도까지는 자연스런 일일지 모르지만 결국 그것은 현재의 상태가 불만족스럽다는 것에 대한 결과이기도 하다. 우리가 성공에 대한 이론에 자주 넘어가는 이유, 그래서 즉흥적으로 느긋하게 긴 호흡으로 살수 없어지는 이유, 그래서 한방에 대박나는 로또에 간절해 지는 이유는 지금 이대로 살기는 싫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결국 느긋하게 살지 못하는 이유는 외부에도 있지만 내부에도 있다. 그런데 내부의 것이 문제일때 그것을 외부의 것으로 채우려고 하는 시도는 성공하기 어렵다. 비싼 고급차를 타는 것이 부러울수는 있고 실제로 타보면 좋기도 하겠지만 우리는 금새 그것에 적응한다. 그래서 복권당첨된 사람들의 행복감은 금새 복권당첨되기 이전으로 돌아간다고 하지 않는가. 실은 오히려 나쁘다는 이야기가 많다. 로또를 맞은 사람들 중에는 인생이 파탄나거나 정신적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그들은 그런 거금을 운용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행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것을 챙기고 그 다음에 다른 것을 위해 일하는 모습은 위에서 말한 안전한 투자를 좋아하는 부자를 생각나게 한다. 우리는 어떤 종류의 성공을 위해 뛰면서 살아야 하고 살수도 있지만 그게 전부 실패가 되더라도 어느 정도의 행복을 유지할 수 있는 가를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길위에 그은 선위는 곧잘 걷지만 만길 낭떠러지 위에 그 선이 있다면 잘 걷지 못한다. 떨어지면 죽는다는 생각에 덜덜 떨다가 잘 걸을 수도 있는 길을 못걷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내적으로 행복의 최소한을 달성하고서 사회생활을 하는 것과 아닌것의 차이도 이렇지 않을까? 만약 내가 지금 당장 아무 것도 잘 되지 않는다고 해도, 지금 가지고 있는 것, 지금 까지 달성한 것만으로도 그럭저럭 행복하게 살수 있다고 한다면, 그리고 지금 하는 일의 성공과 실패가 그걸 건드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훨씬 더 덜 걱정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실패하면 나는 이제 한강에 가서 죽는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외적인 것에 모든 것을 걸어버린 상태라면 그 사람이 걱정을 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당연하고 결국 그 일도 잘하기 어려울 것이다. 어떻게 보면 성공을 원하기 때문에 성공을 망치는 상황인 것이다. 

 

이런 것을 굳이 내적 결핍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행복은 여러가지로 우리에게 오기 때문이다. 유치하지만 당신의 진정한 소망이 멋진 연애한번 해보는 것이고 그걸 해봤으면 이제 죽어도 좋다는 식이라면 그런 연애 한번 해보고 난 후의 삶은 덤처럼 느껴질 것이다. 이미 당신의 삶은 성공이니까 말이다. 당신이 스피노자처럼 자신의 철학을 가지는 것이 소망이었다면 그런 야심이 어느 정도 충족되었다고 느낀다면 외적인 것은 어느정도 덤처럼 여겨질 것이다. 당신이 그저 작지만 행복한 가정을 가지는 것이 소원이었다던가, 전세계를 한바퀴 도는 여행을 해보는 것이 소원이었다던가, 책을 한권 완성하는 것이었다던가 해도 마찬가지다. 

 

세상일에 너무 빠지면 자신에 소홀해 진다. 그러면 정신차려보면 어느새 도박중독증 환자처럼되어있을 수도 있다. 이런 부분을 약하게 해두면 우리는 마치 매양 전재산을 걸고 주사위를 굴리는 사람처럼 살게 될 것이다. 그러면 즉흥적으로 산다느니 스트레스 없이 산다느니 하는 말이 하나 마나 한 이야기가 될 것은 뻔하다. 

댓글